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선생님도 일을 하셔야 합니다  소규모 학교의 교장은 교감이 해야 할 일도 같이 해야      김옥태 기자        저는 오늘 사소하다면 사소한 일로 교장 선생님과 의견 충돌이 있었습니다.    군교육청에서 교원명부의 수정을 요구해 왔습니다. 교육경력 등을 신중히 검토하여 다시 작성해 보내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교무부장을 맡고 있는 저는 행정실에 가서 교원인사기록카드를 가지고 왔습니다. 그것을 본 교장 선생님 말씀 '자네가 선생님들 인사기록카드를 볼 자격이 있는가?"    저는 잠시 멍해 있다가 '맞습니다. 없습니다. 그런데 이 업무 또한 제 업무가 아닙니다. 교감이 있는 학교는 작성자가 교감이고 확인자가 교장이며 교감이 없는 학교는 교장이 작성자 및 확인자입니다. 따라서 이 업무는 교장 선생님 몫입니다. 교장 선생님께서 직접 작성하셔서 보내시지요'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결국 일은 제가 했습니다만 어쩐지 기분이 찝찝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5학급 이하의 소규모 학교에는 교감이 배치되지 않습니다. 이후 교감이 해야 할 일은 전부 교무부장에게 떨어졌습니다. 심지어 비밀 중 비밀로 해야 할 근무평정도 교무부장이 작성해서 교장이 결재하여 교육청에 보낼 때만 밀봉합니다. 교무부장은 교감의 일 교무부장 고유의 일 수업(교무부장이라고 수업시수를 줄여주는 경우는 별로 없음) 등 거의 초인에 가까운 일을 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교무부장에게 급여나 권한이 더 주어진 것은 아닙니다.    반면에 5학급이하의 소규모 학교에서 교장이 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조용히 독서를 즐기기만 하셔도 다행입니다. 하다못해 신문을 읽으시다가 잠시 졸으셔도 좋습니다. 그런데도 시간이 남으면 선생님들 트집잡을 여유가 생기지요. 조그만 것으로 충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재 받으러 가면 바쁜 사람 앉혀놓고 자신의 무용담(?)을 늘어 놓기라도 할 작정이면 참 난감합니다. 일은 바쁜데 말씀 도중에 일어설 수도 없구요.    정보화 시대의 교장 선생님이시라면 전자 결재 정도는 할 줄 아셔야지요. 지금도 일일이 출력하여 결재판에 결재서류를 들고 가서 결재를 해야 합니다.    4년 전 쯤 일입니다. K군에 근무할 때 일입니다. 교육청에 볼 일이 있어 갔다가 아는 장학사님이 결재 받을 공문에 부전지를 부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가 군에서 행정을 보았는데 그 때 대대장 결재를 받으려면 결재 공문의 내용을 요약한 부전지를 부쳐야 했거든요. 대대장은 공문을 열어보지도 않고 부전지만 보고 멋드러진 사인을 했지요. 그 모습을 정보화 시대의 교육청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장학사님께 아직도 전자결재를 안하고 부전지를 부쳐서 결재하느냐고 했더니 교육장님이 바빠서 모든 공문을 일일이 읽어 볼 시간이 없으니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일이 진행되려면 이 방법이 더 낫다고 변명하더군요. 아침시간이면 교육청 교육장님 방 앞에는 결재를 받으려는 직원들이 줄을 서서 대기합니다. 제가 볼 때는 그 교육장님이 컴맹이거나 권위주의자 둘중의 하나일 거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그 후로 4년이 흘렀습니다. 우리 교육청 교육장님과 교육과장님은 전자 결재를 하시더군요. 그런데 제가 모시는 교장 선생님 중에 아직 전자 결재를 하시는 분은 뵙지 못했습니다.    교장이 되면 실천가가 되기 보다는 갑자기 없던 권위가 생겨나서인지 일체 일을 하시지 않더군요. 모든 일을 교직원에게 미루고 지시하고 감독하기만 하더군요. 최소한 일을 지시하더라도 일이 이치에 맞기라도 하면 좋겠습니다.    교장 선생님도 일을 하셔야 합니다. 교사라면 교장이 되어보고 싶은 사람이 많을 것입니다. 아마 그것은 교장이 되면 자신의 교육철학을 나름대로 펼쳐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교사들과 아이들에게 존경받는 평생 기억에 남을 그런 교장 선생님 안 계시나요?    교직의 승진제도를 한 번 쯤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저만의 불행인지는 모르겠으나 23년간 교직생활하는 중에 모신 11분의 교장 선생님 중에 정말 이분이다 싶은 분은 딱 한 분 뿐이었습니다.    교감이 배치되지 않은 소규모 학교의 교장 선생님은 교감이 맡아야 할 행정업무를 당연히 하셔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정보화 시대의 이점인 전자결재를 통해서 바쁜 선생님들이 결재를 위해 허비하는 시간을 절약해 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교사가 교육하는데 더 시간과 노력을 갖기 위해서는 교장 선생님이 하셔야 할 행정일을 당연히 하셔야 합니다.    오늘 하루 제가 한 일을 두고 볼 때 제가 교사였는지 행정직원이었는지 헛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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