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이냐 이익이냐      최근 공직윤리에서 이익충돌의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고위공직자의 재산공개 내역을 본 많은 사람들은 부러움과 질시 그리고 우려의 감정을 가졌다. 냉철하게 보자면 부러움과 질시는 상대적인 박탈감에 불과할 것이다. 정작 우리가 주목할 것은 재산의 적고 많음이 아니라 재산형성의 적법성과 재산공개의 성실성 그리고 `부도덕의 외관’을 제거했느냐이다. 부도덕의 외관이란 공직자가 보유한 재산과 공직수행 사이에 이익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정통부장관의 정보통신 관련 업체의 주식 소유 건교부장관의 건설회사 주식 소유 금감위원장의 주식 소유가 그 예가 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위공직자들의 주식 보유는 직무와 관련 있는 정책결정으로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격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제한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히 공직과 보유한 주식의 업무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더욱이 최근에 밝혀지는 공직사회 비리의 상당 부분은 겉으로 쉽게 드러나는 외형적 범죄보다 공직수행 과정에서 사적 이해관계에 기초하여 발생하는 부당한 의사결정이나 알선과 청탁 등의 이권개입 형태이다. 각종 게이트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따라서 비리 여부의 판단과 그에 대한 통제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런 경향은 하위직보다는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심해진다. 그래서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가들은 1960년대부터 공무원의 사적이익과 공공의 이익이 충돌할 때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원칙을 지키고 있다.    첫째 ‘제척’의 원칙이다. 이것은 이해관계를 지닌 공직자를 이익충돌을 야기하는 공적 역할에서 제외하는 것이다. 둘째 ‘박탈’의 원칙이다. 이것은 특정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로부터 충돌을 야기하거나 야기할 우려가 있는 이해관계를 맺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셋째 ‘이익의 균형’ 원칙이다. 집합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고려함으로써 어느 한 이익이 주도적 역할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넷째 ‘이익 공개의 원칙’이다. 말 그대로 이해관계를 모두에게 공개함으로써 이해당사자들로 하여금 공직자의 생각과 동기를 판단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익충돌 해소의 원칙에 따라 각 국가는 공직자윤리법을 제정해 공직자의 겸직 및 영리활동 금지 업무 외 소득 및 취업 제한 퇴직 후 재취업 금지 규정 등을 신설하여 이익충돌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지난 10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주식 보유와 관련된 이해충돌의 문제를 공직윤리와 관련한 가장 주요한 규제지점으로 인식하고 다양한 입법상의 조처를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해왔다. 미국에서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주식 보유로 발생할 이해충돌을 사전에 심사하여 이를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으며 백지위임신탁(Blind Trust) 제도를 통해 이해충돌을 해소시켜나가고 있다. 샌디버거 미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그의 정책결정이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그가 보유한 아모코의 주식을 매각하라는 백악관의 권고를 이행하지 않은 이유로 벌금형을 받았고 블룸버그 뉴욕시장은 당선 후 시윤리위원회의 매각권고를 받아들여 주식을 처분한 전례가 있다.    이번에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의 대상이 된 고위공직자들은 이해충돌에 따른 시비를 근원적으로 없애기 위한 가시적인 노력으로 후배 공직자에게 모범을 보이고 아울러 국가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그리고 국회는 공직자윤리법에 대한 전면적인 손질에 나서야 한다. 차제에 재산공개제도 자체를 무력화시키는 고지거부 규정 삭제와 등록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검증시스템 도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누구도 자기 사건의 재판장이 될 수 없다’는 격언처럼 공직자가 공·사간 이익충돌시 스스로 중립성과 청렴성을 담보하기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이 경우 그는 그가 맡고 있는 공직을 포기하거나 아니면 그와 관련된 이익을 포기하던가 양자택일해야 한다.    강성남/방송대 교수·참여연대정책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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