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부모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문제 중 하나가 바로 컴퓨터다. 지난해 관련 연구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초·중고생 중 컴퓨터 중독 고위험군이 2.6% 잠재적위험군은 12.7%로 나타났다. 10명 중 한두 명은 컴퓨터 중독이라고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지난 겨울방학 동안에도 컴퓨터 문제로 자녀와 실랑이한 가정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게임할 시간 있으면 영어단어라도 하나 더 외워”라며 무조건 못 하게 하거나 일방적으로 컴퓨터를 없애는 것보다는 부모가 먼저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이트를 둘러보거나 좋은 사이트를 적극 추천하는 등 아이들을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윤수네 집은 컴퓨터가 오히려 부모와 자녀관계를 좁혀준 케이스. 윤수(서울 잠원동 신동초4)는 지난해만 해도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컴퓨터 게임에만 몰두하는 아이’로 무조건 부모님께 잔소리를 들었다. 유해한 사이트나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닌데 무조건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으면 잔소리하는 엄마 때문에 윤수는 억울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아들과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엄마 김은아씨(40·주부)는 아들과 함께 컴퓨터를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로 했다.      “겨울방학을 하면서 윤수가 좋아하는 인터넷 게임을 배워보기로 했죠. 마침 서점에서 책과 온라인으로 세계 공부는 물론 아이들의 가치관과 인성교육까지 가능한 ‘월드아이즈’ 시리즈를 발견해 요즘 푹 빠져 있어요. 대신 아이가 좋아하는 인터넷 게임은 하루에 1시간만 하기로 합의했어요.”      윤수는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부터 ‘월드아이즈’ 사이트에서 엄마와 책을 보며 세계 여러나라의 사회 문화 역사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이 사이트와 연결된 인터넷 게임 ‘팝플’에서 ‘선실(미니 홈피)’를 꾸미며 자기만의 시간도 즐기고 있다. 이달말 봄방학엔 3박4일간 월드아이즈 사이트에서 공부하며 부쩍 가깝게 느껴진 일본으로 가족여행을 갈 계획이다. 컴맹 수준이었던 엄마는 윤수와 인터넷을 하며 아이들 세계를 이해하게 된 것은 물론 인터넷 쇼핑몰 이용법도 배워 살림에도 도움이 됐고 윤수도 엄마가 자기를 잘 이해해주게 돼 기쁘단다.      하루에 2~3시간씩 인터넷을 하는 다영이(김포 사우동 사우초5) 엄마 김미라씨(39·어린이집 교사)도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주변 어른들은 연예인 팬클럽 카페지기로 출첵(출석 체크의 줄임말) 댓글(덧붙임 글) 자료 게시 등 열심히(?) 활동하는 다영이를 걱정하지만 오히려 어머니는 “가수 ○○가 좋아? 엄마는 ○○가 더 멋있는데…” 하며 수다도 떨고 집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게끔 유도할 뿐이다. 아이가 몰래 피시방에 가거나 또 열심히 공부해야 할 중·고등 학생 때 그러느니 차라리 초등학생인 지금 부모의 관리 안에서 즐기도록 하면 금방 시들해지지 않겠느냐는 생각이다. 다만 우려스러운 점은 인터넷 게임이나 검색사이트가 너무 돈벌이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부모 휴대폰 번호 등으로 부모 몰래 쉽게 결제를 할 수 있지만 다영이는 아바타 꾸미기 등 인터넷에서 사고 싶은 것이 있으면 허락을 받고 사기로 약속했고 이 약속을 잘 지키고 있다.      38년 동안 어린이 교육도서를 만들어왔고 최근 국내 최초로 도서와 인터넷 게임을 접목한 ‘월드아이즈’를 출시한 도서출판 삼성당의 강유균 주간은 “부모세대들이 학생 시절이었던 1980년대에는 라디오방송을 밤늦게까지 듣는다고 혼이 났고 90년대에는 비디오 영상물에 중독(?)되어 공부 안 한다고 야단 맞은 기억들이 있을 것”이라며 “현재의 아이들에겐 인터넷이 가장 재미있는 도구인 만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교육적인 측면으로 잘 활용한다면 인터넷이 학습의욕을 북돋울 수 있는 유익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숙기자 so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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