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의성은 사물의 표면에만 관심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이면 즉 안 보이는 곳까지도 관심을 쏟는 것이다.    필자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 하나. 책 속의 꽃송이를 세어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아주 작은 꽃망울까지 세었다가 꾸중을 들었다. 그 때 선생님은 피어있는 꽃을 꽃송이로 생각하신 것이었지만 필자는 조만간에 꽃이 될 꽃망울까지도 꽃송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문제의 근원이었다. 그 뒤 특이한 버릇을 갖게 되었다. ‘지금 현재’와 ‘가까운 미래’를 구분하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질문을 받으면지금 눈 앞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에 대해 묻는지 아니면 앞으로 일어날 것에 대해 묻는 것인지 확인하게 된다.    종이에 동물들 그려 반으로 접으면 몇마리나 보이나요? 안보인다고 없는 것은 아니랍니다    이런 질문 습관은 또 다른 습관을 낳았다. 지금 바로 보이는 것과 공간적으로 가려서 안 보이는 것을 구분하게 된 것이다. 아이와 함께 책을 읽다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 “그림 속의 사슴이 몇 마리야” 아이는 눈에 보이는 사슴의 수를 말한다. 그런데 아이가 한 말은 틀렸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사슴은 대체로 산에 있는데 아이는 산의 한쪽 면만을 보았기 때문이다. 책은 평면적이니 한쪽 면만을 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산의 이 쪽에 사슴이 있다면 산의 저 쪽에도 사슴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아이에게 세상을 보는 방법을 가르치면 아이는 입체적인 상황을 구성하는 능력이 증진되는 것이다.    지금 눈에 안 보이는 것을 볼 수 있게 만드는 방법은 아이의 수준에 따라 달리 적용되어야 한다. 어린 아이의 경우에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화책으로 할 수 있다.    (1) 산이나 평원에 동물이 있는 그림을 선택한다.  (2) 아이에게 동물의 수를 묻는다.  (3) 이제는 부모가 그 그림을 이용해 안 보이는 곳에 있는 동물의 수를 확인시킬 수 있는 자료를 만든다.  (4) 산위에 있는 동물 그림을 활용할 경우에는 큰 종이를 준비한 다음 말면 산처럼 원뿔이 되도록 부채꼴로 선을 긋는다.  (5) 선을 따라 자르고 풀로 붙이면 산모양의 원뿔이 되게 선을 그려야 한다.  (6) 종이를 임의로 삼등분한 다음 가운데 부분을 비워두고 양옆 부분에 그림을 오리거나 복사하여 붙인다.  (7) 가운데 빈 공간에 아이가 그림 속의 동물을 그리게 한다. 아이가 그림을 그린 다음에 산처럼 둥그렇게 만다.  (8) 아이가 아까 보았던 그림이 보이게 한 후에 그림 속의 동물의 수를 물으면 아이는 자기가 그렸던 그림의 수까지 포함하여 말하게 된다.  (9) 평원 그림인 경우에는 종이를 임의로 4등분한 다음 가운데 부분은 그대로 두고 양옆 부분에 오리거나 복사한 그림을 붙인다.  (10) 가운데 빈 부분에 아이가 그림을 그리게 한다.  (11) 그런 다음에 다양한 방식으로 접으면 위와 유사한 활동이 가능해진다.    이런 활동이 바로 보이지 않는 것까지도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만드는 창의성의 세계이다.    나이가 좀 더 많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할 때는 가족끼리 게임을 할 수도 있다. 종이 상자나 우유팩을 준비한다. 여러 면에 각자 그림을 그린 다음에 이미 자기가 본 적이 있는 면의 반대 면에는 몇 마리가 있는지 상대방이 예측하여 맞추게 하는 게임을 할 수 있다. 상자는 대부분 육면체이기 때문에 6개의 면이 있다. 면마다 서로 다른 수의 동물 그림을 그린 다음에 한 면씩 보여주면서 상대방이 맞추게 하는 것이다. 이런 유형의 게임은 매우 다양하게 운영할 수 있다.    임선하/현대창의성연구소장 creman@creman.net      자료출처 :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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