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력 예방교육 어떻게

하루가 멀다 하고 아동 성폭력 사건이 터지면서 어린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불안하다. 하루 종일 아이를 따라다닐 수도 없고 어린 자녀에게 성폭력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성폭력 사건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든 사고처럼 닥칠 수 있는 만큼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해주고 위험에 노출되는 상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아이마다 개인차가 있지만 동화책을 보며 상황을 이해하는 인지능력이 있고 부모와 대화가 가능한 4∼5세부터 성교육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때부터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자연스럽고 반복적으로 성교육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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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폭력 예방교육을 위해 여성가족부와 EBS 공동으로 제작한 어린이 뮤지컬 ‘빨간 모자야 노래를 부르렴!’의 한 장면.
여성가족부 제공
◆아이에게 미리 알려줘야 할 것들

고정애 여성아동폭력피해중앙지원단 총괄팀장은 “성폭력 사건은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교통사고처럼 언제 어디서든 발생할 수 있는 안전의 문제로 아이에게 인식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동시에 아이가 위험 상황을 감지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선 아이에게 자신의 몸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가르쳐 줘야 한다. 엄마나 아빠 등 가족 외에 누구도 아이의 가슴이나 엉덩이 성기 등 주요 부위를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되며 더불어 다른 사람의 몸도 함부로 만져서는 안 된다고 일러줘야 한다.

또 아이에게 누군가 몸을 만지거나 만지려 할 때 자신의 기분이나 감정을 존중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지시켜야 한다. 아이들은 확실하게 싫은 것이 아니라 기분이 이상하거나 애매모호한 느낌일 때 혼란을 느끼는데 그럴 때도 “만지면 싫어요” “하지 마세요” 등 거부의사를 표현하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

특히 평소 친하거나 알고 지내던 사람이 친밀감을 나타내며 몸을 만졌을 때도 거부의사를 분명히 하도록 해야 한다. 아이들은 자신이 좋아하거나 친하다고 생각한 사람일수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혹시 나를 미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더욱 혼란스러워하기 때문이다. “누군가 네 엉덩이나 성기를 만지는 것은 너를 예뻐하거나 너와 친해서가 아니다”라는 경계를 분명히 해줘야 한다. 또 누군가 자신의 몸을 만졌거나 만지려고 했다면 곧바로 부모나 교사에게 이야기하도록 하고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기분이 나빴어요” “무서웠어요” 등 다양한 의사소통 방법을 훈련시켜야 한다.

13세 미만의 아동 성폭력 사건의 패턴을 보면 가해자들은 장난감 사탕 강아지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특징이나 엄마 아빠의 친구 혹은 친척을 사칭해 유인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혼자 다니거나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어둡고 으슥한 길을 다니지 말고 모르는 사람도 절대 따라가지 않도록 주의를 줘야 한다. 또 학교나 유치원 통학로 집 근처 약국이나 편의점 이웃집 등 위급할 때 뛰어가 도움을 청할 곳을 알려주고 미리 위치와 안면 등을 익혀두록 한다. 동시에 “위험한 곳에 가지 마라”라고 막연히 주의를 주는 것보다는 위험한 곳이 어디인지 직접 알려주는 것이 좋다.

◆성폭력 피해가 의심될 때

아동 성폭행 사건의 절반 이상은 아는 사람에 의한 범죄이고 아이의 약점을 이용해 반복적으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고 팀장은 “아이들은 부모에게 말할 시점을 놓쳐 반복적인 추행을 당하기도 한다”면서 “부모에게 빨리 알리지 못해 혼날 것에 대한 두려움 반복된 추행에 자신도 공범자라는 죄책감 때문에 계속 말을 하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자녀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게 되면 최대한 침착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불안한 마음에 아이에게 “왜 따라갔니” “왜 가만히 있었니” “왜 이제서야 말하니” “빨리 말해”라고 다그치거나 반복해서 물으면 아이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생각해 죄책감을 느끼고 감추려고 하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피해 사실의 심각성을 강조하거나 부각시켜서도 안 된다. 아이는 자신이 피해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부모가 흥분하거나 분노하는 모습을 보고 불안해하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금이라도 얘기해 줘서 고마워” “너를 도와 줄게”라고 얘기하며 아이를 안심시키고 노력하면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만약 아이가 피해 사실을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하거나 부모가 감당하기 힘들다면 신속하게 전문 상담기관 등에 의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13세 미만 자녀를 위한 성폭력 예방교육법

▲신체구조와 남녀 차이에 대해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깨우쳐 준다.

▲ 자신과 타인의 몸을 소중히 여기도록 가르친다.

▲누군가(잘 아는 가까운 사람 포함) 몸을 만지거나 만지려고 했다면 바로 부모나 교사에게 이야기하라고 한다.

▲자녀 역시 다른 친구의 신체 부위는 함부로 만지지 않도록 주의를 준다.

▲위험 상황을 감지하고 피할 수 있도록 상황에 맞는 표현과 대처법을 가르쳐 준다.

▲학교(유치원) 통학로와 집근처 약국 편의점 이웃집 등 위급할 때 뛰어가 도움을 청할 곳을 알려주고 미리 위치와 안면 등을 익혀준다.

자료:여성가족부



세계일보/기사입력 2011-06-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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