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지에는 아이들의 '비밀정보'가 숨겨져 있다!      여름방학을 앞두고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국어·수학·과학·사회 등을 평가하는 시험을 쳤다. 사실상 ‘기말고사’를 본 셈이다. 초등학교에 수행평가가 도입된 뒤 이렇게 모든 학생이 시험을 보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학력 신장’이 강조되면서 예전처럼 중간고사나 기말고사를 치르는 초등학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시험 결과에 대한 학부모의 관심도 매우 높아졌다. 시험지를 받아들고 점수가 나쁘면 꾸지람을 한다. 시험을 잘 쳤다 해도 아이의 점수가 교실에서 몇등 정도 하는지 탐문하려고 애쓴다.      그러나 시험의 결과에만 관심을 쏟고 시험지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은 부모 스스로 ‘학습 지도’의 좋은 기회를 버리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교사들은 말한다.    아이의 손에 쥐어진 시험지에는 아이의 공부와 관련해 ‘비밀정보’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시험지를 잘 살펴보면 아이가 무엇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지 무엇을 어려워하는지 등을 알 수 있고 이를 제대로 파악하면 방학을 이용해 효율적인 복습과 예습 지도를 할 수 있다.      부모들은 먼저 시험의 구성원리를 알아야 한다. 모든 시험은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 등 난이도에 따라서만 배열되지 않는다. 수학의 경우 △개념 이해 △개념 익히기(계산문제 등) △응용 등으로 구성된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다. 교사들은 교육과정의 규정에 따라 해당 단원의 지식 이해와 활용 응용 등으로 나눠 문제를 출제한다.      그러므로 학부모는 자녀의 시험지를 보면서 아이가 틀린 문제를 살펴보고 왜 틀렸는지를 찬찬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특히 수학의 경우 학원 등에서 문제풀이 훈련을 하다보면 개념에 대한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공식만 외우면 계산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주의를 쏟아야 한다.      서울교대 수학교육과 배종수 교수는 “수학 시험은 개념의 이해 없이도 계산 훈련만으로 괜찮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며 “개념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나중에는 결국 수학을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대모초등학교 현희승 교사는 “나눗셈 문제를 틀리는 아이가 있어 확인해 보니 이전에 배운 뺄셈을 이해 못했기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사회와 과학 시험지를 뜯어보면 아이들이 낱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뜻밖에도 많음을 알 수 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강우량’ ‘경기 침체’ 등 한자어로 된 어려운 개념어가 많이 등장한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아이들은 문제의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아이가 이런 이유로 문제를 틀렸는데도 시험을 잘 못쳤다고 문제집만 안겨주고 문제풀이만 반복하게 하면 이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부모 스스로의 힘만으로 이런 진단이 어려울 경우 교사의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평가의 결과를 제대로 해석해낼 수 있는 이는 역시 교사다. 경기 여주 이포초등학교 임덕연 교사는 “교사들은 평가의 결과를 놓고 새로운 수업계획을 세운다”며 “평가 결과의 의미를 가장 잘 아는 만큼 학부모 상담을 통해 학습 방향을 함께 잡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학기말 시험을 통해 확인된 결과를 바탕으로 방학 학습계획을 잡으면 좋고 하다못해 학습지를 고르는 데도 교사의 충고가 가장 좋은 안내가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학부모들이 놓쳐선 안 되는 대목이 있다. 7차 교육과정은 활동 중심이라 결과만을 평가하는 지필고사는 아이의 일부만을 평가할 뿐이라는 사실이다. 어쩌면 단편적인 지식은 부족하더라도 나름의 소질을 계발하거나 문제해결 능력을 기르는 아이들도 많음을 학부모들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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