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2학년 한성이는 학기 초부터 학교 가기를 싫어했다. 선생님이 무섭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좀 엄해서 아이들을 단체로 벌 주기도 하고 가끔 손바닥을 때린다. 그러나 한성이가 벌을 받거나 매를 맞은 적은 없다. 겁이 많고 소심하다 보니 남이 혼나는 것만 봐도 겁을 내는 것이다.

4학년 종택이는 아빠를 무서워한다. 종택이가 산만해서 식사시간에도 얌전히 앉아 있지 않고 숙제도 제때 하지 않는 등 야단맞을 거리가 많다. 종택이 아빠도 성격이 급해 화가 나면 손이 올라가고 소리부터 버럭 지른다.

종택이는 놀이치료시간 게임을 할 때 상담자를 반칙을 써서라도 이겨야 직성이 풀린다. 그것도 10대1 정도로 크게 이겨야 흡족해한다. 이는 어릴 때부터 아빠한테 제압당한 감정을 푸는 것이다.

벌을 주거나 매를 드는 목적은 아이의 잘못된 버릇을 고치려는 것이다. 어른의 감정에 따라 화를 내고 야단치면 소용이 없다. 아이의 마음속에 상처와 앙금을 남길 뿐이다. 성격상 잘 안 된다고 후회하면서도 반복하는 악순환을 거듭하는 것은 부모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학생 아들의 잦은 가출로 찾아온 한 어머니는 자신이 어릴 때부터 부모한테 맞고 커서 그런지 아이를 야단칠 때 감정이 자제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한 번 폭발하면 20~30분을 이어간다고 했다.

아이를 벌 주는 정도는 잘못의 정도에 따라 달라야겠지만 아이가 매를 무서워하는 정도에 따라서도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이는 아이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다. 벌을 받은 다음 행동이 고쳐지고 아이도 계속 밝고 명랑하다면 수위가 적절한 것이다. 부모를 지나치게 무서워하거나 야단맞지 않으려고 행동한다면 벌의 수위가 그만큼 높았다고 볼 수 있다.

매를 들기만 해도 벌벌 떨며 겁을 먹는 아이는 때릴 필요가 없다. 아이가 약간 뜨끔할 정도로만 야단을 쳐야 한다. 매가 필요한가 아닌가의 논란은 별 의미가 없다.

가끔 아이가 잘못해서 크게 혼을 냈는데도 다음날 또 잘못을 반복하면 더욱 세게 혼내야 하는 것인지 답답해하는 부모가 있다. 매나 벌이나 꾸중은 행동을 멈추게 하기 위한 일시적인 방편일 뿐이다. 혼내기 이전에 아이가 왜 그 행동을 멈추지 못하는지 근본 원인을 찾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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