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인사혁신의 관건 계급제 타파    이르면 내년 하반기부터 4급 이하 공무원에 대한 인사권이 장관에게 위임되는 등 정부는 최근 공무원인사 혁신안을 준비중입니다. 이 글은 김명식(mkim134@csc.go.kr) 중앙인사위원회 인사정보심의관이 보내온 글로 공무원 사회의 파격적인 인사혁신을 주장한 내용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이 글에 대한 반론도 기대합니다....편집자 주    공무원은 정말 그 종류가 많다. 광화문·과천·대전청사에서 일하는 중앙부처 공무원을 비롯하여 시청·도청·군청·동사무소에서 일하는 지방공무원 경찰서·파출소의 경찰공무원 119 구조대의 소방공무원 등.    이 뿐인가. 휴전선을 지키는 군인 군부대에서 일하는 군무원 판사 검사 초·중·고·대학교의 교육공무원 외무공무원 국가정보원이나 대통령 경호실의 직원 등등 이루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이다.    우리나라 공무원의 인사관리는 이들 직종별로 일정한 틀을 갖고 있다. 제복을 입고 근무하는 군인이나 경찰이 그들 나름대로 필요한 사람을 뽑고 관리하는 것처럼 다른 직종의 경우에도 업무성격에 따라 필요한 기준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직종에 공통적으로 흐르는 기본철학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계급제'다. 이 계급은 공무원의 신분을 몇 개의 수직계층으로 나눈 것으로서 유용한 관리수단의 하나임에 틀림없다. 특히 수행하는 직무가 유사하여 별 신경 안 쓰면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에서 아주 효율적인 도구이다.    주로 제복 근무를 하는 직종에서는 많이 활용된다. 전투에 참가하는 군인이나 강력범을 검거하는 경찰 화재를 진압하는 소방대원의 경우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최전방 부대에서 보병소대장을 하거나 후방 부대에서 보병소대장을 하거나 직무내용이 비슷하다.    경찰도 관할지역만 다를 뿐 마찬가지다. 그래서 이들은 공개경쟁 채용시험을 통하여 우수한 사람을 한꺼번에 뽑아서 소정의 기간동안 직무교육을 거쳐 조직 내에서 계속 능력을 발전시켜 나간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직종의 경우에도 직무의 동질성을 전제로 인사관리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중앙부처 공무원의 경우 부처간은 물론 같은 부처라도 부서간에 하는 일이 상이함에도 계급이 적용된다.    즉 5급(고등고시)·7급·9급 공채 등 계급별로 신규채용 시험을 부과하고 계급에 따라 자리를 옮기거나 승진시키며 보수와 연금을 지급하는 등 인사관리의 기본틀은 모두 공무원의 몸값 즉 신분의 틀 속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래서 많은 문제가 파생되고 있다.    첫째 공직이 폐쇄적으로 되었다. 신분상승 욕구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므로 모든 사람이 그 목표를 갖고 있는 한 외부로부터 자기 위로 들어오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다. 둘째 직종간은 물론 직종 내에서도 유사한 직무의 군을 묶어 직렬로 쪼개어 그 안에서만 인사관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직된 구조를 갖게 된다.    셋째 신분상승에 모두 관심을 갖다보니 승진 지연에 따른 불만이 팽배하게 되었다. 공무원 사기 측정을 할 때마다 단골메뉴인 승진정체를 해소하기 위하여 근속승진제 대우공무원제 복수직급제 등이 도입되었지만 계급별 정원제때문에 한계가 있다.    넷째 직무의 동질성을 전제로 순환보직을 제도화함으로써 순차적으로 자리를 이동하게 되어 전문성이 떨어지고 책임감도 얕아지게 된다. 다섯째 직무를 통한 성과보다는 사회적 신분(계급)에 더 관심을 갖게 되어 버렸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임시방편의 진통제나 소화제로서는 안되며 암의 근원을 제거하는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직종별·기관별·직렬별로 높이 쳐진 장벽을 제거하고 공직분류체계를 단순화하자고 제안한다.    대안으로서는 다음 4가지의 직종을 제시한다. 즉 정년까지 계속 근무 여부에 따라 경력직(ongoing/career)과 비경력직(non-ongoing/non-career)으로 나누고 다음으로 주당 근무시간에 따라 상근(full-time)과 비상근(part-time)으로 구분하여 ①상근 경력직 ②비상근 경력직 ③상근 비경력직 ④비상근 비경력직으로 나눈다.    비경력직은 일시적인 업무증가에 대비하거나 경력직의 채용 파견 군복무 출산 육아 간호휴직 등으로 업무공백이 길어질 경우 특정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또는 특별한 기술이나 기능을 가진 자를 임시로 채용하는 경우나 본인 사정을 고려하여 일정 기간(예 3년 이하) 동안만 근무하는 것이다. 이는 정부인력관리의 탄력성을 높여 공공부문의 인력시장을 유연하게 만들 수 있다.    다음으로 계급을 폐지하고 직무에 대한 '자리값(직무등급)' 중심의 인사관리를 도입한다. 직무등급은 직무상의 책임성과 난이도 등 일정한 기준에 따라 몇 단계로 나누는 것으로 직무분석의 결과 나타나는 일정 점수별로 등급을 부여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는 단순히 계급을 등급으로 바꾼 것이 아니라 직위별 직무분석·평가결과에 따라 나온 점수로 매긴 값이란 점에서 계급과는 본질과 성격이 완전히 다른 것이다.    따라서 직무등급을 도입하면 채용 전보 승진 보수 등 인사관리 전반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계급제는 같은 계급의 사람은 모두 같다는 사고에 기초하지만 직무등급은 직위는 모두 다르다는 전제를 갖고 있다.    동일 계급간의 직무등가성 하에 많은 사람을 동시 선발하는 공채시험은 직무등급과는 안 어울린다. 다만 공정성을 고려하여 당분간은 직무등급을 반영하는 공채시험을 실시한다. 학력제한 문제도 직무등급에 의한 인사관리를 감안해서 긍정 검토한다.    공채시험 합격자의 배치도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꾼다. 전보와 승진을 통하여 결원을 보충할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공직 내외의 모든 사람에게 관보나 인터넷에 당해 직위의 직무등급 직무내용 충원요건 등을 공모(Job Posting)하여 문호를 완전 개방한다.    직종이나 직렬 구분이 폐지되므로 특채시험이나 전직시험도 사라질 것이다. 공개경쟁채용제도가 폐지되면 서류전형과 면접이 주가 될 것이다. 지원서류를 통하여 본인의사와 능력 기타 조건을 부처별 인사위원회에서 엄격히 심사한 뒤 일정 배수를 대상으로 다시 면접을 하여 최종적으로 합격자를 결정·통보한다.    최종 합격자가 다른 행정기관 소속인 경우에는 원 소속기관에 대하여 최소한 한달 전에는 전보된다는 사실을 미리 알린(notice) 뒤 본인은 업무인계 준비를 하고 원 소속기관은 충원절차를 준비할 여유를 갖도록 한다. 소속기관장의 동의 절차는 폐지한다.    심사 과정에서는 관련분야의 교육이나 경력을 갖고 있는지 종전 직위에서 성과가 무엇인지 하는 질적 요소를 철저히 살펴보아야 하고 단순히 경력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심사절차가 공정하고 투명해야 함은 물론이다.    결원 보충방법을 공모로 하는 경우 지금보다는 시간이 더 걸린다. 그래서 충원 기간이 6개월 이상 소요될 경우 기관장의 판단으로 그 기간동안 비경력직을 활용할 수 있다.    직위공모는 상위등급으로의 충원 즉 승진의 경우에는 의무사항으로 하되 동일 등급으로의 재배치 즉 전보의 경우에는 기관장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한다. 결원 보충기간 동안 직무대리(acting)를 적극 활용한다.    예산이 삭감되거나 구조조정 등을 행함으로써 해당직위가 없어져 초과인력이 발생하게 되면 중앙인사관장기관의 장은 정부 전체의 인력 수급상황을 수시로 점검하여 인력이 부족한 다른 기관으로 전보하는 등 재배치 계획을 수립·시행한다.    해당 공무원이 재배치를 원하지 않으면 명예퇴직이나 조기퇴직을 유도하고 추후 결원이 발생할 경우 재임용 기회를 부여한다. 정년은 현행 계급별 구분제를 폐지하여 동일하게 하되 명예퇴직금 산정기준이 되는 최소정년과 당연퇴직하는 최대정년으로 이원화하여 조직의 침체와 고령화를 막고 인건비 부담을 완화한다.    보수제도는 모든 직무등급에 대하여 연봉제를 적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장기근속을 전제로 한 호봉제는 폐지한다. 장기적으로는 발생주의 예산회계 제도를 도입하여 총액 인건비 예산을 각 부처에 할당하면 기관별로 연봉을 예산 범위 안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통하여 인력을 감축할 경우 절약되는 인건비 예산 중 일부를 소속직원의 처우개선에 활용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의 범위를 더욱 확대한다.    비 관리자 그룹에 대하여는 예산 범위 안에서 광역직무등급제(broadband)를 운영할 수 있도록 기관장에게 재량을 부여함으로써 빈번한 전보를 지양한다. 연금의 경우 현재의 퇴직 계급과 호봉에 따라 지급되는 방식을 탈피하여 재직 중 실제 납부한 기여금 총액 비례제로 전환한다.    [출처] /오마이뉴스  기자 (ohmynews@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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