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복통의 가장 흔한 원인, 변비 
아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하면 엄마는 마음이 불안하다. 큰일이 아니기를 바라며 배를 문질러주기도 하고, 배앓이에 좋다는 시럽을 먹이며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뒤진다. ‘영유아 복통’이라 고 입력하면 영유아 장염, 장중첩증, 소아 맹장염 같은 무시무시한 단어들이 줄줄이 따라붙는다. 그럭저럭 아이의 증상이 가라앉으면 다행이지만, 잦아드는 듯하던 증상이 다시 시작되면 결국 급한 마음에 응급실로 달려간다. 의사에게 증상을 설명하고 복부 엑스레이를 찍고 나면 듣는 말은 “아이 뱃속에 변이 꽉 차 있네요.”

 복통으로 병원을 찾는 영유아의 가장 흔한 진단명은 변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변비 치료를 받는 환자 중 9세 이하 어린이가 90%에 달한다. 소아변비는 설사 다음으로 영유아에게 자주 발생하는 소화기 질환이다. 배변 횟수가 적고 변이 굵고 딱딱해 대변을 보기 힘든 상태를 말한다. 소아변비에 걸리면 3~4일 동안 대변을 보지 못하고 심하면 일주일 넘게 지속되거나 배변 시 항문이 찢어지기도 한다. 

변비가 왜 생기는 거죠?
아이의 배변 횟수가 1주일에 2회 이하이거나, 단단하고 마른 변 때문에 배변을 힘들어하면 소아변비로 본다. 모유수유를 하는 생후 6개월 미만 아이는 하루에 1~12회 대변을 보는 것이 정상이다. 분유를 먹더라도 하루 1~7 회 배변한다. 만 4세 이상은 하루 1~3회 대변을 볼 것을 권장한다. 모유를 먹다가 분유나 생우유로 바꿨을 때, 이유식을 시작할 때, 감기 등 급성질환으로 식욕이 줄어 먹는 양이 줄었을 때 변비에 걸릴 수 있다. 대소변을 가리기 시작할 때도 변비에 걸릴 수 있지만, 대부분 대장 기능 문제로 생긴다.

엄마가 관찰해주세요
변비가 시작된 시기, 식생활 습관, 배변 횟수, 변의 굵기, 항문 출혈 여부, 아이의 행동 등을 관찰하면 진단과 치료에 도움이 된다. 배변 시 울거나 힘을 많이 줘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아이, 평소 양다리를 붙이고 상체를 뻣뻣하게 세우거나 발끝으로 걸으면서 참는 모습을 보일 경우 변비를 의심할 수 있다. 변을 볼 때 괴로워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참으면 병 돼요
대장에 대변이 차고 배변 욕구가 있는데 참고 배설하지 않으면 병이 된다. 참다가 배변을 하면 통증과 불편감을 느끼는데, 다시는 그런 고통을 느끼기 싫어 참는 습관이 들기도 한다. 참는 습관 때문에 대장에 정체된 대변의 양이 많아지면, 장이 늘어나면서 배변 반응이 둔해진다. 한번 늘어난 장을 정상으로 돌리고 배변조절 기능을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평소 수분과 섬유질 섭취를 늘리는 식습관을 통해 장기능을 개선할 수 있다. 돌이 지난 아이가 변비로 고생 한다면 생우유를 줄이고 채소나 과일을 많이 먹이는 것이 좋다. 우유, 아이스크림, 치즈, 삶은 당근, 감, 바나나 등 변을 딱딱하게 만드는 음식은 변비가 해결될 때까지 피한다. 자두, 살구, 배, 복숭아, 콩, 완두, 시금치, 브로콜리, 양배추, 사과 등은 건더기 형태로 먹인다. 평소 복부 마사지나 체조, 신체 활동도 변비 해소에 도움이 된다.



병원으로 달려가야 하는 배앓이 3
아이가 배가 아프다는 말을 자주 해, 응급실로 달려가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장중첩증, 급성 충수염은 영유아에게 흔히 나타나는 급성 소화기 질환이며, 바이러스성 장염 역시 응급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장이 꼬였다고? 장중첩술
흔히 ‘장이 꼬였다’고 표현하는 장중첩증은 영유아에게 급성 복통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장의 아랫부분이 윗부분으로 말려 들어가는데, 빨리 발견해서 치료하면 문제가 없지만 2~3일만 지나도 장이 괴사하는 등의 문제가 생긴다. 생후 3개월~만 3세에 자주 발병하는데, 주기적이고 심한 통증이 특징이다. 2~3분 동안 불에 덴 듯 격렬하게 울고 몸을 구부리며 괴로워하다가 생기를 되찾고, 10~30분 잘 놀다가 다시 큰소리로 울기를 반복하면 장중첩증을 의심해야 한다. 큰소리로 울기 시작하고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구토를 하기도 한다. 배가 아프다고 칭얼대면서 토하고 피가 섞인 설사를 할 때, 포도잼 같은 변을 볼 때, 오른쪽 윗배에 작은 덩어리가 만져질 때에는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는다.
★ 항문으로 튜브를 넣어 꼬인 장 부분에 공기를 주입해 제자리로 돌리는 공기관장술로 끼어 들어간 장을 빼내는 시술을 한다. 발병 48시간 내에 공기관장술을 하지 못했거나 잘 풀리지 않으면 수술을 하기도 한다.

오른쪽 아랫배가 아파요, 급성 충수염 
‘맹장염’이라고도 불리는 급성 충수염은 맹장 끝에 붙어 있는 충수돌기에 염증이 생긴 것으로, 3세 이전에는 드물지만 5세부터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 대부분 이물질, 기생충 등으로 인해 충수가 막히면서 발생하는데, 소아는 점막 아래 림프조직이 지나치게 증식해 충수돌기가 막혀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충수염은 배 전체에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나타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오른쪽 아랫배에 통증이 느껴진다. 아이들은 배가 아픈 부위를 정확히 설명하지 못하므로 배를 살짝 눌러보며 정확히 아픈 부위를 찾는 게 좋다. 윗배나 배꼽 주위를 눌렀을 때의 반응을 보고, 오른쪽 아랫배를 눌렀을 때 심하게 아파하면 급성 충수염을 의심할 수 있다. 대부분 심한 복통이 3시간 이상 지속되면서 아이가 다리를 구부리며 배를 만지지 못하게 한다. 복통뿐 아니라 구토 증상을 보인다. 
★ 아주 드물게 설사 증상만 보이는 경우도 있는데, 증상이 나타난 뒤 3일 내에 치료하지 않으면 복막염, 패혈증 
같은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므로 3시간 이상 복통이 지속되면 병원에 데리고 가서 진단을 받는다.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응급실로 달려가야 할 때
· 1세 전후의 아이가 배가 몹시 아픈 것처럼 보채고 운다.
· 5분 정도 배가 아프다고 하다가 괜찮아지기를 반복하면서 포도잼 같은 변을 본다.
· 배가 아프다면서 초록빛을 띤 노란물을 토한다.
· 대변에 피가 묻어 나왔다.
· 배에 손을 못 대게 할 정도로 아파한다.
· 오른쪽 아랫배를 누르면 유난히 아파한다.

아이 말만 믿고 약 먹이지 마세요
복통의 원인은 다양하다. 원인이 다양하다는 것은 확실한 원인을 찾기 어렵다는 말이기도 하다. 위장염에 걸려 설사를 하거나 며칠 동안 화장실에 가지 못해 배가 아프다면 원인을 정확히 아니 해결하면 된다. 하지만 급성 인후염이나 편도선염처럼 배와 상관없어 보이는 병에 걸려도 아플 수 있는데, 배가 아프다는 아이의 말만 듣고 소화제를 먹이는 등 임의 처방해서는 안 된다. 아이가 평소 보다 식욕을 잃고 잘 먹지 못하는지, 구토와 설사 같은 증상이 있는지, 배변 상태는 정상적인지 등을 확인한 후 적절히 대처한다.

탈수 주의, 바이러스성 장염
장에 염증이 생긴 장염은 초기에는 감기처럼 열이 나고 복통을 호소하다가 구토, 설사가 이어진다. 장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설사와 구토다. 장염을 일으키는 주요 바이러스는 로타바이러스, 노로바이러스, 아데노바이러스 등인데, 3월까지는 기온이 낮을수록 활발하게 움직이는 노로바이러스를 조심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는 사람간의 접촉, 감염된 음식물에 의해 전염되는데, 실내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 호흡기와 소화기 감염이 되기 쉬운 요즘 특히 조심 해야 한다. 노로바이러스에 감염되면 24~48시간 후 구토나 설사 또는 두 가지 증상이 동시에 나타난다. 항생제로 치료되지 않으며 예방 백신도 개발되지 않은 상태다. 1~2일이면 증상이 호전되고 3~7일이면 낫지만 드물게 일주일 이상 앓는 사람도 있다. 심각한 합병증은 없지만 주변 사람에게 옮기기 쉽고,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은 구토와 설사로 인해 탈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 장염 증상을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탈수 방지와 몸에서 빠져나간 수분 보충이다. 생수나 끓인 물, 보리차 등을 마시게 해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설사는 대부분 자연적으로 좋아지지만, 영유아가 심하게 토하거나 설사한 경우 빠른 속도로 탈수가 진행되어 기력을 잃기도 한다. 탈수되면 평소보다 갈증을 더 호소하며, 혀와 입술이 말라 보인다. 소변을 보는데 양이 적고 색이 진하며 기력이 없어 보인다. 심한 경우 병원에 입원해 수액주사를 맞기도 한다.

이런 배앓이도 있어요
요로감염만 2세 이하 아이가 열이 나면 감기나 장염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요로감염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있다. 영유아는 신장과 방광, 신장과 요도 사이의 길이가 짧고 박테리아나 병원체에 대한 저항력이 약하기 때문에 요로감염에 잘 걸린다. 아무 이유 없이 열이 나기도 하지만 배가 아프다고 하거나 구토, 설사를 하기도 한다. 균이 완전히 없어질 때까지 항생제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치료해도 잘 재발한다.

꾀병어린이집에 가기 싫어서, 음식을 먹기 싫을 때 배가 아프다고 말하는 아이도 있다.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고 싶거나 부모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 투정을 부리는 것이다. 아무리 봐도 증상이 없는데 아프다고 말한다면 아이에게 아픈 곳을 짚어보라고 한다. 그러면 잘 지적하지 못하고 배 전체가 아프다고 하거나 자꾸만 말을 바꾸기도 한다. 이럴 때 꾀병 부린다고, 거짓말했다고 혼내거나 무시하기 보다는 관심을 보여준다.

엄마 손은 약손
아이들이 배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영유아 복통은 장중첩증과 충수염 이외에는 응급 상황이 거의 없다. 배가 아프다고 데굴데굴 구르는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달려갔는데, 막상 병원에서는 태연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배변을 하지 못해 장에 가스와 변이 가득 찼다는 진단과 관장 처치 정도만 받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복통은 배에 가스가 찼거나 변비가 원인인 경우가 많으므로 변기에 앉혀 대변을 보도록 유도해보자.

급성질환이 아닌 경우에는 쉬거나 안정을 취하면 한두 시간 내로 증상이 사라진다. 이때 아이를 눕혀 배 위에 따뜻한 수건을 얹어두거나 손으로 배를 살살 문질러주면 회복에 도움이 된다. 배꼽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10~20분간 마사지하고 따뜻하게 해주면 아이의 장 기능이 개선될 뿐 아니라 안정감을 찾는 데도 도움이 된다.



통증만 있고 원인이 없다? 만성 반복성 복통 
속쓰림, 소화불량 같은 증상이 있어 병원에 갔는데, 별다른 이상이 없다는 소견과 ‘스트레스성’이라는 꼬리표를 단 진단을 받는 경우가 있다. 신체 기관에는 이상이 없고 정신적인 원인에 의해 생기는 일명 ‘기능성 질환’이다. 성인만 걸리는 질환인 줄 알았던 기능성 질환이 아이들의 배앓이로도 나타 난다. 3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제법 심한 복통이 3회 이상 지속될 경우, 만성 반복성 복통이라고 칭한다. 4~16세 소아 청소년의 10~15%가 앓은 경험이 있어 상당히 흔한 질환으로 볼 수 있다. 만성 반복성 복통을 호소하는 아이들은 신체·혈액·소변·대변·복부 초음파 검사, 방사선 장 촬영, 위장관 내시경 등 철저한 검사를 해도 약 90%는 원인 질환을 찾을 수 없다.

집에서만 생활하던 아이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는 등 새로운 환경에 노출되면 장과 위가 예민해져서 배가 아프기도 한다. 소화가 안 되고 갑작스럽게 복통을 호소한다. 주로 배꼽 주위에 통증을 느끼지만 대개 1시간 이내에 가라앉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가 좋아지면, 육체의 질병이 아니라 예민한 체질을 가졌거나 마음의 병을 가진 ‘기능성 복통증’으로 봐야 한다.

반복성 복통 증후군으로 진단 받으면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치료해도 복통 자체에 효과를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아이가 ‘배 아프다’는 소리를 습관적으로 한다고 해서 무시하거나 꾀병 부린다고 생각하지 말고, 그렇다고 호들갑 떨지도 않으면서 아이의 감정 상태를 읽어줘야 한다. 정서가 안정되면 스트레스가 점차 해소된다. 아이에게 가해지는 스트레스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이를 제거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도와주는 게 좋다. 어린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정서적 원인과 관계 있으므로 어린이집 생활, 선생님이나 친구, 형제 관계에서 스트레스를 받는지 살펴보자.

이럴 때는 다시 한 번 검사해보세요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해도 꾀병인지, 기능성 복통인지 진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급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기능성 복통은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도 되지만, ‘빨간 깃발 증상’을 보인다면 병원에 가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 

· 배가 아파 자다가 깨는 일이 있다. 
· 통증이 꽤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나타난다. 
· 점점 더 많이, 자주 아프다. 
· 구토나 설사를 동반한다. 
· 식은땀을 흘리거나 얼굴이 창백해진다. 
· 식욕이 급격히 떨어지거나 기력이 떨어지거나 체중이 감소할 때 
· 열이 난다. 
· 명치나 배꼽에서 먼 곳의 특정 부위가 아프다. 
· 이유를 모르는 빈혈이 나타나거나 항문 주변에 농양이 생길 때 



글한미영 기자 사진김기환도움말정성관(우리아이들병원 대표원장)참고도서 및 자료<가정의학>(의학교육연수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식중독 통계 

출처 : 맘앤앙팡 / 한미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