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된 일과 후 한 두 잔의 소주나 막걸리는 생명수처럼 달콤하다. 회사동료나 상사들과의 같이 기울이는 한잔의 술은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사무실에서 못다한 사연들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기도 한다. 하지만 연말 술자리는 매일 1차 2차 3차까지 가게 돼 몸에 부담을 준다.

대기업 종합상사 차장인 35세 남자 B씨는 연말연시 술자리로 귀가시간이 항상 늦었다. 그러던 중 B씨는 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산행을 다녀왔다. 다음 날 아침 출근하려고 일어나는데 갑자기 허리 밑 부분과 엉덩이 뒤쪽이 당기고 아파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휴가를 내 며칠 쉬었더니 아픈 게 없어졌다. 하지만 약 2개월 후 다시 허리 밑 부분과 엉덩이 뒤쪽이 당겼다. 디스크라는 생각에 허리 자기공명진단장치(MRI)를 찍었지만 약간의 디스크만 발견됐다. 이후 6개월간 물리치료를 받았으나 호전이 없었다. 이 환자는 결국 ‘양측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로 판명됐다. 이 질환은 얼마 전 유명한 록가수가 병에 걸려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도 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란 약 30% 환자에서는 원인을 모른다. 하지만 과음 신경통 약 즉 스테로이드 제재의 남용 통풍 당뇨병의 후유증 및 외상으로 엉덩이 관절을 만들고 있는 허벅지뼈의 제일 윗부분인 대퇴골두가 상하는 병이다.

초기 증상은 걸을 때 사타구니나 허벅지쪽이 아프고 당긴다. 하지만 쉬고 나면 아픈 것이 없어지다가 다시 걷거나 일을 하게 되면 아픈 증상이 다시 나타난다. 병이 진행되면서 사타구니나 허벅지뿐만 아니라 무릎이 아프고 엉덩이 관절이 점차 오그라들어 쭉 펴지지 않는다. 양반다리를 하려고 하면 다리가 벌려지지 않아 땅바닥에 앉을 때 힘이 들고 다리를 움직이거나 걸을 때 엉덩이 관절이나 무릎에서 우두둑 소리가 나게 된다. 이 시점에서 엑스선 사진을 찍으면 대퇴골두가 주저않고 대퇴골두 뼈가 점차 소실되는 소견을 보인다.

초기 치료로는 대퇴골두 부위에 구멍을 뚫거나 뼈 이식 수술 및 미세혈관 부착수술 골 절개술 또는 전기자장 자극 등으로 썩은 대퇴골두를 회생시키려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 치료법은 일시적이다. 결국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 인공관절 수술 후에는 정상인과 똑같이 생활하며 걸을 수 있게 되며 아픈 통증은 완전히 사라진다.

인공관절 수술이란 뼈를 잘라내고 인공관절을 삽입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어 있다. 하지만 충치가 있을 때 상한 부분을 곱게 다듬고 금이나 백금으로 겉면을 씌우는 것처럼 세라믹과 특수금속으로 만든 인공관절로 관절 겉면을 씌우는 것이다. 수술시간은 40분∼1시간 정도이고 수술 후 하루 반부터 걸을 수 있다. 입원 기간은 1주일 정도이고 정상생활은 수술 후 약 6주면 가능하다. 연말 계속되는 술자리에서는 자신의 엉덩이 관절을 생각해서 과음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

/김준식 이대 동대문병원 한국인공관절센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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