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관리 체계 다시 짜야>    수해는 때와 장소에 따라 피해의 형태가 다양하게 나타난다. 온난화 등 지구 환경 변화에 따라 그 피해도 예상을 벗어나고 있다. 이 같은 피해가 매년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천재지변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일이다. 그러나 수해의 원인과 대응에는 공통되는 문제점이 있으며이를 교훈으로 살릴 수 있는 부분도 적지 않다.    태풍 루사와 매미그리고 대구 지하철 사건 등의 재해에 이어 이번에는 태풍 에위니아중부지역의 집중호우 그리고 송파 고시원 화재 사건 등 유사한 형태의 재해가 우리 주변에서 반복되고 있다.    방재 수준과 시설물에 대한 안전율은 결국 그 사회가 재해의 위험을 허용하는 범위 즉 재해에 따른 손실을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이는가에 달려 있다. 최근 10년간 수해로 인한 연평균 사망자 130명 정도와 2조원에 가까운 재산 피해를 우리 사회는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수해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으로부터 소중한 수해대비 방안을 얻을 수 있다. 첫째수해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한 곳은 어디에도 없다. 산간지역에서는 산사태로 농경지가 매몰되고도시지역에서는 하천 범람이나 배수 불량으로 건축물과 지하공간이 침수되므로 높고 낮은 모든 곳이 수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유역 특성이 비슷한 지역의 수해 원인과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둘째소 잃고도 외양간은 고쳐야 하는데 잘 고쳐야 한다. 대부분의 수해복구 사업은 내년 홍수를 대비하여 끝내야 되기 때문에 복구공사 기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그 기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중앙정부는 수해 발생 후 즉시 복구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수해예산 집행권을 지방자치단체에 주어야 한다.    셋째지형과 하천 특성을 무시하고 개발된 지역에서는 수해가 따른다. 수해 복구를 무너진 제방건물 등이 원상복구되면 끝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은 원천적인 문제의 해결이 아니다. 현재의 지형은 여러 번의 재해를 겪으면서 형성된 것이며앞으로도 지형은 계속 변화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를 예측해 재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과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특히 방재 개념이 포함된 도시계획 및 관리가 절실하다.    넷째수해는 또 일어난다. 수해가 일어났을 때 누구를 믿고 따라야 할지 주민들은 불안하다. 수해는 수해로 끝나지 않고 자칫 자신감을 잃고 국가의 역량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 수도 있다. 따라서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된 방재 정책만이 수해 대응에 있어 주민들의 협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동안 정부에서는 수해 극복을 위해 재난관리 체계를 지속적으로 개선해 왔다. 그러나 현재의 재난관리 체계는 재난을 예방하기보다 발생한 뒤 행동 요령대응 방안 등 사후관리 체계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생각된다. 수해를 예방하기 위한 재해 담당 공무원 확보 및 전문성 제고재해 관련 정부기관 통합방재연구 인력 확충수공구조물 설계기준 재검토홍수보험 등 비구조적 방안 개선도시 하수도 정비와 하천관리 등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며이를 실천하는데 필요한 예산 확보가 시급하다.    홍수와 태풍대형 화재 등은 모두 인재(人災)와 천재(天災)의 성격을 모두 가졌다. 발생 자체를 막을 수 없지만 예방적 대책을 마련하면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그것은 국가와 국민 모두에게 주어진 책무다.    윤세의 ⓒ 국민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