"늙은 오이 노각생채에 보리밥 썩썩 비벼  강된장에 풋고추 푸~~욱 찍어 한입에  도자기 그룻으로 바꾸면 더 시원한 느낌      [조선일보 김윤덕 기자]  후텁지근한 날씨에 비까지 오락가락! 밥 한 끼 챙겨 먹기도 귀찮은 계절이다. 게다가 손님이라도 들이닥치면? 하지만 너무 겁먹지는 말자. 조금만 신경쓰면 시원하고 맛있는 여름 식탁을 꾸밀 수 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노영희씨는 귀가 번쩍 뜨이는 조언을 했다. “쌈밥 한 가지로도 진수성찬을 차릴 수 있어요. 그것도 코스로 즐기는….” 또 다른 비결은 그릇에 있단다. “뚝배기보단 장맛이란 말도 있지만 ‘기왕이면 다홍치마’란 말도 있잖아요.” 올여름 식기 트렌드가 ‘도자기’와 ‘믹스 앤드 매치’란 점도 명심해두자. 당신도 노영희 못지않은 식탁의 마술사가 될 수 있다.      ■ 코스로 즐기는 쌈밥 손님상        “상추쌈만 보면 어릴 적 생각 나요. 여름방학이면 친척들까지 스무 명도 넘는 사람이 대청마루를 가득 채웠는데 밥상 메뉴는 딱 두 가지였죠. 할머니가 늙은 오이로 담근 노각 생채에 보리밥 비벼 먹기 그리고 어머니가 텃밭에서 막 따온 상추와 풋고추·실파를 강된장 고추장에 싸서 먹기.”        밥 은 현미와 쌀을 반반씩 섞어 짓는 게 맛있다.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참기름·소금으로 간해서 쌈에 싸 먹기 좋은 크기로 뭉친 뒤 실파를 송송 썰어 살짝 뿌려놓는다. 쌈 은 많을수록 좋다. 상추·실파 등 전통재료를 비롯해 로메인 레터스 래디치오 겨자잎 쑥갓 비트 잎 미나리 팽이버섯 등등.        전채요리로 가지말이 냉채 를 준비하면 식탁이 한결 우아해진다. 우선 가지는 석쇠에 구운 뒤 얼음물에 넣어 껍질을 벗긴 다음 속을 넣을 수 있게 평평하게 펼친다. 말이 속에는 채 썬 오이 살짝 볶은 것 삶은 숙주를 소금＋참기름＋후춧가루에 무친 것 쇠고기 볶은 것 등이다. 뭣보다 소스가 될 초간장이 맛있어야 한다. 국간장＋식초＋설탕＋참기름＋마늘즙을 기호에 맞게 양을 조절한다.        쌈에 싸서 먹을 속재료도 충분히 갖추자. 장똑똑이 는 기본이다. 배즙＋설탕＋참기름으로 소고기를 밑간 한 뒤 파·마늘 다진 것 간장과 후춧가루를 넣어 함께 볶는다. 수삼을 채 썰어서 곁들이면 시원하면서 건강에도 좋다. 병어 고추장조림 도 쌈밥에 어울린다. 맛술＋청주＋간장＋고추장을 넣어 부글부글 끓인 뒤 청주＋소금＋후춧가루＋생강편으로 밑간 한 병어를 넣고 조린다. 마른 굴비 를 쪽쪽 찢어 곁들여도 맛있다. 강된장이나 볶은 고추장과 어울려 고소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        집에 먹다 남은 유자즙이 있다면 후식은 걱정 없다. 유자 반컵 얼음 2컵을 믹서에 함께 넣고 갈면 입을 개운하게 해주는 유자 셔벗 이 탄생한다.        ■ 여름 음식과 그릇의 궁합        선조들은 계절 따라 그릇을 달리 썼다. 봄에는 청자 여름엔 백자 가을엔 분청 겨울엔 유기. 음식 맛은 시각적 요소가 80%를 차지한다는 걸 조상들도 알았던 것 같다. 그렇다고 쓰던 그릇을 다 갈아치우라는 건 아니다. “메인 그릇 몇 개만 바꿔주면 구색을 맞출 수 있죠. 여름엔 옹기나 도자기의 질감이 시원하고 여기에 유리그릇을 섞어쓰면 됩니다.” 식탁을 시원하게 해주는 몇 가지 아이디어.        얼음과 담쟁이 잎사귀는 여름철 그릇 장식에 필수 아이템. 시원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국수상의 경우 장국처럼 색이 진한 음식은 대비가 되는 밝은 톤의 그릇에 담으면 한층 식욕을 돋운다. 오이소박이 같은 반찬은 여백의 미를 살려 큰 접시에 담고 식탁 한가운데 세팅한다. 야채는 오목한 사발에 종류별로 담는다. 색의 조화뿐 아니라 야채의 물기가 사발 아래로 모여 먹기 수월하다. 깨끗하게 닦기 힘든 포도는 몇 알씩 자른 뒤 씻고 큰 접시에 얼음을 띄운 뒤 올려놓는다.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도자기로 된 밥공기와 물컵은 훌륭한 디저트 그릇이다. 유자 셔벗 오미자즙을 담으면 아주 예쁘다. 꽃시장에 가면 구할 수 있는 적발채 나무는 수저 받침대로 최고! 향도 좋고 보기에도 좋다.        (김윤덕기자 sion@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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