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달 이상 지속땐 원인 질환 제거-대증요법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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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이 따스한 봄날 오후. 사무실에 앉아 있으려면 졸음을 참기 힘들다. 몸이 나른하고 기운이 없다. 춘곤증인가 싶어 하루 정도 쉬어보지만 좀처럼 피로가 가시지 않는다. 피로는 푹 자거나 쉬면 풀릴 것이라고 가볍게 생각하지만 지속적인 피로는 병이다. 피로가 지속되는 기간에 따라 △일시적 피로(일주일 이내) △급성 피로(한 달 이내) △지속성 피로(1∼6개월) △만성 피로(6개월 이상·원인 있음) △만성피로증후군(6개월 이상·원인 모름)으로 나뉜다. 과로 수면부족으로 인한 일시적 피로 춘곤증처럼 한 달가량 지속되는 급성피로는 푹 쉬면 저절로 회복된다. 하지만 한 달 이상 이어지는 지속성 피로부터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암-당뇨-우울증 등 신체적-정신적 질환자에 많아

하루 8잔이상 물섭취-유산소 운동 증세완화 도움

○ 지속성 피로부터는 관리해야

한 달 이상 피로감을 느끼면 업무 능력이 떨어지고 뒷목이 뻐근해지기 시작한다. 이 단계에서 피로를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하루 6∼8시간 숙면을 취하고 커피나 음주를 피한다. 단백질 무기질 등 균형 잡힌 영양 섭취도 중요하다.

6개월 이상 지속되는 만성 피로는 신체적 정서적으로 원인 질환이 있다. 국내서는 만성 피로를 호소하는 환자의 46%가 암 당뇨 등 신체 질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우울증이나 불안 등 정서 장애도 원인이다. 신체 질환으로 인한 피로는 푹 쉬거나 아침에 일어나면 좀 나아졌다가 오후에 다시 심해진다. 정서 장애에 따른 피로는 아침에 피로가 더하기도 하고 쉬어도 나아지지 않는다. 따라서 만성 피로는 원인 질환을 제거해 주는 것이 우선이다.

○ 원인을 모르면 만성피로증후군

만성피로증후군은 원인을 알 수 없는데 6개월 이상 계속되는 피로를 가리킨다. 일종의 면역기능 장애다. △검사를 받아도 원인을 모르고 △휴식을 취해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업무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면 만성피로증후군으로 의심할 수 있다. 실제로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는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는 등의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피곤함을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면 팔로 이불을 걷어내기조차 힘들다. 책을 펼쳐도 글자에 집중할 수가 없다. 조금만 걸어도 하루 종일 누워 있어야 한다. 업무에 집중하기 힘들고 두통도 수반된다.

만성피로증후군은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에 감염돼 체내 면역기능이 작동할 때 생긴 물질들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또 극복하기 힘든 극심한 스트레스를 오랜 기간 받았을 경우에도 나타날 수 있다. 의학계에선 원인의 70%는 감염 30%는 스트레스인 것으로 보고 있다.

○ 치료법 없어 대증요법만 사용

원인이 불분명하다 보니 뾰족한 치료방법도 없다. 현재 원인이 아닌 증상을 치료하는 대증요법이 쓰인다. 일상생활에 큰 불편이 없는 정도로 증상을 호전시키는 방법이다.

단백질 탄수화물 섬유질이 풍부한 식사를 권한다. 하루 8잔 이상의 물을 섭취하도록 한다. 카페인 당분 지방질이 많은 식사는 금물이다. 식물성 기름은 염증 반응을 유발하는 물질(사이토카인 프로스타글란딘 등)의 분비를 막아주므로 조금씩 먹는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면역 기능 강화를 위한 치료를 하거나 항우울제 고농도 비타민 소염 진통제 등을 처방한다. 인지 행동 치료도 병행한다.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 같은 유산소 운동도 도움이 된다. 만성피로증후군 환자는 운동을 하면 며칠 몇 주 동안 꼼짝 못하는 경우도 있어 강도 조절이 중요하다. 보통 주 5일씩 석 달간 매번 5∼15분씩 운동하도록 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서 매주 1 2분씩 운동 시간을 늘려 하루 최대 30분이 되도록 한다. 운동 강도는 최대 산소 소비량의 60% 정도로 제한한다.

흔히 증상이 나타난 첫해에 가장 심하고 2년 이내에 증상이 호전된다. 피로의 원인에 대한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 피로해소제나 건강식품 복용 등의 자가 치료는 숨어 있는 원인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도움말=신호철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만성피로클리닉 교수)
 
동아일보 원문 기사전송 2010-03-15 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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