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가 자신들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는 아이의 심리적인 상태나 문제가 눈에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가 별거나 이혼 후에야 비로소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에게는 별거 이혼 등의 사건보다도 지속적인 가정의 불화가 더욱 나쁜 영향을 미친다.    선우(가명)는 24개월 된 여자아이다. 부모가 별거에 들어간 뒤 갑자기 눈을 맞추지 않고 무표정해졌다고 병원을 찾았다.    선우의 부모는 결혼 직후부터 극심한 불화를 겪어왔다. 선우 아빠는 도박을 좋아해 돈을 크게 잃기도 하고 공금을 유용해 직장까지 그만두게 되었지만 버릇을 고치지 못했고직장을 잃은 뒤에는 술을 먹고 폭력을 쓰기까지 했다고 한다. 참다 못한 선우 엄마는 별거를 결심하고 선우를 데리고 친정으로 나왔는데 선우의 상태가 이러니 이혼을 해야할지 재결합을 해야할지 고민이 많다고 했다.    부모의 별거나 이혼은 아이의 연령에 따라 끼치는 영향이 다르다. 24개월 정도면 아빠와의 이별 그 자체보다는 엄마의 심리적인 상태나 안정도가 아이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시기다. 선우의 경우 결혼 후 3년여 동안 엄마는 아주 불안정한 상태에서 결혼 생활 자체에 회의를 느끼며 시간을 보냈다. 어떻게든 남편의 도박습관을 고쳐 보겠다고 싸우기도 하고 자살 시도를 해보이면서 엄마는 심한 우울상태에 빠졌는데엄마의 우울은 이 시기 아이들에게 가장 위험한 요인이다.    하지만 선우 엄마는 그 동안에는 아이의 상태가 보이지 않다가 별거 생활에 들어가면서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생기고 그제서야 아이가 어떤 지경이었는지 돌아보게 된 것이다. 선우 엄마는 별거 결정이 경솔한 것은 아니었는지 죄책감에 시달리게 되었다. 하지만 남편의 도박 중독이 자신의 소극적인 노력만으로는 해결되기 힘들다는 것과 남편의 도박 중독이 해결되지 않은 채로 심한 불화 속에서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선우 아빠는 별거 뒤 도박에 대한 치료의 필요성을 비로소 느끼고 노력을 시작했으며선우 엄마는 자신의 결정에 자신감을 갖고 아이에게도 일관성 있는 태도를 취하게 되었다. 그제서야 선우는 차츰 자연스럽게 회복되어 갔다.    연세누리정신과 원장(02-6357-7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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