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목재에서부터 비닐 가죽까지…TDI등 기관지염·천식 우려
 
인터넷과 쇼핑몰의 발달로 예전에는 정가를 주거나 고가로 구입해야 했던 제품들이 이제는 할인된 가격이나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게 돼 오히려 '소비자의 세상'이 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에 빠져들곤 한다.

하지만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있듯이 유독 싼 물건에는 숨겨진 비밀들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요즘 인기리에 팔리고 있는 저가 소파의 경우 제조·유통상의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동안 제품을 믿고 사용해 왔던 소비자들이 실망감과 더불어 속았다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하다.

◇ 시멘트 덕지덕지 소파쿠션도 TDI물질…소비자는 한숨만

가정에서 인체와 가장 밀접한 접촉을 하고 하루 중 제일 오랜 시간을 보내는 곳 중 하나가 바로 긴 안락의자인 소파다.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낮잠도 자고 심지어 식사까지 할 수 있는 우리들의 편안한 '안식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한 방송사에도 보도한 저가소파에 대한 비밀은 그동안 남들보다 소파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해 횡재했다고 느꼈던 많은 소비자들은 분노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MBC TV '불만제로' 제작진이 해부한 소파 내부는 그야말로 '처참 그 자체'였기 때문. 구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소파임에도 불구하고 시멘트가 덕지덕지 묻어 있는 목재와 합판 흙먼지와 곰팡이들로 가득해 그냥 외관상으로도 소파로 만들기에는 허술해 보였다.

알고 보니 소파에 사용되는 폐자재는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거푸집으로 사용됐던 것. 게다가 건설현장의 폐자재 재활용도 현행법상 반드시 허가를 받은 지정업체에서만 재활용이 가능하며 이물질이 묻어 있는 폐자재는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실제로 폐자재 재활용은 암암리에 뒷거래 되고 있었으며 그나마 쌓여있는 폐자재도 인부들의 화장실 용도나 쓰레기통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사실이 관련 업계에서는 공공연한 관행인데다 단가를 맞추기 위해선 어쩔 수 없다는 업계의 반응이다.

실제로 소파를 제작하는 업체에서는 쇼핑몰에 납품할 소파와 정가로 판매될 소파를 구분해서 따로 틀을 제작하고 있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생산단가만 높여주면 우리도 이런 폐자재를 사용할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 중금속·유기화합물 노출 위험 역시 '커'

소파의 특성상 내부구조를 자세히 살펴볼 수 없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은 더더욱 불안하기만 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가로 구입한 소파라 하더라도 왠지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다.

많은 전문의들은 목재자체를 폐목재를 사용했을 경우 내부 처리한 각종 성분들이 외부로 배출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목재가 저가면 가죽도 저가일 가능성이 농후하고 소파 안 쿠션역할을 하는 노란색 스펀지 역시 저가의 우레탄 스펀지가 들어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을지대학병원 산업의학과 김수영 교수는 ""우레탄 스펀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TDI라는 물질이 나오는데 TDI는 사람들에게 기관지염과 천식을 일으키는 주요 물질이다""고 설명한다.

게다가 마감처리 과정에서 본드를 많이 사용하게 되는 소파의 특성 상 저가 소파에서는 각종 공업용의 저가 본드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이런 저가 본드를 사용하는 소파에는 노말핵산이라는 유기용제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 노말핵산은 장시간 노출될 경우 다발성신경장애 즉 하반신 마비를 일으킬 수 있는 물질로 몇 년 전 노말핵산을 다루는 산업체에서 노동자들이 한꺼번에 하반신 마비를 일으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뿐 아니라 폐목재에 묻어있는 시멘트 자체에는 중금속 물질이 많고 부식질이라는 화학약품이 많이 묻어있어 피부에 닿으면 화상의 위험이 있다. 실제로 폐목재의 부식을 방지하기 위해 중금속 처리를 많이 하는데 나무가 서서히 썩어 들어가면서 이런 방부액체가 외부로 노출되기도 한다.

또한 폐목재 위에 둘둘 말은 마블스펀지 자체는 눈가림식일 뿐 아니라 마블스펀지 자체도 각종 스펀지를 분쇄해 재가공한 버려진 자재 그 자체로 목재에 붙어있는 각종 폐기물과 유해물질들을 막아주진 못한다.

김 교수는 ""이런 휘발성 유기화합물에 노출되면 아이들에게는 가려움증 아토피 기관지 자극증상을 유발하며 어른들에게는 새집증후군처럼 목이 따끔따끔한 증세를 일으킨다""고 전한다.

한편 소파는 제대로 만들어도 먼지가 잘 날리기 때문에 집 진드기의 근원지로 심한 소아천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화여대 가정의학과 신경원 교수는 ""아이들은 호흡기 발달이 완전하지 않아서 먼지에 취약해 호흡기 천식 기관지염이 잘 생기고 아토피같은 피부질환에도 노출되기 쉽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얼마 전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새 가구류에서 방출되는 오염물질은 구입 후 약 한달의 시간이 지난 이후에도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량은 평균 81%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은 평균 30%정도 감소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목재 스펀지 가죽류 등 다양한 소재가 복합적으로 사용된 소파의 경우 7일차에 총휘발성유기화합물 방출량은 21.64㎎/unit 폼알데하이드 방출량은 2.86㎎/unit로 기타 가구류 평균값에 비해 각각 6배 정도 많이 방출되는 것으로 나타나 환기 등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폐목재로 인한 각종 화학물질의 노출 문제 외에도 저가소파의 경우 틀의 뒤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가죽위에 목재가 울퉁불퉁 솟아나와 있어 아이들의 외상의 위험성도 따른다. 바로 소파위에서 뛰기 좋아하고 놀기 좋아하는 아이들의 특성 때문이다.

◇ 소파 안전기준 '전무' 기본사항만 표시하면 'OK'

그렇다면 이같은 저가 소파들이 어떻게 소비자의 가정에까지 들어올 수 있는 것일까.

소파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어떤 표준사항도 안전기준도 구체적으로 마련된 것이 없다. 그야말로 소비자의 거실은 안전 사각지대일 수밖에 없던 것이다.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안전시험은 없고 기본적인 사항만 표시하면 판매 가능하다""고 밝힌다. 즉 품명 모델명 재료의 종류(가죽종류) 치수 충전재 제조년월 제조자명 수입자명 주소 및 전화번호 제조국명 사용상 주의사항만 기재하면 언제라도 판매할 수 있는 것.

그러나 기술표준원 관계자는 ""표시한 기재에 있어 그 근거는 확실해야 한다""고 덧붙인다.

그러나 그 근거라는 것이 공인인증을 받은 시험기관에서 꼭 확인을 받아야 하는것이 아니라 업체가 자체적으로 시험하든지 업체가 자율적으로 시험기관을 정해 발급받기만 하면 그만이다.

김 교수는 이에 가구를 구입하는 데 있어 꼭 이름이 알려져 있는 가구업체에서 구입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현재 가구업계는 거의 중국산을 파는 중간상으로 바뀌어 버린지 오래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얼마 전 유명 D가구업체가 망하고 나서 중소업체가 중국산을 D가구표를 붙여서 속여 파는 사례도 있던 것을 감안하면 되도록 고가이더라도 공인된 곳에서 구입하는 것이 현명하다.

또한 가정에서 자신의 가구 내부를 보고 싶으면 소파를 뒤집어서 드라이버로 나사를 돌려 살짝 보고 만약 폐목재이면 생산업체에 1차 항의를 하고 그 다음 소비자보호센터에 신고하면 된다.
 
［메디컬투데이 김범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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