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위병은 NO”공무원 불만      “정부 내에 노사모를 만들자는 거냐” “꼭 옛 소련 적군(赤軍) 내부의 감시 조직을 보는 것 같다” “조직 내에 다른 조직을 만들면 조직 전체가 망가진다”….    지난 13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세무관서장 특강에서 “각 부처에 공식 비공식의 개혁주체 조직을 만들겠다”고 발언한 후 과천 관가(官街)에선 이런 비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노 대통령 발언 직후 재경부 등 일부 부처에서 젊은 사무관들을 중심으로 하는 별도의 조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자 관가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재경부의 한 간부는 “건전한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라며 “대통령의 말을 전해듣고 귀를 의심했다”고 토로했다.    개혁 주체 조직의 중심 세력으로 ‘낙점’된 386세대 사무관들조차 충격을 받은 표정이다. 재경부의 한 사무관은 “노 대통령이 사무관들과 코드가 맞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개혁조직 발상은 넌센스”라고 비판했다. 그는    “묵묵히 국민을 위해 봉사해온 젊은 공무원들이 중국의 홍위병처럼 정치적으로 오염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한 과장급 공무원은 기자에게 “개혁 주체 조직원으로 뽑힌 사무관들이 과연 좋아할 것 같으냐?”고 반문하고는 “그 사람들이 지금 정권 밑에선 승승장구할지 모르겠지만 정권이 바뀌면 운명이 또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고 말했다.    정치 권력과 비교적 가까운 위치에 있는 고급 공무원들도 노 대통령에 대해 실망감을 토로하고 있다. 재경부의 한 국장은 “대통령이 배당을 크게 받으려면 자신에게 줄을 서라고 했는데 그 말은 공무원들이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만천하에 자인한 것”이라며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뀌면 가장 먼저 알아서 적응하는 사람이 공무원인데 노 대통령은 그런 공무원조차 다스리지 못하고 이상한 조직을 만들어 공심(公心)을 발로 차버리는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통치권자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돼 있는 공무원들의 입에서 이런 불만들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면 ‘개혁 주체 조직’의 앞날은 밝지 않아 보인다.    특히 우리나라 관료사회는 계통에서 벗어나는 이질 조직을 허락하지 않는 ‘끼리끼리 문화’가 강하다. 그 동안 민간인 출신이 관료사회에 들어가 제대로 살아 남았다는 얘기를 별로 들어본 적이 없다. 김대중 정부가 “공무원 조직에 새로운 세포를 심겠다”고 도입했다가 1년도 안돼 유명무실해진 개방형 선출제도가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우리나라 공직사회에 고칠 점은 많다. 그러나 ‘개혁 주체 조직’과 같은 조직을 편가르는 식의 시도는 오히려 반대세력의 결속을 초래해 줄대기와 파벌주의를 양산할 수 있다는 걱정은 기우(杞憂)에 불과한 것일까. 그로 인한 공무원 조직의 붕괴와 국정 혼란 국민에게 가져다 줄 피해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윤영신기자 ysy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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