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세상과 맞서기
“부모가 강해져야 아이가 선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세상은 험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곳이다. 견뎌낼 수 있을까 싶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도 많다. 그래서 부모가 하는 일 중 대부분은 거칠고 험한 세파로부터 아이를 지켜내는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는 곧 자신의 두 발로 세상을 딛고 서야 하는 순간과 맞닥뜨린다.

처음 시작하는 자립은 수유의 중단과 대소변 훈련에서 시작된다. 원할 때마다 주어졌던 젖병은 더 이상 없다. 배변은 정해진 곳에 해야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적당한 월령이 되면 젖병을 떼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것이 아이의 건강에 좋다는 걸 부모는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러나 아이는 낯선 음식에 대한 이질감, 배변에 대한 불편함이 괴롭기만 할 뿐이다. 부모가 아무리 아이를 사랑해도 그 고통을 덜어줄 수는 없다. 마음이 약해져 아이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하면 이후의 거절은 더 크게 느껴질 것이고 고통스러운 나날은 연장될 뿐이다.

조선미 교수는 언젠가 부모의 품을 떠날 아이를 위해 때에 따라 냉정함을 보여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아이의 의지력을 키우기 위해 첫 번째 해야 할 일이다. 아이는 커갈수록 원치 않은 일을 해야만 한다. 부모의 품을 떠나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가야 하고 내일까지 해내야 할 숙제는 내 손으로 해야 한다. 시험 때가 되면 등교시간에 맞춰 깨워주고 소화가 잘되는 음식을 해주지만 정작 시험을 치르는 건 아이 자신이다. 부모는 아이를 위해 심장이라도 내놓을 만큼 사랑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결정을 내리고 선택을 하는 건 결국 아이 자신이다.

김연아는 국민 모두가 환호하는 피겨스케이팅 선수지만 가족에게는 애틋하고 안타까운 딸이자 동생일 것이다. 함께 생활하는 시간도 짧으며 힘들고 고통스러운 훈련을 대신해줄 수도 없다. 긴장감이 극에 달하는 경기의 순간을 함께할 수도 없다. 지난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관중석에 앉아 눈물을 흘리며 딸의 마지막 무대를 보는 김연아의 엄마처럼 말이다. 혼자서 가는 외로움과 두려움은 느끼는 만큼 자양분이 돼 아이가 삶을 헤쳐 나가는 지혜로 축적될 것이다.

두 번째 자립성 키우기
“아이의 손과 발, 머리가 돼주지 마라 ”
우리말에 ‘대접’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대할 때 인격이나 지위에 맞게 합당한 대우를 하고 예우를 잘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으로 누군가를 대접한다는 것은 좋고 귀한 상대에게 내어주고 귀찮거나 어려운 일은 내가 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방이 귀하면 귀할수록 그의 손과 발, 머리가 되려고 한다. 수족 혹은 ‘입안의 혀 같다’라는 말도 여기서 생긴 것이다. 분명 나와는 다른 주체인데 마치 내 몸의 일부처럼 움직여 나를 편하게 해준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식이 귀한 부모는 자식에게도 대접해주려고 한다. 운동하기에 좋은 정도의 등굣길, 셔틀버스가 있어서 굳이 태워주지 않아도 되는 학원에 마치 귀한 분을 모시는 운전사처럼 충실하게 아이들을 실어 나른다. 잘 먹어야 기운이 나서 공부한다며 귀한 음식은 아이에게 먼저 준다. 다 큰 자녀의 수행평가를 도와주고 내놓지 않은 빨랫감을 방 구석구석에서 찾아내 눈처럼 하얗게 빨아놓는다. 쾌적한 온도를 맞춰주기 위해 노력하고 시시각각 불편한 곳이 없는지 체크한다. 이렇게 자란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에 가고, 문제집을 푸는 것 이외에 손과 발, 머리를 쓸 일이 거의 없어진다. 삶에서의 정작 중요한 일은 내 손으로 해보지 못한 채 성장한다는 것이다. 귀찮은 일도 줄어들고, 힘든 일도 별로 없고, 꾹 참거나 견뎌야 하는 상황도 많지 않다. 기껏해야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것, 수업 내용에 귀를 기울이는 것, 풀리지 않는 수학 문제와 씨름하는 정도?

손과 발을 쓰지 않으면 그것을 써야 하는 상황에 점점 고통스러워진다. 승용차에 비하면 지하철, 버스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서서 가야 할 때도 많다. 항상 집 앞에 대기하고 있는 승용차만 탔던 아이는 지하철의 번잡함과 버스의 흔들림, 사람들과의 부대낌이 힘들게만 느껴질 것이다. 심지어 부모가 가방을 대신 들어주기도 하는데, 누군가가 대신해줬던 가방의 무게를 어느 날 갑자기 내 몸으로 지탱해야 한다면 가방의 무게감은 인생의 피로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이를 차로 데려다주고 데려오는 것이 손과 발의 기능만을 대신해주는 것이 아니라 머리의 역할까지도 대신한다는 데 있다. 부모의 승용차를 이용하는 아이는 새로운 길이든 익숙한 길이든 어떤 길로 가는지 관심을 갖지 않는다. 혼자 어딘가를 가야 할 경우 아이는 어떤 교통수단을 통해 어떤 길로 가야 할지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스스로 방법을 찾아보고 찾아낸 방법을 비교해 더 나은 것을 선택하고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예상해 미리 대처하는 판단과 사고 활동을 해야만 목적지에 갈 수 있다.

삶의 여정도 마찬가지다. 손과 발을 능숙하게 쓸 수 있다면 똑같은 일이지만 덜 고통스럽게 느껴진다. 목표에 다가갈 때 그저 흔들리는 차에서 멍하니 있는 것 같은 마음자세로는 어떤 목표도 이루기 어렵다.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단을 내리고 실행에 옮기는 일을 반복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를 사랑한다면, 그 아이가 자신의 삶을 유능하게 살아가기를 원한다면 자신의 손과 발, 머리를 쓰는 데 능숙하게 만들어주어야 한다. 반복적인 경험과 연습 없이 갑작스럽게 어떤 일에 익숙해지지는 않는다. 아이를 사랑할수록 스스로 하고, 가보게 하고, 시행착오를 통해 배울 기회를 많이 주도록 하라.

세 번째 시련으로 강해지기
“자잘한 실패를 선물하자”
실패는 피하고 싶고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그렇지만 성공이 어떻게 이뤄지는지를 살펴보면 실패 역시 성공만큼이나 존중받아야 할 삶의 경험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여섯 살짜리 아이가 보조 바퀴가 없는 자전거를 선물로 받았다. 두발자전거는 아이에게 도전의 대상이다. 올라타기도 힘들뿐더러 간신히 올라탔다 해도 균형을 잡는 게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뒤를 잡아주어 몇 미터 간다 하더라도 어느새 자전거는 기우뚱 중심을 잃고 넘어지기 일쑤였다. 무릎이 까지고 멍이 드는 일이 반복되자 아이는 자전거 타는 게 두려워졌다. 가르치는 부모도 진이 빠졌다. ‘운동신경이 둔한 거야’라고 재빨리 결론을 내리고 날마다 자전거를 잡아줘야 하는 고역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결국 자전거는 창고에 들어갔다.

조 교수는 이 사례에서 진짜 실패란 무엇인지 묻는다. 자전거 타기를 배우지 못해 계속 넘어지는 일일까, 아니면 모든 시도와 노력을 중단하는 것일까? 성공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이뤄지는 것인지를 생각해보면 답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운동선수나 가수가 되는 것이 성공인 것처럼 넘어지지 않고 자전거를 타게 됐다거나 열심히 피아노를 연습해 실수를 하지 않게 된 것 역시 성공이다. 부모는 아이의 용감한 시도에 주목하고, 자잘한 실패에 대범해지며 작은 성공에 대해 칭찬해줘야 한다. 그러면 아이는 스스로의 삶을 반복적인 시도와 노력으로 채워나갈 것이다.

네 번째 좋은 습관 만들어주기
“의지력과 자제력은 습관에서 나온다”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탁월성을 얻으려면 최소한의 연습량을 확보하는 것이 결정적이라는 사실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거듭 확인되고 있다. 진정한 전문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매직넘버’, 1만 시간이다. 신경과학자인 대니얼 레비틴은 어느 분야에서든 세계 수준의 전문가나 마스터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연습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작곡가, 야구 선수, 소설가, 스케이트 선수, 피아니스트, 체스 선수, 숙달된 범죄자…. 1만 시간은 대략 하루 3시간씩 10년간 연습한 것과 같다. 어느 분야에서든 이보다 적은 시간을 연습해 세계 수준의 전문가가 탄생한 경우를 발견하지 못했다. 두뇌는 진정한 숙련자의 경지에 접어들기까지 그 정도의 시간을 요구하는지도 모른다.”

조 교수는 여기서 습관의 중요성을 이야기한다. 습관은 목표 달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행동의 반복이다. 어떤 일을 1만 시간 꾸준히 해야 한다면 습관이 아니고서는 그 일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할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닌 ‘일관성 있게 하고 있느냐’의 문제다. ‘혼자 가방을 쌀 수 있으니 좀 더 크면 알아서 하겠지’, ‘어린애도 아닌데 나중이면 밥은 챙겨 먹을 수 있겠지’, ‘크면 사회생활도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 하는 생각은 금물이다. 지금 하지 못하는 행동은 시간이 지난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며, 꾸준히 해왔던 것이 아니면 습관처럼 해나갈 수 없게 된다. 자발적이 되기까지 꾸준한 반복과 훈련이 필요하다. 아이에게 좋은 습관은 어떻게 만들어줄까. 예를 들어 좋은 공부 습관을 만들어주고 싶다면 그것이 어떤 행동들로 이뤄져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에서 일정한 시간 동안 책을 읽고 문제집을 풀어 스스로 채점해서 오답 노트를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했다면 부모는 아이가 이 행동을 반복하도록 격려하고 도와줘야 한다. “공부 좀 해라, 왜 알아서 하지 않니?”라고 하는 대신 “4시가 됐으니 네 방에 가서 문제집을 풀고 오답 노트를 정리하자”라고 하고 아이가 지시에 따르도록 한다. 만일 힘들다고 하고 거부하면 짧은 시간, 쉬운 문제부터 시작해도 좋다. 먼저 습관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매일 반복하다 보면 ‘왜 이걸 해야 하지? 놀고 싶은데…’라는 갈등이 줄어들고 대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공부하는 행동은 이런 반복과 훈련 끝에 만들어진다. 아이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탁월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면 잔소리보다는 목표에 도달하게 해주는 좋은 행동을 의도적으로 습관화하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Tip 김지룡 문화평론가가 제안하는 ‘근성 키우는 놀이 방법’
‘승부에서 이겨야겠다’라는 근성은 강력한 의지에서 나온다. 집에서 아이와 함께 놀면서 자연스럽게 의지력과 자제력을 키워주는 놀이법은 없을까? 어린이 경제교육 전문가이자 문화평론가 그리고 두 아이의 아빠인 김지룡씨가 소개한다.

기록에 도전한다 철봉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기록을 깨나가며 노력하는 것을 즐기는 습관을 들일 수 있는 놀이는 많다. 철봉도 그중 하나다. 아이들은 두세 살만 되면 철봉에 매달리고 싶어 한다. 아이가 철봉에 매달려 있는 시간을 잰다면 기록을 경신하는 것으로 성장을 확인하게 되고 부모는 1초 단위로 칭찬해줄 수 있다.

놀이법 아이가 자기 발로 뛰어 혼자 철봉에 매달리는 것은 무척 어렵기에 부모가 안아서 올려줘야 한다. 아이가 철봉에 매달리면 아이 몸에서 손을 떼야 하지만 그래도 아이 근처에서 감싸듯이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서 부모는 ‘하나, 둘, 셋…’ 하고 숫자를 센다. 1초라곤 했지만 가능한 한 빨리 세는 것이 아이의 성취욕을 위해 좋다. 기록을 깰 때마다 아낌없이 칭찬해준다. 철봉뿐 아니라 목욕 중 잠수하기, 한 발로 오래 버티기 등 놀이는 만들기 나름이다.

목표 달성하기 높이뛰기와 멀리뛰기
목표는 일상에 목적의식을 가져다준다. 목표란 현실적이고 성취할 수 있는 것이라야 한다. 부모는 아이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적절한 목표를 찾아서 제시해줘야 한다.

놀이법 아이들이 높이뛰기나 멀리뛰기에 관심을 보일 때 목표를 설정해주면 흥미를 자극하고 성취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아이가 맨 처음 하는 높이뛰기는 제자리높이뛰기다. 딸아이가 두 살 때 거실에 떨어져 있는 볼펜을 건너뛰려고 하는 것을 보았는데 좀처럼 넘지 못하고 제자리로 떨어지는 모습이 귀여웠다. 이내 요령이 생기고 가속도가 붙어 볼펜은 금세 뛰어넘는다. 신문지를 돌돌 말아놓기도 하고 그 다음에는 작은 페트병을 놓아준다. 아이가 넘어지거나 뛰는 소리가 아래층에 들릴 수 있으므로 두꺼운 이불을 깔고 하는 것이 좋다.

인내심을 키운다 스모 놀이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부족한 것은 천부적인 재능이 아니라 노력을 지속해나가는 인내심이다. 아이와 승부를 겨루는 놀이를 할 때, 아빠가 져주어야 아이에게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별다른 노력을 하지 않는데 져주는 것은 곤란하다. 노력 없이 쉽게 얻은 경험이 쌓이면 노력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한다.

놀이법 스모 놀이는 일본의 씨름인 스모를 변형한 것으로 아빠와 아이가 힘을 겨루는 놀이다. 실제 스모에서는 발을 걸어 상대를 넘어뜨리기도 하지만 아이와 놀 때는 간단하게 손으로 밀기만 한다. 아이가 네다섯 살 정도면 이불을 깐 상태에서 아빠가 무릎을 꿇고 앉아 상체를 세운 상태로 손바닥을 맞대고 서로 힘을 준다. 아빠의 상체가 뒤로 넘어가면 아이가 이긴다. 아이는 아빠를 이기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낸다. 아이가 온 힘을 다해 민다고 생각하면 조금씩 밀려나는 척하다가 이불 밖으로 나가준다. 아이가 ‘나는 뭘 해도 아빠를 이길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자신감이다. 아이 스스로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있어야 하므로 온 힘을 다해 밀 때 져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