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주범1년여만에 일진회에서 체벌교사로 ‘둔갑’>    ‘학교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이제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됐다. 왕따 일진회 등 학생간 교내 폭력 문제가 사회이슈로 부각되면서 정부도 ‘학교폭력’을 정책용어로 사용하고 있다. 이해찬 전 총리는 지난해 3월 학교폭력 조직폭력 사이버폭력 정보지폭력을 4대 폭력으로 규정하고 근절 대책을 추진했다.    한명숙 총리도 이 전 총리의 ‘용어 선택’을 이어받았다. 한 총리는 11일 ‘5대 폭력 근절 대책 관계장관 회의’를 주재했다. 여성 총리답게 이 전 총리의 ‘4대 폭력’에 성폭력을 추가한 한 총리의 ‘5대 폭력’에도 ‘학교폭력’이 맨 첫머리에 등장했다. 총리실은 이 회의 내용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배포하기도 했다.    이 전 총리가 근절하자고 앞장선 ‘학교폭력’의 주범은 일진회 등 불량학생이었다. 당시 한 교사의 폭로를 계기로 초등학교까지 파고든 일진회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었다.    그러나 불과 1년여만에 정부 정책용어로서 ‘학교폭력’의 정의와 주범은 완전히 바뀌었다. 한 총리 주재회의에서 거론된 ‘학교폭력’은 ‘학생에 대한 교사의 심한 체벌과 성폭력’이었다.    총리실 보도자료에는 ‘오늘 회의에서 한명숙 총리는 최근 언론에 보도된 바 있는 부적격 교사에 의한 학생체벌과 성폭행 사례에 대해 유감을 표시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학교폭력 경감대책을 추진할 것을 지시하였음’이라고 돼 있다.    보도자료에 정리된 ‘학교폭력 근절대책’도; □최근 언론에 보도된 학생체벌 사건 및 성희롱 사건 등과 관련오는 2학기부터 교사들에 대한 학생인권과 성폭력 예방 및 성교육을 대폭 강화    □지난해 10월 개정된『교육공무원징계양정등에관한규칙』을 엄격히 적용하여학생에 대한 성범죄 및 심각한 신체적 폭력 등 중대한 비리행위 교원에 대해 징계양정기준을 중징계 이상으로 강화    □여름 방학을 맞아 학생들의 교외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학생들의 일탈행위 및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여름방학 중 교육청경찰청지방자치단체 등이 합동으로 피서지 및 학생비행 예상지역에 교외생활지도단을 편성하여 순찰·계도활동도 강화 등 세가지였다.    일진회 등 학생간 폭력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고학생에 대한 교사의 심한 체벌과 성폭력을 막기 위한 조치가 ‘대책’의 주된 내용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우리 사회 학교폭력의 주범은 일진회 등 문제학생이 아닌 ‘체벌교사’ ‘성폭행 교사’다.    그렇다면 일진회나 왕따 문제는 더이상 학교폭력 대책회의에 포함되지 않아도 좋을만큼 근절된 것일까?  불과 1년만에 한국 학교의 풍토가 이처럼 180도 바뀐 것일까? 정부의 폭력 근절대책 관계장관 회의가 진행왜온 모습을 살펴보면 이토록 짧은 기간에 이뤄진 ‘드라마틱한’ 변화의 원인을 엿볼 수 있다.    ◇폭력 근절 대책의 변천=이 전 총리 시절인 지난해 3월 국정현안 정책조정회의에서 4대 폭력 근절을 위한 범정부적 종합대책 추진방안을 검토키로 하며 관계장관회의는 정례화됐다. 두달 뒤 열린 제1차 4대 폭력 근절대책 관계장관 회의 내용은 일진회 문제로 불거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일부 학교 취약지구에 CCTV를 설치한다는 것이었다.    6월 2차 회의를 거쳐 7월 회의에서 정부는 “일진회 등 불량서클 다수 해체조직폭력·사이버폭력 사범 대거 검거불법 사설정보지 시장 사실상 와해 등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찬했다. 관계장관 회의가 시작된 지 4개월만에 일진회로 인한 학교폭력을 상당수 잠재웠다는 것이다.    9월 4차회의에선 학교폭력 피해자 지원방안과 스쿨폴리스(학교 상주 경찰) 제도 시범운영에 초점이 맞춰졌다. 11월 5차 회의는 학교폭력과 관련해 동절기 청소년 비행 예방 등만 간략히 언급한 뒤 사행성 게임장 문제를 근절하기로 했다.    ◇시류만 좇아서 ‘근절’될까?=올 1월 6차 회의에선 1년 동안 많은 성과를 냈다며 “학교폭력의 경우 단위학교 중심의 학교폭력 예방 시스템 구축을 중점과제로 정하고 개학 전 1∼2월에는 모든 교사를개학 후 3월에는 모든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예방교육을 실시키로 했다”고 밝혔다.    교사를 학교 폭력의 방위대로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의 일관된 기조였다. 정부의 계획대로 됐다면 지난 2월까지 모든 교사들이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받은 ‘폭력 방위대’로 탈바꿈 했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관계장관회의가 출범한 지 1년4개월만인 지난 11일 정부가 지목한 학교폭력의 주범은 ‘교사’로 돌변했다. 출범시 “학교폭력에 효과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교원에게는 근무성적 평가시 불이익을 주는 방안도 적극 검토한다”던 정부가 16개월만에 ‘학교폭력 방위대’였던 교사를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규정한 것이다.    일진회 등 ‘전통적’ 학교폭력이 사라진 자리를 ‘부적격 교사’가 채웠다고 판단하는 것일까. ‘그 때그 때’ 상황에 맞게 학교폭력을 규정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게 정부 목표라면 수긍되는 면도 있다.    하지만 ‘근절’은 기동타격대나 5분 대기조처럼 단기간 동안 몰아쳐서 얻어낼 수 있는 성과가 아닌 것 같다. 교육현장에서는 여전히 일진회 같은 학생간 폭력의 피해사례가 들려온다.    또 사명감을 갖고 가르치는 대다수 교사는 이번 정부 대책에 대해 “일부 부적격 교사 사례를 갖고 교사를 학교폭력의 주범으로 지목한다면 우리가 설자리는 어디냐”고 항변하지 않을까.    [출처:국민일보 쿠키뉴스 선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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