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방송 작가로부터 전화가 왔다. “요즘 멋있는 아빠들이 많이 늘고 있잖아요….” 이야기를 다 들은 후 “사실 멋있는 아빠들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라고 한참 부연 설명을 했다.  필자가 가장 자주 받은 질문은 “옛날엔 아버지들이 우리에게 살 갑게 대한 것이 뭐 있습니까?”라는 것이다. 사실 그 말이 맞다.    우리의 아버지 세대는 오히려 무뚝뚝한 아버지들이 많았다. 먹 고 살기 힘든 때라 잘 놀아주는 분위기는 더욱 아니었다. 그런 이유로 지금 아이들과 못 놀아주는 것이 정당화나 합리화될 수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부모에 대 한 효가 남아있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그 때는 ‘밥상머리 교 육’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 저녁은 기본으로 함께 식사를 했 으며 아버지의 몇 마디로 가족과 친척 동네에서 벌어지는 일과 아이들의 실태파악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 자체가 무언의 인 성교육이었다.    그러나 요즘 일주일에 가족이 다 함께 모여서 식사를 몇 번이나 하는가 생각해보자. 사실 별로 많지 않다. 아빠와 아이들 서로 바쁘기 때문이다. 식사는커녕 얼굴 마주보기도 힘든 가정이 많다 . 그러나 그것은 먹는 것 이상의 큰 의미가 있다. 우선 식사시간 이 되면 서로 좋든 싫든 얼굴을 마주보게 된다. 늦게 일어나서 밥을 허겁지겁 먹는 아이 밥투정을 하는 아이 등 생생한 현장을 목격할 수 있다. 이제 아빠들은 이런 상황을 알아야 한다. 그래 야 문제의 핵심을 알고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러므로 바쁘다 는 핑계로 주말에 피자 한판 시켜주는 것으로 체면치레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함께 식사하는 횟수를 지속적으로 늘리는 것이 야말로 가정을 지배하고 가장의 역할을 발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가족과 식사할 시간이 없다면 하루에 한 번 아이에게 전화를 하 자. 그런데 전화는 서로 표정을 읽을 수 없는 단점이 있다. 아이 의 분위기를 알 수가 없다. 그저 목소리의 톤과 음색으로 상대의 마음을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장시간 전화를 주로 하는 엄마들 을 보자. 분명히 상대방과 통화를 하는데 그 내용을 들어보면 마치 옆에서 이야기하듯 맛깔나고 현장감이 있다.    그 비결은 평소 서로 교감이 많기 때문이다. 서로의 속마음을 터 놓고 지내기 때문이다. 필자는 수년간 아이들과 매일 전화를 하 고 있다. 통화는 1분 이내다. 중1 딸과 통화를 할 때는 ‘삐뽀삐 보 삐약삐약’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딸이 닭띠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딸은 ‘찍찍’한다. 아빠가 쥐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본론은 간단하다. 친구들과 잘 놀았냐 학교는 힘들지 않았냐 등 격려의 몇 마디만 한다.    초등 3년인 아들은 띠동갑이라 서로 ‘찍찍’으로 시작해서 ‘찍 찍’으로 끝난다. 매일 통화를 하려면 우선 아이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있어야 효과적이다. 아이의 친구들은 누구인가 집에는 몇시에 오는가 등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집에 있을 때 통화가 가능하다. 처음에는 가볍게 걸자. 서로 존재에 대한 확인을 하자 . 그리고 가벼운 칭찬으로 시작하자. 매일 하다보면 신뢰는 자동 으로 쌓인다.    그것은 대화 이상의 교감으로 이어지며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러면 작은 행복이 집으로 서서히 밀려 들어온다. ‘왕 이든 백성이든 자신의 가정에서 평화를 발견하는 사람이 가장 행 복하다’고 한 독일의 대문호 괴테의 말을 깊이 음미해보자.    / 권오진 ‘아빠와추억만들기’ 단장(www.swda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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