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는 감기를 치료하는 도중에 중이염이나 축농증에 잘 걸립니다. 이럴 땐 부득불 항생제 치료를 몇 주씩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항생제를 쓰는데도 병이 안 낫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는 겁니다. 보호자로선 ""독한 약(항생제)을 몇 주나 먹였지만 귀에서 고름이 나온다""거나 ""축농증이 통 안 낫는다""고 불평하게 마련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항생제는 세균(박테리아)을 죽이는 약입니다.그런데 세균은 종류도 많고 그에 따라 항생제도 다릅니다. 따라서 세균감염이 의심될 땐 원인균을 알아낸 뒤 그 균을 박멸하는 항생제를 쓰는 게 이상적입니다. 문제는 원인균을 알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예컨대 중이염을 일으킨 원인균을 알려면 약을 쓰기 전 고막을 뚫고 귀에 찬 삼출액을 뽑아 며칠 간 배양해야 합니다. 축농증균의 경우 부비동(코와 코 주위 뼈를 구성하는 8개의 빈 공간)에 고인 고름을 빼내기 위해서 코 주변 뼈를 뚫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시술은 어린이에게 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닙니다. 또 배양을 한다고 균을 꼭 밝혀낸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아니 밝히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따라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런 진단과정을 생략한 채 중이염과 축농증을 치료합니다. 통상 흔한 원인균인 폐구균이나 헤모필루스균에 대한 약을 씁니다.

문제는 폐구균의 특효약인 페니실린계 항생제에 대해 국내 내성(耐性)균이 80~90%나 된다는 겁니다. 즉 약효를 보기 어려운 거지요. 그래서 최근엔 치료용량을 두배 이상 높이거나 두가지 항생제 혹은 신약으로 치료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게다가 최근엔 의료보험재정이 어렵다 보니 의사가 두가지 항생제 혹은 비싼 신약을 쓰면 보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거나 처방한 의사에게 경고장이 날아오는 경우도 있어요.

과감한 치료를 기피하게 되는 거지요. 이런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병원 약을 꼬박꼬박 먹어도 병이 낫지 않는 상황이 생기게 되는 겁니다.
[황세희 전문기자.의사] [2003-07-0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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