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분권 없인 국가 혁신 어림없다"      ◆신년대담 / 존 도너휴 하버드大 교수－윤성식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정부 지배구조(거버넌스) 부문에 세계적 권위를 갖고 있는 존 도너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정부 혁신과 변화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민간과 협업하는 파트너십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도너휴 교수는 윤성식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과 가진 신년대담을 통해 "분권 체제를 갖추려면 정부가 민간 이양에 적합한 업무를 분류해 권한을 위임하고 민간의 유연성과 전문성을 적극적으로 접목하려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다만 민간에 공공기능을 이양할 때에는 신중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으며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성식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한국 참여정부의 비전은 21세기 혁신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분권과 자율이 매우 중요하 다. 분권과 자율을 근간으로 하는 분권국가는 결국 새로운 '거버넌스'(Governa nce)의 시작을 의미한다. 한국은 새로운 국가경영체제를 추구하고 있는데 도너 휴 교수가 제기한 '협력형 지배구조'(Collaborative Governance)가 이와 유사 하다고 볼 수 있는지.    존 도너휴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지배하던 20세기 중앙집권적 정부 모델에서 탈피해 민간 부문의 장점을 접목하는 협력형 지배구 조가 부상하고 있다.    중앙정부에 대한 위상은 떨어지는 반면 지방자치단체와 민간 부문의 위상은 강 화되고 있다. 우수 인력들은 보수가 좋은 민간으로 가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다. 또 공공부문은 변화와 혁신이 민간에 비해 뒤처지는 면이 있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의 비즈니스 마인드를 접목하는 한편 민간 부문에 일부 역 할을 아웃소싱할 필요가 있다. 민간과 협업하는 지배구조체제를 갖춰야 정부의 서비스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분권체제를 갖추려면 정부 기능 중 민간 이양에 적합한 업무를 정확히 가려내 민간에 분담하고 이에 대한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 또한 객관적 평가 체계를 갖춰 업무 개선이 꾸준히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에서도 공공서비스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혁신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정부 부문의 부가가치를 높이면서도 경직성 등 정부의 내재적 단점을 해소한다 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윤 위원장＝한국은 그 동안 지방 역량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60여 년 동안 지방 분권을 미뤄왔다. 이제 한국은 정부 혁신과 지방분권에 주력하고 있는 단계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지방의 역량 부족을 이유로 지방분권에 반대하고 있다.    도너휴 교수＝유럽은 낮은 레벨에까지 분권을 확산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지방분권에 있어 특별한 원칙은 없다. 나라마다 사정과 가치 선호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방분권이 좋다거나 나쁘다거나 말할 수는 없고 조건에 따 라 다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주마다 도로 속도제한이 다르다. 모든 주가 똑같은 속도 제한 규정을 갖고 있다면 얼마나 모순적인가. 인구와 자동차가 많은 주에서 속 도제한을 너무 낮춰 잡으면 도로소통상 불편을 초래할 수 있다. 인구 자동차 보유대수 도로 기반 등에 따라 서로 다른 속도 제한 규정을 두는 게 효과적이 다.    반면 일부 사람들은 중앙집권을 선호하기도 한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쉽 고 정책을 한 곳에서 통합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치 선호도에 따라 지방분권이 이뤄져야 한다. 이러한 선호도에 따라 여러 조 건을 잘 검토할 때 '베스트 프랙티스' 수준의 지방분권이 일어날 수 있다.    윤 위원장＝한국에는 공공 서비스를 민간이 제공하는 것에 대해 적잖은 반대가 있다. 민간이 공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 자체를 불신하는 시각이 있으며 법적으 로 문제가 된다는 견해도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도너휴 교수＝민간에 공공기능을 이양할 때는 신중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 . 첫째 민간이 지닌 전문성이 무엇인지 잘 정의해야 한다. 둘째 평가가 용이 해야 한다. 민간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쉽게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셋째 경쟁체제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경쟁없이 공공에서 민간으로 권한만 이양한다고 하면 이는 단순히 정부의 독점기능을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 외에는 별 의미가 없다.    이 세 가지 기준에 모두 부합할 때에만 민간 부문에 권한을 이양해야 한다. 그 런 점에서 미국 정부가 9ㆍ11 사태 이후 공항에서의 승객 검문 업무를 굳이 민 간으로 이양할 필요가 없었다고 본다.    윤 위원장＝과거에 공공재였던 것이 오늘날 정보통신기술과 과학기술의 발전으 로 인해 더 이상 공공재 성격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경찰 서 비스는 과거에는 공공재였지만 이제는 첨단기술의 발전으로 사유재가 됐고 보 안서비스 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도너휴 교수＝우선 공공기능이 과연 무엇인가를 정의해봐야 한다. 경찰 서비스 는 개인적으로는 공공서비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를 민간서비스로 전환하 는 노력이 미국에도 있지만 공공서비스 차원에서 남아있어야 할 것은 민간으로 이양하면 안 된다. 정부 차원에서 집행할 필요가 없는 공공서비스는 민간으로 이양해도 된다. 다만 조금 전에 언급한 세 가지 기준에 모두 부합해야 민간으 로 권한을 이양할 수 있는 것이다.    윤 위원장＝정부혁신이란 법과 절차를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관행과 문 화를 바꿔야 한다. 공공부문 문화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가.    도너휴 교수＝공공부문에 성과주의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물론 미국의 한 연 구조사 결과에는 공무원들에게 금전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에 대해 국민 들이 그리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중요한 것은 업무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다. 업무성과에 따라 금전적인 혜 택이나 벌칙을 주는 것보다는 성과를 제대로 평가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주 는 것이 더욱 중요한 일이다. 이를 통해 공무원들은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게 된다. 금전적 혜택보다는 조직에서 인정을 받고 명예를 얻는 게 더 큰 보상이 될 수 있다.    윤 위원장＝현 참여정부는 대통령이 강조하거나 국민이 비판할 때만 혁신을 하 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동적으로 혁신이 이뤄지는 체계를 갖추려고 한다. 평가와 감사 혁신지향적 문화가 이를 가능하게 하는 장치일 것이다. 지속적으 로 혁신을 촉발할 수 있는 다른 장치가 있겠는가.    도너휴 교수＝정부와 민간 정부와 다른 나라 정부 정부와 국제기관 등 상호 협력관계를 체결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다. 협력관계 구축이란 두 당사자가 신 뢰를 바탕으로 약속을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양측은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 을 기울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정부는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받을 수 있다. 평가도 정부혁신에 대한 동기를 줄 수 있는 좋은 장치다. 정부혁신은 결국 사람이 하 는 것이므로 평가가 구성원에게 더욱 노력할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해준다.    ◆존 도너휴 교수는: 미 인디애나대 졸업 하버드대 정책학박사 케네디스쿨 ' 21세기 거버넌스 비전' 부소장 빌 클린턴 1기 행정부 노동부 차관보 세계은 행 자문위원 미 국가경제위원회 자문관 현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저서 '글로벌시대의 지배구조'(2001년) 등 다수    ◆윤성식 위원장는: 고려대 행정학과 졸업 미 일리노이대 회계학석사 미 버 클리대 경영학박사 미 텍사스대(오스틴) 경영대학원 교수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미 공인회계사 현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 저서로 '예산론' ' 정부개혁의 비전과 전략' 등 다수    <황인혁 기자>  < Copyright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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