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을 많이 가려서 만날 쭈뼛쭈뼛 했거든요. 근데 '교육 연극'을 하고 나선 뭐든지 자발적으로 하더라고요. 무엇보다 집중력이 좋아져서 책도 후딱 읽어요.""    주부 천미경(42)씨는 요즘 한시름 푹 놓은 표정이다. 내성적이고 또래들과 어울리기 꺼리던 아들 도현(5)이가 교육 연극에 참여한 뒤 훨씬 밝아졌기 때문. ""지금 당장 학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지만 인성 교육엔 확실히 도움을 주는 듯싶다""며 교육 전문가 못지 않은 분석도 한다.    <img src=""http://imgnews.naver.com/image/025/2005/11/27/htm_2005112722043830003800-002.JPG"";>    연극을 활용해 교육적 효과를 높이는 '교육 연극'이 인기다. 10여 년 전 처음 국내에 도입된 이후 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 등을 주대상으로 하던 교육 연극은 최근엔 '체험 학습의 중시'와 '교육 방식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그 대상을 점차 넓혀가는 추세다.    # 놀면서 토론하기    ""우리 모두 사막으로 가자!""    22일 서울 방배동 사다리 연극놀이 학교(사진). 20평 남짓한 놀이방에 12명의 꼬마들이 제각기 나름의 동작을 취하고 있다. 오아시스에서 물 마시는 표정을 짓기도 하고 낙타 흉내를 내기도 한다. 모두들 사막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행동한다.    이날 수업은 6세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 반은 4세부터 11세까지 연령대별로 따로 꾸려진다. 사다리 연극놀이 학교는 1 2학기에 걸쳐 매주 한 차례씩 수업을 진행하고 35만~55만원의 1년 수업료를 받는다. 방학 때는 따로 특강도 한다.    수업은 사막을 거쳐 중국.바다.산 등을 넘나든다. 공간 이동에 따라 아이들은 자신만의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한다. 이는 본격적인 연극 수업에 앞서 몸과 마음을 풀어주는 일종의 준비 단계인 셈. 10여 분간의 몸 풀기에 이어 동화 속 마녀 이야기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연극 수업이 진행된다.    ""꼬마는 계략을 간파하고 돌멩이를 주머니에 넣는데….""    선생님이 대략적인 줄거리를 얘기한 뒤 꼬마.부모.마녀 등으로 배역이 나누어진다. 아이들은 세 군데로 흩어져 세 명의 교사와 함께 집과 거리 마녀집을 꾸민다. 이때도 아이들 나름의 기발함이 동원된다. 의자를 뒤집어놓곤 나무라고    주장하고 매트를 길에다 쭉 깔아놓고 숲 속 거리라고 하기도 한다. 몇몇 아이들은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시큰둥하게 빠져 있다.    ""재미없으면 그냥 구경해. 하지만 이따가 새가 빵을 주워먹는 장면이 있거든. 그땐 새가 돼서 훨훨 날아줄래?"" 흥미를 잃은 아이들을 살살 꼬드기는(?) 것 역시 중요한 일. 한정혜 교사는 ""소극적인 아이들을 어떻게 자발적으로 동참시키느냐가 교육 연극 교사의 주요 덕목""이라고 말한다.    1시간 남짓한 수업은 실제 연극을 한 뒤 각자의 느낌을 발표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래도 집을 꿋꿋이 지키는 아빠가 책임감이 있어요."" 아이들의 의견은 고정관념과 자주 어긋나곤 한다.    학부모 차윤정(36)씨는 ""아들 기환이가 연극 놀이를 2년째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배려하는 모습에 기특할 뿐""이라고 말했다.    # 수학도 과학도 잘할 수 있을까?    최근 교육 연극이 각광을 받았던 데엔 '과학 연극' '수학 연극' 등이 등장하면서부터다. '연극을 하면서 과학 원리도 자연스레 배울 수 있다'는 그럴듯한 광고까지 곁들여졌지만 실제 이런 연극들은 대부분 교사가 과학자 분장을 한 채 수업을 진행하는 연극이 아닌 '재현 수업'에 불과했다. 달라 에듀테인먼트 승유 팀장은 ""수학 활동(math activity)이란 수업을 편성하자 '진짜 수학을 잘할 수 있느냐'란 문의가 쏟아졌다. 원리를 충분히 체득할 수 있게 되니 궁극적으론 수학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해도 학부모들은 당장 곶감을 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한편에선 교육 연극이 지나치게 인성 교육과 역사 공부에만 한정돼 현실적인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사다리 연극놀이 정승희 교사는 ""교육 연극은 주입식이 아닌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하는 만큼 실용 원리를 가르치는 데 쉽지 않은 면이 있다. 그러나 좀 더 교육 연극의 대중성을 확보하기 위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를 높이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최민우 기자 min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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