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첫 여성 읍장 오금자 남원읍장님

지난 광복절 전후하여 지방언론에서 지방공무원 인사에 대해 우려반 칭찬반으로 평을 해댔다. 그 주인공은 ‘도내 첫 여성읍장 오금자’에 대한 인사였다. 마침 ‘이 달의 공직자’ 대상으로 선정하고선 찾아가려고 계획 중이었다. 그런데 업무파악과 지역인사들과의 상견례 등으로 바쁘실 것이라는 지나친 배려(?)로 늦었다. 그 이후에는 ‘나리’의 피해로 또 늦었었다. 이제는 여유가 있으시겠지 하는 마음으로 연락을 드렸다. 육지 출장이라고 했다. 귤 세일즈하러 경북 경산시로 갔다는 것이다. “과연 다르구나” 또 며칠을 기다렸다. 약속을 잡고 가는 것이라면 기약도 없을 것 같고 해서 그냥 출발한다고 알리고선 무작정 들이 밀었다. 출타 중인 읍장님을 간신히 만났다. ‘이 달의 공직자’에 응해주는 것도 귤을 팔러 가는 것만큼이나 남원읍을 홍보하고 공공관계를 이룰 수 있는 것이라 억지를 부리며 시간을 빼앗았다.

Q. 도내 첫 여성읍장이신데 늦었지만 축하드립니다. 언제 어떻게 해서 공직에 입문하시게 되었습니까? 첫 임용지는요?

A. 여성도 능력이 있어야 하고 직업도 안정적이라야 한다는 생각으로 공무원이 전문직으로 인정받을 있을 수 있는 분야일 것 같아 ‘81년 현재의 남원읍사무소에서 첫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Q. 평소에도 공부하는 공무원 공정하고 빈틈없이 업무를 추진하는 공무원으로 평을 받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자세로 근무를 하시는지?

A. 늦었지만 사회복지과를 졸업하고 경영학도 전공했습니다. 새로운 지식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머물러 있는 것은 도태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평생 배워 나가려고 합니다. 마침 읍장을 하면서 옛 속담에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말이 틀린 말이 아님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면 업무 파악을 최대한 빨리 하려고 하는데 권위를 내세우기 보다는 마음을 열고 다가가려 하고 있습니다.

Q. 여성 첫 읍장이라는 별칭에 대한 소감과 타 시도와 비교해서 도내 여성공무원 특히 고위직에서의 여성 비율과 대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애송이 공무원 시절인 때의 남원읍장님을 떠올려보면 근엄하고 올려다보기 꺼리는 대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내가 그런 위치에 여성공무원으로 있어보니 ‘잘 해야지.’ 하는 도전 정신과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염려가 동시에 듭니다. 하지만 여성으로서의 장점도 있다고 봅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어서 인지는 모르지만 여성 특유의 세심함과 여타 읍장보다 높은 친화력도 한 몫을 합니다.

여성 공무원에 대한 대우는 과거와 비교하여 많이 좋아졌지만 더 개선되어야 할 곳이 많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첫 여성 읍장이라는 타이틀을 나 개인만으로 국한하지 않을 것입니다. 여성이 읍ㆍ면장의 자리에 앉아도 문제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더 낫다고 평가되어서 후배 여성 읍장들이 더 배출되는 시발점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의지 때문인지 처음 부임할 때만 해도 ‘여성 읍장’이라고 불리던 호칭이 지금은 여성이라는 형용사가 없어지고 대신 ‘젊은 읍장’으로 바뀌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이장이 많은 다른 읍ㆍ면에 비해 우리 남원읍은 젊은 이장님들이 대부분이어서 시쳇말로 “죽이 잘 맞습니다.”

Q. 남원읍의 도외 감귤세일즈 활동에 대해 며칠 전 언론에 기사화 되었던데 어떤 각오로 읍정에 임하고 계신가요?

A. 남원읍은 도내 감귤 생산의 23%를 차지하고 있는 감귤 주산지입니다. 때문에 감귤이 제값을 받아야 우리 읍민은 물론이고 제주도민이 잘 살게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감귤은 풍작이어서 열매속기가 매우 중요합니다.

판로 개척 또한 중요한데 좋은 감귤은 생산자들이 하고 읍에서는 유통개선 등 판로를 개척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도 세일즈 외교를 하는데 읍장도 세일즈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되겠지요.

Q. 직장 일 때문에 특히 첫 여성읍장이라는 것 때문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실 텐데 가정생활은 어떻습니까? 남편의 외조가 대단하시다고 들었습니다.

A. 맞습니다. 남편하고는 이곳 남원읍에서 함께 근무할 때 사내 커플로 만났는데 동료로서 서로 돕는 배필로서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도청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내 입장을 잘 이해해 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사실 아내로서 엄마로서는 내세울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아이들도(딸은 공군사관학교를 나와서 공군 소위로 군복무 중이고 아들도 군입대를 했다고 함) 바르게 커주고 남편에게도 도움만 받아서 너무 고맙고 미안할 뿐입니다. 지금은 남원읍내에서 아파트를 빌려 어쩔 수 없이 별거 아닌 별거 중에 있습니다. 읍장이라는 신분 때문에 주말에 더 많은 행사가 있어서 주중에 얼굴 보러 가는 정도 입니다.

Q.26여년 공직 생활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요?

A. 동료들의 도움과 양보 덕택에 대통령상을 비롯하여 여러 상도 수상했습니다. 어느 하나 놓쳐버리고 싶은 것이 없을 정도로 감사한 일이 많고 일선기관 위주로 근무를 해 와서 그런지 많은 경험도 했습니다. 현장행정 만큼은 남에게 뒤지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지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내가 보기에 좋은 기억이 많은 공무원 보다 ‘주민들로부터 좋은 기억으로 남는 공무원’이 되고 싶습니다.

Q.앞으로의 공직 생활과 개인생활에서의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

A. 공직자로서의 저는 욕심이 많지만 목표는 단순합니다. 주어진 일은 직접 발로 뛰면서 최선을 다해서 읍민으로부터 ‘부지런한 읍장’이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때문에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 동네를 살펴보고 7시 전후에 출근해서 근무지도 먼저 밟고 신문도 먼저 봅니다.

그리고 타 읍면동과 비교하여 으뜸가는 남원읍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자리에 연연하기보다는 나에게 충실하여 읍민과 공직 후배들에게 칭찬을 받고 더 친절히 솔직하게 다가가서 읍민을 어루만져주고 싶습니다.

그 밖에 개인적으로 남편에게 고마움을 나타낼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고 딸 아들이 지금처럼 건강하게 잘 지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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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하러 가는 차안에서 신달자 시인과 인터뷰 라디오방송을 들었다. 진행자가 신달자 시인에게 “지금 행복하냐”고 물었다. “행복하다”고 했다. 마침 생각나서 오금자 읍장님에게 물었다. “행복하시냐”고 “행복하다”고 했다. 신달자 시인이나 오금자 읍장님처럼 지금 주어진 일에 푹 빠져서 몰두할 수 있는 것이 행복이구나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인터뷰 도중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읍장님의 남편을 떠올렸다. 인터뷰 도중에 안 사실이지만 남편은 인터뷰어가 이미 알고 있었던 행정대학원 선배이기도 했기 때문에 더욱 새롭게 느껴졌다. “요망진 줄은 알았쭈만은 너무 잘 허염쩌”라는 읍장님에 대한 동네 어르신의 평가가 읍장님께 늘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읍장님의 범사가 잘 되고 강건하시길 기원한다.

2007.10.24. 인터뷰어 : 제주퍼블릭웰 대표이사 송창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