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학교 엄마들의 SNS 단체 채팅방! 쉽고 빠르고 편리하다고 좋아하기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글로만 오가는 대화이다 보니 오해도 생기기 십상이다. 일일이 챙기자니 버겁고 안 끼자니 영 불안한 엄마들의 ‘단톡방(단체 카카오톡 방)’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자.

단톡방에서 성적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곧 공공의 적이 되는 지름길이다. 잘해도, 못해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 주제가 아이의 성적이다. 아예 꺼내지 말자. 내 아이의 성적 이야기만 안 한다고 끝이 아니다. “○○엄마, ○○ 100점 맞았다면서요?”부터 “△△는 60점은 넘었다면서요. 우리 애는 58점이 뭐래요”까지 모두 일종의 점수 아우팅(Outing)이다. 점수가 나쁜 엄마는 말할 것도 없고 점수가 좋은 엄마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또 해당 엄마가 아니라도 ‘상을 받았다’, ‘대회 대표로 뽑혔다’, ‘유일하게 올백을 맞았다’라는 등의 소식은 사실 누구도 듣고 싶지 않다. 단톡방에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미 다 알고 속으로는 각자의 방식대로 소화하고 있게 마련이다. 단톡방에서의 성적 이야기! ‘비록’ 내게는 재미있고 유용한 주제일지라도 누구에게나 매우 불편한 주제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자.

단톡방은 공지사항이 있을 때 말고도 일상적으로 많은 대화가 오가는 장이다. 아이들의 등하교를 전후해 특히 활발하다. 숙제나 준비물 등에 대해 서로 묻고 정보를 교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SNS 채팅이 온라인이라고 24시간 온에어 상태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늦은 밤까지 수시로 울리는 알림음의 공해를 한 번쯤 경험해봤을 것이다. 무음으로 설정해놓거나 프로필 창에 ‘몇 시 이후에는 확인하지 않는다’라는 공지를 올려놓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방어자의 소극적인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게다가 확인 여부와 확인 속도, 답변 여부도 채팅에선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반이나 학교 분위기에 따라 채팅 마감 시간이 다를 수 있지만 최소한 다른 가족들의 저녁 식사 시간 이후에는 글을 올리지 말자. 그것은 당연히 지켜야 할 예절이다.

비단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사적인 질문은 되도록 삼가야 한다. 엄마들의 출신 대학부터 아빠들의 직업까지 종류를 가리지 않고 말이다. 사심 없이 궁금해서 물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궁금함조차 ‘비매너’라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묻지 않는다고 다가 아니다. “애 아빠 병원 환자가…”, “저희 부부가 스카이 출신 CC였는데요” 같은 말로 은근히 자기 정보를 흘리며 과시하는 엄마들이 있다. 또 이사를 가거나 오게 된 자신의 상황을 먼저 이야기하며 집 시세를 물어본다든지, 다른 엄마들의 집이 자가인지 전세인지, 월세인지 묻는 경우도 있다. 모두 해서는 안 될 말들이다. ‘별 뜻 없이’ 한 말이라지만 듣는 사람들에겐 이미 ‘별의별 뜻 있는’ 말이 된다.

말이 아닌 글로 대화를 주고받을 때 본 의미가 약 20%밖에 전달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만큼 오해의 소지가 많고 저마다의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적잖은 돈을 지불해가며 값비싼 이모티콘을 구입해 사용하자는 말이 아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문자부호나 이모티콘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네”와 “네!”, “네, 네~” 등이 다 느낌이 다르다. 또, “네!^^”와 “…네”가 다르다. 과하면 가벼워 보이고 인색하면 비협조적으로 느껴진다. 적당한 선에서 학교 일에 협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부드럽게 대화를 이어나가자. 다양한 문장부호와 이모티콘을 잘만 활용하면 껄끄러운 엄마들과도 얼굴을 대면하지 않고 수월하게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좋은 점도 있으니 말이다.

무슨 이야기를 하든 즉각적인 답과 열렬한 호응을 바라는 엄마가 있다. 자신의 말에 누가 답을 했고 누가 답을 안 했는지 은근히 카운트하고 있는 엄마도 있다. 또 특정 엄마에게만 답을 하고 다른 이들의 말은 대꾸도 하지 않는 엄마도 있다. 게다가 이런 엄마가 반 대표이거나 은근히 힘 있는 엄마라면 정말 한 해가 끔찍해진다. 단톡방에서는 어느 정도 즉각적인 답도, 열렬한 호응도 기대하지 말자. 또 반대로 진심이 아닌 열렬한 답이나 관리 차원의 답도 삼가자. 할 말이 있다면 정확하게, 답을 할 때는 예의를 갖춰 하자. 소소한 반응들에 조금은 초월할 필요가 있다. 특히 단톡방에서는 말이다.

단톡방은 ‘단체’ 채팅방임을 절대 잊지 말자. 반 엄마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오늘 ▒ ▒이가 우리 애를 때려서 선생님께 혼났나 봐요. 주의 좀 부탁드릴게요. oo엄마! ^^”라고 올렸다고 치자. 이건 일종의 선전포고다. 아이들 일은 복잡다단하다.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하기 어려운 일이 태반이다. 또 설령 일방적으로 가해자, 피해자를 나눌 수 있는 사안이라도 단톡방에 일대일 개개인의 일을, 그것도 아이들의 일을 올린다는 것은 지극히 의도적인 수다. 단톡방에서 망신을 주겠다는 뜻이거나, 문제아임을 은연중에 덮어씌우는 일이다. 당사자 외에 다른 엄마들도 난처하긴 마찬가지다. 개개인의 문제는 전화나 일대일 채팅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정치나 종교 이야기는 가족 간에도 하기 어려운 민감한 주제다. 그런데 하물며 어려운 단톡방이라면? 그러나 한 반에 한 명은 꼭 있다. 선거철 전후로, 큰 사건 사고가 터지면, 사회적인 이슈가 생기면, 혹은 종교적인 사명감에 나 홀로 불타올라 한 화면에 다 보이지도 않는 긴 글을, 절대로 자신이 썼을 리 없는 세상 음모론이 가득한 글을 신나게 올린다. 그 순간 단톡방은 일시 정지 상태가 된다. 답을 하기도, 안 하기도 난감하다. 그런데 적반하장 격으로 혼자만 정의감에 불타올라 “우리 반은 의식 있는 엄마가 없다”라고 한탄한다. ‘대략 난감’이란 말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말일 것이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없고 듣기 싫은 말이 있다면 바로 남의 자식 자랑이다. 진짜 잘나서 하는 자랑이든, 못나서 하는 거짓말이든 남의 자식 얘긴 요샛말로 ‘안물안궁(‘안 물어봤고 안 궁금하다’의 줄임말)’이다. 성적 얘길 한 것도 아니고 공부 자랑한 것도 아니니 괜찮은 것 아니냐는 엄마가 있다. 하지만 자식이 그린 그림, 박물관이라도 데려가 찍은 사진들을 단톡방에 마구잡이로 올리며 다른 엄마들의 반응을 기대하는 엄마들이 있다. 해외여행이라도 갔다 치면 내내 사진과 자랑글로 융단폭격을 가한다. 그쯤 되면 눈치도 없는 실없는 엄마라는 인상만 남는다. 진짜 자식 자랑은 내가 아닌 남이 해주는 것임을 명심하자.

요즘은 반대표 엄마가 스마트폰을 쓰지 않는 엄마의 경우 따로 연락처를 알려달라 공지한다. 전달사항을 따로 문자메시지로 보내기 위해서다. 스마트폰 사용 여부야 개인의 자유이니 엄마 모임 때문에 폰을 교체하라고 요구할 순 없다. 그러나 자신은 SNS를 하지 않는다고 밝히거나 매우 부정적이라는 의견을 내며 자신에게만 따로 문자메세지로 연락할 것을 요구하는 엄마들이 있다.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엄마들의 단톡방에 대해 ‘쓸데없는 짓’이란 뉘앙스의 오묘한 말을 더하는 이도 있다. SNS의 이용 여부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따로 문자메시지를 보낸다는 것 자체가 반 대표 엄마의 업무를 하나 더 늘리는 것이라는 점은 잊지 않는 것이 좋겠다.

단톡방에서 특히 삼가야 할 것은 직장 맘과 전업 맘의 편 가르기다. 학교 행사나 봉사활동 등 다양한 참여가 필수인 단톡방에서는 말이다. 반 모임이나 학교 행사 도우미 활동에 매사 ‘직장 때문에’ 불참한다면 어느 전업 엄마가 달가워하겠는가. 거기에 슬쩍 “그날 학회가 있어서…”라는 식으로 과시를 실어서 답했다면? 직장 맘들은 전업 맘들이 자신들을 껴주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전업 맘도 직장에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직장 맘을 대신해 늘 궂은일을 도맡아 해야 할 이유는 없다. 전업 맘 역시 직장 맘의 어려운 상황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성의의 문제다. 그러니 단톡방에서만큼은 절대 직장 맘과 전업 맘을 나누는 언행을 삼가는 게 현명하다.

출처 : 레이디경향 / ＜■기획 / 장회정 기자 ■글 / 강은진(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