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부가 쉽다고?    초등학교 3학년인 딸아이가 물었다. ‘met amorphic rock’이 무슨 뜻이냐고.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괴상한 단어다. 13인치 TV 만한 큰 사전에 찾아보니 구석에 조그맣게 나와 있다. 변성암이다. 딸아이가 다시 물었다. 변성암이 뭐냐고 그리고 퇴적작용은 또 뭐냐고. 모두 영어로 이야기하고 영어로 대답해야 한다.    딸아이가 연달아 던지는 질문에 숨이 턱 막힌다. 지구의 자전은 무엇이고 공전은 무엇인가. 한국말이면 뭐라고 알은체 설명하겠는데 아이들이 학교 가서 대답할 수 있도록 영어로 설명하려니 죽을 맛이다. 명색이 박사과정에 있는 내가 초등학교 3학년인 딸아이의 과제도 처리 못해 쩔쩔매다니. 필자가 미국에서 공부하던 불과 2년 전 이야기다.    조기유학이나 미국 이민을 가는 사람 대부분이 지긋지긋한 과열교육 입시지옥을 피해 간다고들 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미국이라고 느긋하게 공부해도 되는 나라일까. 천만의 말씀이다. 초등 3 4년만 돼도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은 아이에게 미국 공부는 힘들다. 어려운 단어가 필요없는 수학은 한국에 비해 그런대로 쉬웠지만 사회-과학 등 과목은 미리 제대로 챙기지 않으면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빡빡하다.    유학과 어학연수를 떠나는 학생이 해마다 증가함에 따라 올 상반기 교육수지 적자가 사상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이는 국내 교육 현실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폭발적으로 커져가고 있다는 좋은 예다. 한국은행은 최근 "올 상반기 한국인이 유학과 연수 목적으로 해외에 나가 쓴 돈은 8억2천90만달러(약 9천7백억원)로 사상 최대라고 밝혔다.    교육계에선 이같이 교육 관련 해외 지출 규모가 커진 원인으로 초등생에게까지 번진 조기유학 붐을 점을 들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1998년 1562명이던 초-중-고생 조기유학도 99년 1839명 2000년 4397명 2001년 7944명으로 기하급수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이 해외에서 쓴 돈은 1998년 8억달러에서 지난해엔 14억2천6백10만달러로 해마다 늘었고 올해에는 무려 2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같은 유학은 외화 유출의 폐단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가정 파괴 현상까지 일으키고 있다. ‘기러기 아빠’가 월급 대부분을 유학 및 생활 비용으로 송금하고 자신은 국내 단칸방에서 곤궁한 생활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일부 전문가는 “국내의 부실한 공교육 천문학적 액수의 사교육비 곳곳에 널린 비교육적 환경 비효율적인 교육방식 등을 해결하지 않는 한 누구도 해외 유학과 연수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 유학이 최선의 방책은 아니다. 스쿨버스에 내리는 아이에 앞서 과제물 체크하기가 더 화급하다. 퀴즈를 비롯해 시험은 시도때도없이 있다. 물론 주마다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미국 초등학교 3년생 이상은 1주일이 멀다하고 시험을 치른다. 많은 주는 초등학교부터 아예 우열반으로 나누어 아이의 학습 능력에 따라 가르친다. 이른바 ‘AAP(Advanced Academic Program) 클래스’에 들어가려면 죽어라고 공부해야 한다. 미국 공부가 쉽다는 말씀은 정말 뭘 몰라도 한참 모르시는 말씀이다.    김동률〈(주)보나엠 경영고문-매체경영학 박사] yule21@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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