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이 경쟁력이다] 무주 반딧불이 축제        [중앙일보 장대석.양광삼] 전북 무주가 천연기념물(322호)인 반딧불이 집단 서식지를 관광자원화하면서 전국적인 환경생태체험지로 각광받고 있다. 반딧불이의 청정 이미지를 내세워 관광객을 끌어 들이고이를 브랜드화해 농산물 판매에도 나서고 있다.    ◆ 성공한 반딧불이 축제=11일 오후 8시 무주읍 용포리 잠두교 아래 선착장. 부모.아이 10명씩을 태운 목선 4척이 남대천을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배가 50m 쯤 나가자 풀섶.바위 사이에서 녹색 불빛들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 오른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배가 물살을 헤치고 나가면서 반딧불이들은 곳곳에서 불꽃놀이처럼 화려한 군무를 연출했다. 지난 4일부터 11일까지 열린 무주 '반딧불이 축제'에는 하루 평균 7만~8만명의 인파가 몰려 성황을 이뤘다.    특히 야간에 진행한 반딧불이 탐사체험에는 매일 3000명 이상이 신청해 당초 배정했던 버스 30대로는 교통편이 모자라 군청 직원들이 개인차량을 동원 관광객을 실어 날랐다.    주변의 국립공원인 덕유산에 사는 장수풍뎅이.사슴벌레.잠자리 등 400여 종의 곤충과 반딧불이의 일생남미.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의 희귀 곤충을 한눈에 살필 수 있는 '반딧불이 생태관 세계 곤충관'에도 관람객이 줄을 이었다.    염색.대장간.삼베짜기 등을 체험하면서 물총.팽이.여치집을 만들어 보고 풀빵굽기.뻥튀기 등 추억의 먹거리를 맛보는 '전통산업체험관'은 토.일요일이면 준비한 재료가 오후 일찌감치 떨어져 긴급공수를 해야만 했다.    장현호(10.전북 전주시 여울초등 4학년)군은 "TV.책에서만 보던 반딧불이를 직접 잡아서 꽁무니에서 불빛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니 너무 신기하다"며 즐거워 했다.    이 축제는 문화관광부로부터 우수축제로 지정을 받았으며 지난해 행자부.산자부.국가균형발전위가 주최한 지역혁신박람회에서는 지역발전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벤치마킹을 하려는 타 지자체 공무원들의 발길도 끊임없이 이어진다.    ◆ 관광객만 60여만 명=무주군이 반딧불이 축제를 처음 시작한 것은 1997년. 주민 3만 명 산지가 80%를 넘는 산골에서 '무엇으로 먹고 살지지역 상징물을 무엇으로 할 것인지'를 고민하다 환경지표 곤충인 반딧불이를 선택했다. 청정 이미지의 반딧불이를 무주의 브랜드로 내세워 주민의 정체성을 일깨우고 전국적 관심을 불러내기 위해 축제를 기획했다.    처음에는 "왜 하필이면 개똥벌레냐 곤충을 주제로 한 축제가 되겠느냐"며 시큰둥한 반응과 의구심을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400여 명의 공무원들은 전국 각지로 나가 고속도로.지하철.버스 터미널.공항.대학교 등을 돌면서 홍보에 나섰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축제 방문객은 97년 1회 행사 때는 30여만 명 지난해 50만여 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61만여 명으로 20%나 증가했다. 이중 70~80%는 외지인이다.    ◆ 농산물 브랜드로도 성공=반딧불이 브랜드는 환경과 경제 살리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지난해의 경우 축제 참가자들이 지역에 직접 떨어뜨린 돈만 80여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딧불이 축제는 행사가 주로 밤에 진행돼 하룻밤 이상 머무는 관광객들이 많아 특히 경제적 효과가 크다.    무주군은 97년 '반딧불이'디자인을 상표 등록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쌀.사과.고추장.된장 등에는 무주를 상징하는 브랜드를 붙여 대도시로 출하한다. 농산물은 '반딧불이가 사는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무공해 농산물'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가격도 높게 받는다. 반딧불이 사과의 경우 서울 가락동 농산물시장에서 15kg 한상자에 15만원으로 타지역 생산품보다 2~3배 높게 받는다.    특히 축제 이후 무주군은 '한국의 알프스'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다. 반딧불이 축제를 처음 시작한 97년에는 240여만 명이었으나 2004년에는 438만 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다. 무주군은 반딧불이 모형을 응용한 가로등과 장터를 세우고 화장실도 반딧불이 모형을 본 떠 짓는 등 생태환경 분위기 가꾸기에 노력하고 있다. 농민들도 이에 발맞춰 농약.비료 대신 유기농 퇴비 등을 사용하는 등 토양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무주=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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