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이 차고 기울듯 매달 자궁 내막의 일부를 내보내는 생리는 가임기 여성의 일상과도 같지만 자신의 몸을 온전히 사랑하고 받아들이는 일은 어렵다. 예민하기 그지없는 사춘기 소녀들이야 오죽할까. 생리를 그저 귀찮거나 성가신 일 아프고 힘든 일로 치부하기에는 생리를 하는 40여 년이란 시간이 너무 아깝다. 생리가 반갑고 기쁜 일이 될 수 있는 방법 엄마가 딸의 생리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을 체크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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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는 자연스러운 순환의 일부분 여자는 일생 동안 40여 년에 걸쳐 400~500번의 배란을 한다. 이때 수정이 안 된 난자가 죽으면서 자궁 내막이 허물어지는 것이 바로 생리다. 그런데 슈퍼마켓이나 약국에서 생리대를 사면 늘 검은 봉투에 담아주곤 한다. 생리 기간이면 옷매무새에도 신경이 쓰인다. 생리휴가를 마음껏 쓸 수 있는 직장이 드문 현실도 일하는 여성에게는 장애물이다. 게다가 여성단체의 문제 제기를 통해 지난 2002년 생리대의 부가가치세는 면세되었지만 꾸준한 가격 상승세로 그 면세를 체감하기는 힘들다.

요즘이야 덜해졌다지만 오랫동안 여성의 생리는 드러내지 않아야 할 무엇이었다. 그런데 이 자연스러운 현상을 왜 그토록 귀찮고 부담스러운 일로만 여겨왔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인류의 절반인 여성이 겪는 일인데 관련 연구나 보고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 유방에 비해서도 확실히 자궁은 관심을 못 받고 있다. 그저 아이가 자라는 집 정도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의 건강에 있어 무시해서는 안 될 곳이 바로 자궁이다. 생리 또한 건강 상태를 드러내는 창과 같다. 부정적인 인식을 걷어내고 생리에 대한 더 많은 정보와 경험담이 소통되어야 한다.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다양한 강좌나 워크숍 책이 출간되면서 생리를 월경(月經 ‘생명의 경전’이란 뜻)이라 부르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쉬쉬해왔던 그것 초경을 말하자 엄마와 딸의 초경 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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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무덤덤하게 그 일을 알린 것으로 보아 딸은 그날이 오면 내가 몹시 자랑스러워하고 기뻐하며 호들갑을 떨 거라는 사실을 알았던 것 같다. 나는 축하의 말을 두세 마디 하고 난 뒤 하마터면 지나칠 뻔한 꽃집 주차장으로 갑자기 들어갔다. 나는 활짝 웃으면서 테이블 위에 진열된 몇 개 없는 꽃병 중 첫눈에 들어온 그럴싸한 꽃병을 골라 빨간 장미 한 단을 꽂아서 바로 그 자리에서 딸에게 선물했다. (중략) 레베카는 대학에도 꽃병을 가져가서 기숙사 화장대 위 거울 옆에 놓아두었고 때때로 그 꽃병에는 내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받은 꽃을 꽂아놓는다. - 로라 웩슬러 엄마(미국학 교수) 열세 살이던 나는 생리를 시작했다는 사실이 엄마 친구들 앞에서 공개될까봐 겁이 났을지도 모르지만 엄마가 몹시 기뻐하는 모습에 고마움을 느꼈다. 나는 생리를 시작하면서 더 강해지고 뿌듯해지는 자신을 발견했다. 월경에 좋지 않은 감정을 느꼈다는 친구들에게는 월경 덕분에 단단해지고 침착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나는 엄마가 준 꽃이 지금도 시들지 않고 싱싱하게 옆에 놓여 있다고 상상한다. - 레베카 웩슬러 딸(다큐멘터리 감독) 어느 날 교실에서 일어나는데 치마가 (의자에) 착 달라붙었다. 뒤를 돌아보니 황갈색 코듀로이 스커트에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50센트 동전만 한 크기밖에 안 됐지만 내 눈에는 커다랗게 보였다. 나는 치마를 앞으로 홱 돌려서 볼펜으로 그 부분에 색칠을 했다. 그때 예술가로서의 내 경력이 공식적으로 시작되었고 그 후로도 나는 많은 곳에 얼룩을 남겼다. - 니나(시각예술가)
여성 100명의 초경 이야기를 담은 책 「마이 리틀 레드북」에 나오는 에피소드이다. 미국의 사례이긴 해도 엄마와 딸이 초경을 계기로 서로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고 이후 커리어에 영감까지 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척 고무적이다.

생리와 초경은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면서도 사회·경제적 상황을 드러내는 기준이기도 하다. 지난 5월 영국 BBC의 조사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가정의 사회·경제적 수준에 따라 초경 시기가 달라지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한다. 가난한 집 딸들은 평균 12.1세에 부잣집 딸들은 12.5세에 생리를 시작했다는 것. 조사팀은 이에 대해 “초경 시기는 성장 속도 특히 몸무게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절대적 빈곤이 사라지고 있어 잘 먹느냐 못 먹느냐 하는 것보다는 식단의 균형이 변수가 된다. 가정 형편이 어려울수록 식단의 균형이 깨져 비만 확률이 높아져 초경이 빨라진다”라고 설명했다.

영국 통계라서 국내 상황도 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체감할 수 있는 것은 초경 시기가 빨라졌다는 사실이다. 요즘에는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생리를 시작하는 경우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그럴수록 부모는 마음껏 축하만 해줄 수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초경 직후 성장판이 닫힌다는 속설 때문이다. 초경 이후 성장이 멈추는 것은 아니지만 초경과 함께 성호르몬 분비가 시작되면서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생리의 시작은 곧 딸아이가 임신이 가능한 몸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몸은 성인인데 마음은 아직 사춘기인 딸아이 물가에 내놓은 것처럼 불안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자라면 (거의) 누구나 겪는 일 조금 빨라지고 예측하지 못한 상태라고 해서 당황한 모습을 보여주지는 말자. 엄마의 걱정은 딸에게도 전이된다. 축하할 일은 축하해주고 알려주어야 할 지식과 정보는 확실히 알려주는 편이 낫다. 엄마는 물론이고 아빠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 초경은 늘 급작스럽다. 미리 대처해두지 않으면 우왕좌왕하다가 제대로 기념하거나 축하해주지 못한 채 지나치기 십상. 막상 ‘그날’이 왔을 때 아이로 하여금 무엇보다 자연스럽고 행복한 일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도록 하자. 어엿한 한 사람의 성인이 되어간다는 뜻이니 말이다. 지나친 두려움은 없느니만 못하다.

통증도 생리의 일부 현명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있다 사실 생리를 시작하면 신경 써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안 그래도 몸이 불편하고 마음도 예민해져 우울해질 수 있다. 생리통이 심해지는 이유는 다양하다. 호르몬의 영향 생리대나 탐폰에 포함된 화학물질의 영향 그리고 개인 체질 혹은 건강 이상 등이다. 체질적으로 속이 찬 경우 어혈로 인해 생리통이 더 심해질 수 있다.

딸에게 주고 싶은 특별한 선물 면생리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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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9월 ‘SBS 스페셜 - 환경호르몬의 습격’ 편에서는 환경호르몬과 생리대의 관계를 파헤친 바 있다. 만성적인 생리통에서 벗어났다는 여러 증언에 의하면 그 주요 공신은 ‘면 생리대’였다고 한다. 휴대와 사용이 편리한 일회용 생리대는 여성이 활동하는 데 큰 장점을 주었다. 하지만 일회용 생리대의 표백 과정에서 사용하는 염소계 물질과 생리혈을 흡수하는 화학물질은 생리통과 냄새 그리고 자궁내막증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질 내에 삽입하는 탐폰의 경우는 익숙해지면 패드를 쓰기 힘들 정도로 편리하지만 드물게 (1만 명당 2명 정도) 독성쇼크증후군을 유발한다. 흡수력이 좋은 탐폰일수록 장시간 사용하게 되므로 위험성이 크며 포도상구균에 의해 감염 위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면 생리대는 면 소재로 만들어 빨아서 다시 쓰는 다회용 생리대를 일컫는다. 세탁의 번거로움이 있기는 해도 가려움 짓무름 생리통 등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크기 때문에 쓰는 이들이 지속적으로 느는 추세다. 게다가 잘 썩지 않는 일회용 생리대 쓰레기를 줄이는 효과까지 있으니 권할 만하다.

사용 후에는 찬물에 세 시간쯤 담가 두면 핏물이 잘 우러나온다. 헹구는 물에 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리거나 햇볕에 말리면 살균 효과가 좋다. 면 생리대 하나를 사는 데 일회용 생리대 수십 개들이 정도의 돈이 들긴 하지만 입지 않는 순면 소재의 티셔츠나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융 천으로 만들어 쓸 수 있어 경제적이다.

“아이에게 아토피가 있어 환경호르몬이나 화학물질에 매우 민감한 편이에요. 생활협동조합 모임에서 면 생리대를 선물받아서 5년 전부터 쓰고 있는데 요즘엔 제가 직접 만들어 쓰고 주변에 선물도 해요. 얼마 전에는 아이들 선생님께도 선물해드렸어요. 천연 염색 원단을 구해 정성껏 만들어드렸더니 정말 좋아하시더라고요. 소중한 분을 위한 특별한 선물로도 제격이에요.” - 민아맘(42)

천연 섬유로 생활용품 만드는 공방 ‘네모의 꿈’의 이지은·김윤주씨가 알려준 집에 있는 재료로 생리대 만드는 법

* 준비물: 입지 않는 면 티셔츠(순면 혹은 유기농 면) 바느질 도구 똑딱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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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본은 안쪽 몸에 닿는 부분이고 오른쪽 본은 안감을 교환할 수 있게 중간이 터져 있다. 티셔츠에 본을 대고 도안을 그린 뒤 시접을 두고 재단가위로 자르고 안감도 따로 재단한다. 오른쪽 본은 올이 풀리지 않게 바깥쪽을 접어 홈질한 뒤 안감을 같이 대고 바깥 시접을 따라 홈질한다. 왼쪽 본과 오른쪽 본을 모양에 맞게 고정한 뒤 뒤집을 수 있는 창구멍을 남기고 둘레를 따라 홈질한다. 안과 겉을 뒤집은 뒤 매무새를 정돈하고 똑딱단추를 달면 완성! 개개인의 용도에 따라 방수천을 활용하기도 한다.

티셔츠뿐만 아니라 집에 있는 다양한 재료를 사용할 수 있다. 기저귀 천이나 더는 입지 않는 순면 내복이나 내의도 좋고 타월로 된 면 행주는 흡수력이 좋아 소독과 살균을 해서 쓰면 된다.

상세한 방법과 과정은 「핸드메이드 생리대」 책이나 친환경 바느질 공방 ‘네모의 꿈(blog.naver.com/nemo2007)’ 시민단체 ‘피자매연대(www.bloodsisters.or.kr)’ 홈페이지를 참조하자. 생리대 본과 천 상가 정보까지 다양한 기초 지식이 자세히 나와 있어 초보자에게 유용하다. 종종 생리대 만들기 워크숍이 열리므로 참석하면 손쉽게 배울 수 있다.

바느질용 키트(생리대를 만들 본과 천 똑딱단추 등이 담긴 세트는 1만원 정도면 구입 가능)와 완제품 등을 파는 곳도 다양하다. ‘면 생리대’로 검색하면 수십 곳의 쇼핑몰이 주르륵 뜬다. 대량 생산되는 곳인지 소재는 유기농을 사용하는지에 따라 가격은 천차만별. 검증된 친환경용품을 판매하는 생협이나 여성단체에서 파는 생리대라면 더 믿을 수 있다.

[한의사 이유명호로부터 듣는 생리에 관한 Q&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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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 기간에는 왜 이렇게 온몸이 다 아프죠? - 생리는 전반적인 몸의 건강 상태를 알려주는 바로미터와도 같다. 예민하고 체력이 약할수록 생리 전에 긴장이나 통증이 잘 생기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평소 빈혈이 심하고 저혈압인 사람은 머리가 무겁고 시야가 흐려지는 증상도 생긴다. 이때는 진통제도 잘 듣지 않으니 식사를 잘 챙기고 부신 기능을 회복하는 요법으로 치료해야 한다.
우울증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 평소 우울감이나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면 월경 중에 더 심해질 수 있다. 억지로 떨쳐내려고 하기보다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차라리 눈물을 흘려 몸속에 쌓인 슬픔이나 독소를 쏟아내는 편이 낫다.

생리를 할 때 좋은 음식과 피해야 할 음식을 알려주세요. - 찬물과 밀가루 음식 설탕이 들어간 차 종류는 부종을 악화시켜 몸을 더 붓게 만든다. 옥수수차나 크랜베리주스 등 이뇨를 돕는 차가 이롭다. 평소보다 식사량을 줄이며 지나친 육식을 피하고 나물과 채소 각종 해산물 위주로 먹는다. 지혈을 돕는 연근 우엉 양배추 등도 좋다.
 
＜■글 / 위성은(객원기자) ■사진제공 / 경향신문 포토뱅크 북센스 ■참고서적 /「핸드메이드 생리대」(북센스) 「마이 리틀 레드북」(부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웅진지식하우스)＞

기사입력 2011-08-19 15: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