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 지은 흰 쌀밥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노란 카레가 스며드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추위가 녹는 듯하다. 겨울이 되면 더 생각나는 카레는 재미있는 역사를 가진 음식. 인도의 카레와 우리가 먹는 카레 간에는 차이가 있다. 카레 속에 담긴 이야기와 함께 우리와 입맛이 비슷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일본식 카레 레시피도 준비했다.

카레의 기원은 남인도에서 시작된다. 인도에 온 포르투갈인이 수프를 얹은 밥을 보고 뭐냐고 묻자 인도 사람은 수프의 건더기인 ‘내용물’을 묻는다고 생각하고 카레라고 대답한 것. 이에 포르투갈인들은 카레가 요리 그 자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부르기 시작한 것이 지금의 카레라는 말로 전해져오고 있다. 영어 ‘Curry’의 어원은 남인도의 타밀어 ‘Kari’로, 고깃국물이나 소스를 뜻한다. 인도에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카레가루가 없고 요리에 맞게 다채로운 향신료를 사용하는 것. 톡 쏘는 맛을 내는 인도의 믹스 향신료인 ‘마살라’는 한국의 된장, 고추장, 간장 등과 같은 개념이다. 인도 요리는 향신료가 발달해 웬만한 요리에 다양한 마살라가 들어갈 뿐 인도에는 카레가루라는 개념이 없을 뿐 아니라 특정한 요리의 종류라는 개념 또한 없다.

인도 카레는 17세기 식민지 시절 동인도회사를 통해 영국으로 건너갔고 이때부터 점차 온화한 유럽풍 조리법으로 변형되기 시작했다. 이런 형태가 일본에 전해져 일본화됐으며 일본화된 카레가 다시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일본어식 표현의 카레(カレ―)가 우리나라에 정착됐다. 지금 우리가 먹는 카레는 대부분 일본식. 일본인들은 카레를 굉장히 좋아해 새로운 카레 전문점이 계속 생겨나고 있고 식품 회사는 매년 수많은 종류의 카레를 출시하며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는 러·일 전쟁 때 장기간 보존이 가능하고 한 번에 대량으로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 카레가 군용식품으로 최적임을 인정받아 육군, 해군의 식단으로 채택되면서 시작됐다.

전쟁을 끝낸 일본 병사들이 가족에게 카레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기 시작하면서 일반 가정에서도 즐기게 되는 계기가 된 것. 이런 역사를 통해 일본인들은 카레 우동과 카레 소바 외에 카레 수프, 카레 빵, 카레 만두, 카레 오믈렛 등 카레를 소스로 한 다양한 메뉴를 즐긴다. 평균적으로 1주일에 한 번은 카레를 먹고, 특히 여름에는 더위에 지친 입맛을 돋우기 위해 두 번 이상 먹는다.

 

인도풍 닭고기 카레

재료
닭고기 안심 300g, 커리 잎 3~4장, 토마토 2개, 마늘 3~4톨, 당근·양파 1개씩, 커리파우더 2큰술, 생강 간 것 1작은술, 물 1컵, 소금 약간, 식용유 적당량, 닭고기 밑간 재료(플레인 요거트 1개, 커리파우더·소금· 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닭고기는 한 입 크기로 썰어 분량의 밑간 재료를 넣고 잘 버무린 뒤 1시간 정도 재운다. 2 당근은 1×1cm 크기로 썰고 토마토는 씨를 훑어낸 뒤 당근과 비슷한 크기로 썬다. 양파도 당근과 같은 크기로 썰고 마늘은 칼의 옆면으로 눌러 으깬다. 3 팬에 식용유를 두르고 ②의 당근, 양파, 마늘과 커리 잎, 생강 간 것을 넣고 달달 볶는다. 4 ③의 양파가 어느 정도 익으면 ①의 닭고기를 넣어 뒤적이며 볶다가 닭이 익을 때쯤 ②의 토마토를 넣고 볶는다. 5 ④에 물을 부어 국물을 만들고 커리파우더를 넣고 소금으로 간해 끓인 뒤 모든 재료가 잘 익으면 불을 끈다.

시금치 카레

재료
시금치 150g, 고형 카레 블록 1과 1/2개, 양파(작은 크기) 1개,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 2~3큰술, 다진 마늘 1큰술, 뜨거운 물 1컵

만들기
1 시금치는 줄기를 포함해 1cm 길이로 썬다. 이때 잎이 넓으면 세로로 이등분한다. 양파는 껍질을 벗기고 얇게 채썬다. 2 얕은 냄비에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유를 두르고 ①의 양파를 넣어 볶다가 양파가 약간 투명해지면 다진 마늘과 ①의 시금치를 넣고 볶는다. 3 ②의 시금치가 숨이 죽고 향이 나면 뜨거운 물을 부어 끓이다가 고형 카레를 넣고 잘 저어 카레를 풀고 걸쭉해지면 불을 끈다.

카레 우동

재료
일본식 무 카레 2컵, 시판 우동면 1개, 당근소스(당근 큰 것 1/2개, 양파 중간 크기 1/6개, 기코망 간장 혹은 진간장·물 2큰술씩, 식초 4큰술, 포도씨유 3큰술, 황설탕 2큰술, 소금 약간) 1/4컵

만들기
1 일본식 무 카레에 분량의 당근소스를 넣고 고루 섞어 끓인다. 2 끓는 물에 우동면을 넣고 끓이다가 면이 익으면 건져 찬물에 씻어 물기를 뺀다. 3 그 릇에 ②의 우동면을 담고 ①의 카레를 얹는다.

카레 해시 포테이토

재료
감자 2개, 당근 1/4개, 부추 1/2줌, 카레가루 1~2큰술, 녹말가루 2~3큰술, 올리브유 적당량

만들기
1 감자는 껍질을 벗기고 채칼을 이용해 얇게 채썬 뒤 카레가루를 넣어 버무린 다음 잠시 재운다. 2 당근은 잘게 다지고 부추도 잘게 썬 뒤 ①에 녹말가루와 함께 넣고 골고루 섞는다. 3 올리브유를 두른 팬에 ②를 1큰술씩 올려 동그랗게 모양을 잡아 앞뒤로 노릇하게 굽는다.

‘일본식 무 카레’ 이렇게 만들어요!

재료
무 400g, 쇠고기 등심 200g, 일본식 고형 카레 블록·치킨스톡 큐브 2개씩, 밀가루 1과 1/2큰술, 양파 1개, 마늘 2톨, 생강 1쪽, 채소주스·물 1컵씩, 우스터소스 1큰술, 설탕 1작은술, 버터·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무는 큼직하게 썰고 쇠고기 등심은 3×3cm 크기로 썬다. 양파, 마늘, 생강은 다진다. 2 ①의 쇠고기 등심에 소금, 후춧가루, 밀가루를 넣고 주무른다. 3 달군 냄비에 버터를 두른 뒤 ①의 마늘과 생강을 넣고 볶다가 양파를 넣고 갈색이 나도록 볶아 향을 낸 뒤 양파가 익으면 ②의 쇠고기 등심을 넣어 볶는다. 4 ③에 ①의 무를 넣고 채소주스와 물을 부어 무가 충분히 익을 때까지 뭉근하게 끓인다. 5 ④에 치킨스톡, 우스터소스, 설탕, 고형 카레 블록을 넣고 골고루 저어 카레를 잘 푼 뒤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맞춘다.

 

출처 : 레이디경향 / 진행박솔잎 기자I사진안진형(프리랜서)I요리&스타일링김상영(noda+, 02-3444-9634), 이보라·박영주(어시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