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아니” “안해”…  요즘 제 네살배기 큰아이 재잘이가 가장 많이 쓰는 말입니다. ‘미운 일곱살’이 요즘엔 ‘미운 네살’로 바뀌었다고 하더니 정말 저도 모르게 한 대 콕 쥐어박고(상당히 완화시킨 표현입니당~^ ^;;;)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일곱살짜리 딸을 둔 제 여동생 말이 절 더 기막히게 만들더군요. “네살은 아무것도 아냐. 일곱살짜리 미운 짓은 정말 못참아. 얼마나 반항이 심한지 오죽하면 ‘제1의 사춘기’라잖아.” 아아 이 시련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단 말입니까 ^ ^    아무튼 아침 출근 시간마다 전쟁입니다. 그나마 이녀석이 유일하게 겁내는 건 이 엄마인데-얼굴 보기 힘든 아빠와 사이가 나빠질까봐 제가 엄모(嚴母)역을 맡았죠- 제가 잠깐만 자리를 비워도 온 집안이 떠나갈 듯 떼를 쓰기 때문입니다. 출근시간이 빠른 저부터 먼저 밥을 먹고 화장 마무리하러 안방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아이가 아빠와 할머니(아이를 봐주시는 아주머니)를 상대로 “밥 안 먹어”하고 아파트가 떠나갈 듯 소리지르는 게 들립니다. 이어 달래는 아빠와 할머니가 쩔쩔 매는 소리…. 이어 둘째 빵글이마저 형의 소리에 놀라 울어대기 시작하는 겁니다. 결국 제가 방에서 “어느 놈이 이렇게 아침부터 말을 안들어?”하면서 나오고 맙니다. 그런데 말이죠 요 ‘뺀질이’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떼 쓰는 걸 멈추고 “으응~ 엄마가 밥 먹여주면 먹으려고 그랬지”하고 미소까지 띄우며 능청을 떠는 겁니다. 아이구 미워라… 그런 정도니 제가 출근한 뒤 어린이집에 보내기까지 아빠와 할머니가 세수 시키고 옷 갈아입히며 겪는 고난은 안 봐도 비디오죠. ^ ^    그런 녀석이 엄마보다 더 무서워하는 사람이 딱 하나 아니 딱 둘 있습니다. 바로 같은 아파트에 사는 쌍둥이 자매에요. 누굴 닮았는지(^ ^) 벌써부터 이 녀석이 여자에 죽고 못 사네요. 그게 요즘 훨씬 더 심해져서 정말 눈꼴 사나와 못봐줄 정도라니까요.    이 쌍둥이 자매는 저희 재잘이보다 5개월 빠른 아이들인데 2년 전쯤 우연히 아파트 놀이터에서 사귀게 된 뒤로 서로 하루라도 못보면 아주 난리가 납니다. 하긴 만 3년 남짓한 이 녀석들 인생에서 2년의 세월을 함께 했으니 그 정이 오죽하겠습니까. ^ ^;;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는 이 자매는 우리 재잘이가 어린이집에서 돌아올 때면 아예 우리 집에 와서 기다립니다. 셔틀버스가 도착할 시간이면 문 앞에 나가 기다리고 있고 재잘이는 버스에서 내리기가 무섭게 이 아이들과 포옹을 하고 껑충껑충 뛰며 하룻밤(?) 만의 해후를 감격해하는 겁니다!!!    연휴 등으로 이 아이들을 못 만나게 되는 날도 하루 종일 우리 재잘이 입에선 이 A양과 B양(?)의 이름이 끊이지 않습니다. 뭐 먹을 걸 사도 “AB도 사줘야 하는데” 저와 함께 색종이 같은 걸로 뭘 오려도 “이건 AB 줄 건데”…. 정말 치사합니다. 엄마는 벌써 그 다음 순위로 밀려났어요. 그뿐인가요. 독점욕까지 얼마나 심한지 얼마 전엔 그랬대요. 아는 분이 저희 시어머님과 무심코 A와 B의 얘기를 하는 걸 들은 이 녀석이 “왜 A B 얘기를 하나?”하면서 그 아이들 얘기를 할 수 있는 건 자신 밖에 없다는 듯 말도 못 꺼내게 하더라는 거에요. 그래서 어머님이 “할머니가 AB도 사랑해서 한 얘긴데 뭘 그러니”하셨더니 이 녀석 왈 “아냐 A B는 나만 사랑할 겁탑? 걔네들 얘기하지 마.”    그렇게 어른들 말을 안 듣는 이 재잘이 녀석이 제일 무서워 하는 말도 바로 AB의 “그러면 우리 집에 가버린다”랍니다. 장난감 때문에 싸우다가도 자매가 토라져서 그 한마디를 내뱉으면 울면서 양보하고 만대요.    이제 네 살인데 벌써 이 모양이니... 정말 요즘같아선 ‘품 안의 자식’이란 옛 어른들 말씀이 자꾸 떠오릅니다. 에궁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이 아이들 세대엔 여자 수가 모자라 짝이 안 맞는다니 여자애들한테 절대적으로 잘 보일 수 있도록 아이를 위해 제가 일찌감치 물러나야겠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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