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을 뽑아야 하는 이유          전교조가 18일 `학교자치와 교장선출보직제(이하 교장보직제) 추진본부’를 발족하면서 교장보직제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는 일정 경력의 교사를 교장으로 보(補)하는 제도로 노무현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채택 여부에 교사들의 관심이 쏠렸다. 그러나 4월9일 교육부의 업무보고가 노 대통령의 공약에 비해 상당 부분 후퇴하였고 교장보직제에 대한 언급이 없어 `서교장 자살사건’ 이후 교육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만만찮음을 방증하고 있다.    교장보직제란 교장을 교사나 학부모가 선출해 보하는 제도로 교장임기를 마치면 다시 교사로 돌아와 아이들을 가르치게 된다. 교장은 군림하고 지시하는 직위가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와 수평적 의사소통구조를 가지며 학교자치의 구심점이 된다. 교사의 교육활동을 돕고 교육에 있어 교사가 못하는 일을 대신하며 권한이 아니라 책임이 많이 부여된다. 이 제도는 학교자치가 그 전제이기에 학교의 교사회와 학부모회 및 학생회에 대한 법제화가 병행되어야 한다.    이로써 학부모나 교사 및 학생이 주인으로서 학교를 꾸려 나가게 되며 교장은 이들의 의사를 모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반면 교육청이나 교육부는 학교교육을 지원하는 교육센터의 기능을 하게 되어 획일적인 통제와 지시가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역할이 축소되고 이들의 개혁도 뒤따라야 한다.    현행 교장자격증제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제도로서 해방 이후 `교장 단위학교 책임경영제’라는 권위주의 시대의 산물이다. 교장 승진에 필요한 점수를 많이 얻은 순서대로 교장자격을 주는 제도다. 교사의 본분을 벗어나 승진경쟁에 뛰어들다 보니 부작용이 많을 수밖에 없다. 소수점까지 점수경쟁을 하기도 한다. 대학원은 1점 부장은 7번 벽지점수가 모자란다 싶으면 벽지학교를 각오해야 한다. 논문점수를 얻기 위해 수백만원을 들여 대행업체에 맡겨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마지막 관문은 근무평정이다. 교장 혼자서 근무성적을 평가하기에 그 순간 교장은 `절대자’이다. 교장에 밉보여 거의 다잡은 교장자리를 놓쳤다는 교사의 푸념도 간혹 듣린다.    교장보직제 시행은 교육관료와 교총회원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교장이거나 곧 교장이 될 사람들이며 교장이 되기 위해 10년 이상 꿈을 키워왔으니 말이다. 그러나 교장자격증제도는 자율화 시대와는 맞지 않는 것이기에 이를 고집하는 것은 학교를 일인지하에 두겠다는 권위적인 발상이다.    지난해 1월 울산에서 학교장 14명 등 73명의 교육공무원이 학교공사비 착복과 수뢰혐의 등으로 적발돼 11명이 구속된 사건은 충격적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후임 교장에게 뇌물 잘 주는 업체 리스트와 뒤탈 없이 뇌물 받는 법까지 전수했다는 대목이다. 이러한 전횡은 교장을 견제할 시스템이 학교에 없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인격적 검증도 없이 점수따기 경쟁으로 내몬 승진제도가 그것의 근원이다.    분명한 것은 교단의 양단현상의 원인이기도 한 교장자격증제가 존속하는 한 우리 학교현장에서 독선적 파행은 없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기에 이를 고수하자고 우기는 것은 교사가 아닌 교육권력자가 되자는 뜻과 같다. 학교교육을 한 사람에게 맡기느냐 아니면 `학부모와 교사 및 학생들의 합의’에 맡기느냐의 문제이니 말이다.    황선주/대구 경북기계공업고등학교 교사    출처: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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