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죽겠다."  박은정 씨(35ㆍ서울 종로구)는 얼마 전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집에 돌아온 초등학 교 2학년 딸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처음엔 어디가 아픈 줄 알고 가슴이 철렁했지만 딸에게 물어보니 '오랫동안 볼일을 참은 것'이 그 원인이었다. 박씨는 "바보같이 그걸 왜 참느냐"고 나무랐지만 "물로 씻어주는 게 없어서 학교에선 화장실 가기가 싫다"는 딸의 대답을 듣고서야 상황을 이해했다.    어릴 때부터 비데가 설치된 좌변기를 사용해온 어린이들이 학교 화장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양천구 장 모군(9)은 학교 화장실을 기피(?)하다가 변비까지 얻은 사례.    음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식단을 바꾸기까지 했던 장군 어머니는 "애가 비데에 익숙하다보니 휴지로 뒤처리하는 것을 상당히 불편해한다"며 "밖에서 일을 못보고 참다가 변비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지역 A초등학교 이 모 교사는 "아이들이 몰래 교사용 화장실을 이용할 때가 많 아 타일렀더니 '선생님 칸에는 비데가 설치돼 있어서 그랬다'는 해명(?)을 들었다" 고 전했다.    이 교사는 "가정환경이 좋아지다 보니 이런 문제도 생기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학교 화장실 부적응 문제를 겪는 것은 다 자란 중학생도 마찬가지. 경기도 일산 B 중학교 옆에는 아파트촌이 있는데 쉬는 시간이면 화장실을 가기 위해 집에 다녀오 는 학생이 적지 않다.    정 모군(14)은 "어차피 달려가면 집까지 5분도 안 걸리는데 굳이 찜찜하게 구식 변 기를 이용할 필요가 있느냐"고 항변한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배변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최연호 삼성서울병원 교수(소아과 전문의)는 "자꾸 참으면 변이 더 딱딱해지고 배 변시 통증을 일으켜 스트레스가 더 커지는 '변비의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며 " 화장실이 달라 배변 장애를 겪는 것은 질병이라기보다 정서적인 요인이 크다"고 진 단했다.    정유숙 교수(소아청소년정신과)도 "최근 비데를 설치한 집이 많아졌지만 야외활동 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편안하게 환경에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 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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