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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돈교육은 단지 아이들에게 경제관념을 심어주는 것이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전반적인 태도를 길러주는 일이다. 부모도 엄청난 인내심을 갖고 임해야 하는 귀찮고 번거로운 과제지만 파급효과는 광범위하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 다섯 살배기 준우는 대형마트에만 가면 장난감 코너 앞에 드러눕는다. 어르고 달래도 윽박질러도 소용 없다. 울고 불고 떼를 쓰기 시작하면 통제불능. '에라 모르겠다' 그냥 놔두고 가버리면 울며 발버둥치는 준우 주변으로 새까맣게 사람들이 모인다.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죄다 쳐다보고 창피해진 부모는 결국 카트에 변신로봇 세트를 담고 만다.

#2. 중학교 2학년 미나는 매주 월요일 용돈을 받는다. 하지만 화요일 아침이면 학교 갈 버스비 조차 남지 않는다. '구경만 해야지' 들른 팬시 상품점에서 새로 나온 예쁜 필통을 사고 친구들과 간 떡볶이집에서 또 한턱 쏜 탓이다. 부모는 화요일마다 발을 동동 굴러대는 딸아이를 나무라느라 진이 다 빠질 지경이지만 결국 또 지갑을 열고 만다. 이렇게 커서 신용불량자 되는 건 아닌지 내심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세 살 때 제대로 버릇을 들여줘야 할 건 배변만이 아니다. 소비ㆍ용돈 교육이야말로 인생 전반에 대해 올바른 태도를 길러주는 자녀양육의 핵심. 준우와 미나의 얘기가 남의 얘기가 아닐 수많은 부모들을 위해 이영재(43) 자녀경제교육연구소장을 만났다. 한국재무설계에서 재무설계사로 근무 중인 이 소장은 신용불량과 개인파산의 수렁에서 허우적거리는 많은 젊은이들을 보며 자녀들의 용돈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고 10여 년 전 자신의 두 자녀를 대상으로 용돈교육을 시작했다. 가정 내 '임상실험'을 거친 용돈교육의 노하우들을 집대성해 동료들과 함께 만든 인터넷 모임이 자녀경제교육연구소. 용돈관리뿐 아니라 자기주도학습까지 알아서 척척 잘해내는 똑똑한 자녀를 만들고 싶다면 다음의 문답에 귀를 기울여 보자.

Q. 금융사들이 주최하는 행사를 비롯해 어린이 경제교육이 붐이다. 차이점이 뭔가?

A. 부모 입장에서 그런 행사들을 다녀봤지만 별로 소득이 없었다. 주식투자법 수요공급의 법칙 등 일회성 지식전달로 그치는 행사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런 지식교육이 아니라 태도와 습관에 대한 교육이다. 합리적인 소비습관 교육 만족지연 훈련 떼쓰기 방지 훈련 욕망조절 훈련 미래를 준비하는 투자 마인드 남을 배려하는 기부 마인드 등. 이런 걸 일관성 있게 실생활에서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결국 부모 자신뿐이다.

Q. 몇 살 때부터 가르쳐야 할까?

A. 용돈교육 이전에 소비교육이 중요하다. 이건 아이가 '사다'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으면 유치원 이전 단계부터 시작할 수 있다. 필요와 욕망의 차이를 가르쳐야 한다. 필요는 충족시켜줘야 하지만 욕망은 조절하고 통제하는 힘을 어려서부터 심어주어야 한다. 이후 셈법을 이해할 무렵부터 용돈교육을 시작하면 된다.

Q. 막무가내로 떼 쓰는 아이를 무슨 수로 막나?

A. 아이들이 장난감 앞에서 떼를 쓰는 건 반드시 그 물건이 갖고 싶어서라기보다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데 대한 섭섭함 때문이다. 아이가 떼를 쓰면 일단 아이에게 필요한 이유를 묻고 그런 마음이 드는 데 대해 공감과 이해를 표해준다. 그리고 네 마음은 알지만 지금은 살 수 없는 합리적 이유를 아이가 설득될 때까지 설명한다. 한번 떼쓰기에 넘어가면 되돌리기 어렵다. 힘들더라도 인내심을 갖고 단호하게 설득해야 점점 아이들이 변화한다.

Q. 아이가 대형 마트 쇼핑 가는 걸 너무 좋아해서 걱정이다.

A. 마트 쇼핑을 할 때는 반드시 쇼핑 목록을 적어 가라. 마구잡이로 물건을 집어 담는 부모를 보면 아이는 쇼핑을 놀이로 인식하게 된다. 아이 장난감을 살 때도 사전에 어떤 것을 살 것인지 협의를 한 후 계획적으로 사줘야 한다. 소비가 즉흥적으로 이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건 금물이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아이를 떼놓고 쇼핑하라.

 

Q. 용돈은 얼마나 줘야 적정한가?

A. 가정 형편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다만 원칙이라면 빠듯하게 줘야 한다는 것이다. 아이가 부족분을 벌충하기 위해 부모님 구두 닦기 같은 홈 아르바이트를 해야겠다고 느낄 정도가 좋다. 용돈을 정할 때는 일방적으로 정하지 말고 임금협상처럼 용돈협의를 하라. 아이에게 필요한 항목의 돈을 적어와 발표하게 하면 처음에는 쑥스럽지만 점차 재미난 가족 이벤트가 되고 아이들도 협상력과 발표력이 길러진다. 아이가 적어온 초안을 합리적 이유를 들어 여러 차례 반려하면 아이들은 자신의 논리로 부모를 설득하려고 할 것이다. 설득 당할 것은 설득 당하되 최종 타결 금액은 초안보다 낮게 책정하는 게 좋다.

Q. 홈 아르바이트는 어떻게 시켜야 하나?

A. 아이에게 시켰을 때 아이가 하지 않으면 화나는 일 예컨대 공부라든가 식사 준비 돕기 같은 것에는 절대로 대가를 줘선 안 된다. 가족을 위한 일은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므로 여기에 대가를 주면 나중에 커서도 사회구성원으로서 이기적 행동을 하게 된다. 자기 방 정？？공부도 자신을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대신 자녀가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을 했을 때는 대가를 주되 사회적 통용 가격보다는 적게 줘야 한다. 구두 한 켤레 닦는데 3000원 정도인데 여기에 만원을 주면 애들이 구두만 닦으려고 할 것이다. 자녀가 돈 욕심에 일을 너무 많이 해도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사전 용돈 협의시 홈아르바이트의 내용 및 기간 횟수 등을 제한하는 게 좋다.

Q. 용돈을 주면 하루도 못 가 다 써버린다.

A. 단호하게 나머지 날들을 용돈 없이 살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준비물 값이나 교통비처럼 학교생활에 꼭 필요한 항목은 용돈에 포함시키지 않는 게 좋다. 가불도 해주지 말라. 반대로 부모도 용돈지급일을 못 맞추는 일이 없어야 한다. 용돈을 잘 나누어 쓸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게 용돈교육이다. 어릴 때는 주 단위로 주다가 조금 자라면 격주 월 단위로 주는 게 좋다.

Q. 아이가 MP4나 스마트폰처럼 비싼 물건을 갖고 싶다고 졸라대는데.

A. 용돈을 모아 사도록 한다. 기다림을 통해 만족을 지연시키는 것이다. 이때 초기에는 일정금액이나 비율을 부모가 보조해주는 게 좋다. 목표를 설정하면 돈을 더 잘 저축할 수 있고 자기 돈이 많이 들어간 물건이라야 귀하게 아껴 쓴다. 고가의 장난감이나 휴대폰 요금 등도 용돈에서 절반을 내게 하면 신중하게 구입하고 무절제하게 사용하지 않는다. 간혹 아이들이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가 있는데 그땐 꼭 이자를 받아라. 그래야 돈의 무서움 이자의 아까움을 절감해 스스로 욕망을 조절하게 된다. 돈에 대한 만족지연이 바로 복리(複利)의 힘이며 이 힘은 시간에서 오는 것이다. 만족지연 훈련을 통해 스스로의 욕망을 조절하고 통제하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이 훈련을 제대로 못 받은 아이들은 나중에 게임중독에 빠지기도 쉽다.

Q. 용돈기입장은 얼마나 자주 검사해야 하나.

A. 용돈을 가지고 뭘 하는지 너무 세세하게 간섭하면 안 된다. 불량식품을 사먹어도 그냥 알아서 하도록 놔두는 게 좋다. 너무 통제하면 자녀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힘을 잃는다. 용돈기입장은 자녀와의 대화 도구로만 사용하라.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기사입력 2011-08-04 2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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