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독거노인을 방문해 진료하는 등 열정적인 보건진료 업무를 처리하면서 보건진료소 운영비용 대비 수익이 발생한 잉여금으로 보건교육달력을 제작보급하며 부녀자들 대상으로 자궁암유방암 등의 검사를 상급진료기관에 의뢰하는 등의 남다른 정성과 열정으로 진료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는 훈훈하며 귀감이 되는 활동소식이 있다. 그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공직자 모임인 제주퍼블릭웰에도 전달이 되었다.

따스함이 더 필요로 하는 계절에 걸맞게 2002년 마지막 ‘이달의 인물’로 그 주인공을 정하고 만나 보았다.

이 화제의 인물은 표선면 세화리 보건진료소 박금환(44) 소장.
그분을 만나 예기를 나누었다.

▣ 고향이 대구라고 하던데 어떻게 제주도에 오시게 되었고 공직에 몸담게 되었나요?

대학 졸업후 부산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했었는데 결혼하면서 제주도에 내려오게 되었습니다. 보건진료 직무교육을 받고 남원읍 의귀리에 첫발령을 받은 이후 의귀리 보건진료소에서 8년 토산리에서 5년 가시리에서 4년을 근무하였고 지금은 세화리에서 4년되었습니다. 1992년에 지방공무원 별정7급으로 발령받았고 지금은 별정 6급입니다.

처음 발령받았을때는 말이 안통해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둑찌’하면 어딘지 몰라서 손으로 가르켜 달라고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제주도 들보다 사투리를 더 잘 알고 씁니다.

처음 시작할 때인 20년 전에만해도 1년에 6명 정도 애기를 직접받기도 했는데 60cc오토바이 타고 사명감으로 밤 12에도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시골동네 청년들끼리 싸움도 잦아서 봉합수술을 1달 10건 정도 하기도 했습니다.

▣보건교육달력을 보급하고 있다던데 시작하게 된 동기와 그 반응은 어떻습니까?

현재 '보건교육달력’보급은 다른 진료소와 남군보건소에서도 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물론 지금도 건강관련 책자를 보급하고 진료소에 비치를 해놓긴 합니다만 큰 성과를 얻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병을 사전에 스스로 예방토록 해야할 필요성과 ‘세화리 보건진료소’그 자체를 홍보해서 이용률을 높일 필요가 있어서 3년전에 시작했습니다. '보건교육달력’은 그림으로 하기 때문에 병에 대한 정보전달 교육효과도 보게 되었습니다. 달력을 통해 1년 내내 접하다보니 개인건강관리와 질병 치료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고 주민 스스로 건강관리를 해나가려고 애쓰는 등 가시적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세화리 주민수와 노인수는? 근무여건은 어떤가? 그리고 어떤 마음자세로 근무하고 있습니까?

700명(200가구)이며 65세 이상된 노인이 100명 이상 됩니다.

농어촌 특별 조치법령에 의해 80년도부터 보건진료소는 전국 2000개가 생겼으며 제주도내만도 48군데 입니다. 그 마을에서 진료소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면 그 타당성을 검토하여 만들게 됩니다. 진료소장의 보수는 군(郡)에서 나오지만 보건진료소의 운영비는 진료소 자체적으로 조달이 되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아는 것과는 많이 다릅니다. 보건진료소에 상주해서 환자가 있으면 24시간 언제든 진료를 해야합니다. 근무시간은 하루 24시간 이라고 봐도 지나치지 않을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보건진료소장은 ‘5분대기조’라는 말도 있을 정도입니다. 진료소에는 소장 1명만 근무(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한시도 마음에 여유가 없습니다. 그래서 가정을 꾸리는 주부로서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매우 어려운 직종이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지에 있어서 의료혜택을 잘 받지 못하는 분들에 대한 연민의 정과 사랑 그리고 소명의식이 없으면 지탱하기 힘듭니다. 주민들 특히 마을인구의 15%나 되는 65세 이상된 어르신들의 입장에서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진료업무를 행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독거노인 거동불편자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직접 방문 진료하고 있습니다.

외로운 노인에게는 약을 주는 것도 있지만 말동무가 되어줍니다. 손 한 번 더 잡아주고 말을 해주는 것이 노인들에겐 더 좋습니다.

물리치료기기를 구입해서 1달 2번씩 경로당에서 물리치료를해 드리고 있으며 건강체조를 가르쳐 주기도 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외부 강사를 초빙해서 어르신들과 함께 오락프로그램을 진행하고도 있습니다.

진료소장은 팔방미인이 되어야합니다. 노인에겐 노인이 되어야하고 젊은이에겐 젊은이가 되어야 합니다.

▣보건당국과 주민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IMF 구조조정요구에 ‘진료소’의 존폐를 두고 논란이 있었던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진료혜택을 적기에 받지못하는 오지의 주민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결론 내려졌습니다. 그런 결정을 얻기에는 지역주민들 특히 이장님 이하 운영위원들의 힘이 컸습니다. 지금은 보건당국에서도 많은 관심과 지원을 해주고 있습니다. 진료소 운영은 운영위원(청년회장 부녀회장 등)들이 모여 의견 조율 합니다. 현재 세화리 보건진료소에 대해서는 주민들께서 좋게 생각해주고 있고 특히 이장님께서 많이 도와주시기 때문에 특별히 바라고 싶은 것은 없습니다. 다만 많은 의료혜택을 사전에 적시에 받도록 해드리지 못해서 미안할 따름입니다.

▣ 개인적인 계획과 각오 그리고 공직자로서의 앞으로의 각오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정년까지는 15년 정도 남아있습니다. 지역주민을 위해 일을 많이 했다고 자부도 하지만 1차진료소로써 많은 한계도 있습니다. 앞으로도 1차 진료사업만이 아니라 건강증진 병들기전에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싶습니다.

소박하게 숨어서 일하기를 원합니다.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지만 반드시 주민에게 필요한 보건진료소장이 되고 싶습니다. 대부분의 진료소장들은 최일선에서 남모르게 일하고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로 이 일이 천직이려니 생각하며 주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일해 나가겠습니다. <고등학생이 될 예쁜 따님과 함께---->>

▣ 애필로그

이달의 인물로 인터뷰에 응해주실 것을 전화로 부탁드릴때도 그랬지만 방문하여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도 계속 “게재하지 않으면 안되겠느냐”고 자꾸 물었던 박금환 소장님의 마음을 얘기를 나누면서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었다.

거절을 체념하여 인터뷰어와 좌담을 하면서 “동료 보건소장님들 모두 다 똑같이 다하는 평범한 진료업무일 뿐”이라며 소장님 개인보다는 ‘보건진료소’전체를 알리려고 자꾸 그 의중을 드러내기도 했다.

인터뷰하는 1시간 남짓한 시간에도 나이드신 할머니를 비롯하여 심부름 온 초등학생 등 마을 주민 대여섯명이 오고 갔다. 그들에게 전하는 박금환 소장님의 따뜻한 말과 친절한 배려를 그 시간에도 볼 수 있었다.
새해에도 소장님과 그 가정의 범사가 잘 되시고 강건하시기를 기원해 본다.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일반행정과는 조금 동떨어진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쉽게 그 업무의 특성과 애로 등에 대해 잘 알지 못하게 되는 분야를 택했다. 거기에는 같은 공직자들끼리의 타업무에 관한 관심과 위로 그리고 격려가 서로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