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이섬유가 주목을 받고 있다.

곡류의 겉껍질이나 채소의 세포벽에 많이 들어 있는 식이섬유는 그 자체로는 영양가가 하나도 없다. 특히 풀을 뜯어먹고 사는 초식동물과 달리 인간에게는 식이섬유를 분해하는 효소가 없다. 그래서 한때 식이섬유는 가난한 이들의 허기진 배만 일단 채워주는 영양가 없는 음식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육식 위주의 식습관으로 각종 풍요병이 넘쳐나게 되자 식이섬유의 기능에 의학자나 영양학자들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영양학자인 콜린 캠벨은 자신의 저서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서 그동안의 연구결과들을 종합하면 섬유소를 많이 섭취한 사람들이 적게 섭취한 사람들보다 대장암의 위험이 43%나 낮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모든 섬유질이 같지 않으며 각기 다른 작용을 한다는 사실을 모른다. 식이섬유에는 크게 물에 잘 녹는 수용성과 그렇지 않은 불용성이 있다.

수용성 식이섬유의 경우 장에서 쉽게 용해되는데 끈적끈적한 점성을 띠며 포만감을 갖게 하고 포도당의 흡수를 지연시키는 기능이 있어 심혈관계 질환과 당뇨병 예방 등에 도움을 준다. 식물 속에 껌과 펙틴 등의 형태로 존재하며 사과 오렌지와 감귤 당근 콜리플라워 양배추 등에 많다.

불용성 식이섬유는 음식 찌꺼기의 장 통과시간을 짧게해 용종 대장암 등 대장질환 발병률을 낮춘다. 셀룰로오스 헤미 셀룰로오스 리그닌 등의 형태로 식물군에 함유돼 있으며 김 미역 등의 해조류나 곡식의 겉껍질 양배추 완두콩 딸기 무 등에 풍부하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자료(표 참조)에 따르면 고춧가루에 불용성 식이섬유가 많이 포함된 것으로 나와 있는데 알맞게 적당히 섭취할 경우 대장의 움직임을 촉진시켜 대장 관련 질환을 예방해 준다고 한다.

식이섬유는 어느 정도 양이 충분할까. 성인의 섬유질 1일 권장섭취량은 25~35g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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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섬유질 섭취는 서서히 늘려야 문제가 안 생긴다. 특히 섬유질과 수분의 양을 같이 늘려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미 등에 많은 불용성 식이섬유의 경우 자체적으로 수분을 많이 빨아들이기 때문에 충분히 물을 함께 먹어주지 않으면 오히려 더 변비가 심해지는 부작용을 낳을 수도 있다.

한편 영양학자 얼 만델은 ‘뉴 비타민 바이블’에서 섬유질을 너무 많이 먹어도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즉 헛배가 부르고 장에 가스가 차며 설사·구토·메스꺼움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또 이미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다면 섬유질 때문에 가스가 더 많이 차고 경련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먹는 방법에도 주의할 점이 있다. 보충제가 아니라 자연 상태의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영양은 한 가지 음식에 포함된 수많은 화학물질에 대한 무한히 복잡한 처리과정을 거쳐 몸에 흡수되는 것인 만큼 특정 영양성분만 따로 뽑아내 섭취하는 것엔 문제가 있다고 입을 모아 주장하고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