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페이지도 리뉴얼 되었고 2007년도 첫발을 디디면서 ‘이달의 공직자'의 선정작업에 들어갔다.

‘이달의 공직자'란이 회원님들의 많은 조회에도 불구하고 바로 바로 업데이트를 하지 못해서 죄송하고 안타까웠다. 회원님들의 추천도 부족했지만 공직자의 특성상 어디 특히 드러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다.

주위 몇 분의 지인에게 이야기하다가 제주시청 관광진흥과 교류협력계장 김일순 계장이 오고갔다. 그 분은 필자가 진작 알고 있는 분이라 곧장 전화 드리고 부탁했다.
아니나 다를까 계장님의 성격상 조용하면서 주어진 일을묵묵히 하시는 분이라 완곡히 거절을 했다.

하지만 우리 (주)제주퍼블릭웰은 여성회원분도 많은데 여성의 목소리로 내놓아야지 않겠느냐는 억지를 부리며 일방적 통보를 하고 계장님을 만났다.

인터뷰하는 것조차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썰렁한 청사 로비에서 좌담을 했다.

남원읍 신흥2리의 시골 동네에서 태어났다. 촌부치고는 교육열이 남다른 아버지 덕분에 그 동네에서 여자 중 처음으로 제주시 소재 고등학교(제주여고)로 유학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공무원에 발을 들여놓게 된 것도 아버지께서 직접 공무원시험 원서를 갖다 주셔서 치르게 되었다. 거창하게 사회봉사 국가봉사라고 생각을 갖고 국록을 먹게 된 것은 아니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은 천직으로 여기며 대민봉사의 정신을 조금은 갖고 있다고 겸손하게 슬쩍 이야기를 건냈다. 아마 아버지는 대학진학을 시켜주지 못한 것 때문에 미안해서 먼저 선수치고 딸의 안정적 진로를 먼저 챙기셨던 것 같다고 해몽(?)하고 일러 주었다.

78년 10월에 시청 재무과에 첫 근무지로 발령을 받았다. 그 당시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그랬듯이 고개 숙여 일만했다고 한다. 거기서 남편(도청 근무)도 처음 만났고 사랑을 키워 가정을 꾸렸다. 29년 전에 벌써 사내 부부 커플이 이루어진 것이다.

이 얘기를 하면서 분위기를 좀 추수르더니 조심스럽게 공직에서의 남녀 차별을 터치했다. 1년 정도 앞에 입문한 남편은 서기관이고 자기는 아직도 6급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여자 동기에 비해서는 늦은 편은 아니지만 그나마 사회에서 여성들에게 덜 차별적이라는 여성공무원의 대우가 좀 떨어진다는 어감이었다. 최근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차별을 주도적으로 금지해야할 공직에서조차도 아직 부족하다는 어간의 의미였다.

이야기를 아이들과 학업으로 돌렸다.
가정에서는 부모가 아이들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듯이 공부하는 것도 강제로 시키기 보다는 거울이 되고 싶었다고 자녀교육의 노하우를 필자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자기 계발도 하고 싶기는 했지만 자녀들 커 가면서 학구열도 함께 나누고 싶어서 늦었지만 대학교와 대학원에 잇달아 진학을 했다. 성적표가 나오면 자녀들에게 모두 공개했다. 지금 1남 1녀의 자녀들이 엄마가 받았던 성적을 따라가지 못하겠다고 볼멘소리를 하곤 하는데 그때는 괜히 어깨가 으쓱해지기도 한다면서 자랑스레 미소를 지었다.

아이들이 중학교 다닐 때 였던가... 동기부여를 해주고 싶어서 아이들 데리고 서울에 소위 일류대라는 학교를 돌아보고 왔었는데 아들(서울대)은 그 일이 너무 고맙고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고 했다.

답지가 있는 문제지를 구입 하게 되면 답지는 다 잘라버리고 스스로 답을 찾아보도록 하여 창의적이고 자발적인 학습 습관을 심어주려고 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이 나름대로 학교성적이 좋게 나왔던 것 같다. 그런데 여기에는 ‘신식' 시어머니의 도움도 컸다고 한다.  같은 공직 동료였던 남편의 넉넉한 이해 덕분에 아이들도 잘 자랐고 본인도 지금껏 직장 생활을 잘 할 수 있었다고 본다며 은근히 남편에게 고마움도 전했다.

주경야독했던 학업이 실무와는 크게 연계 되지는 못하지만 매사에 충실하는 것과 민원인들에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업무처리 하는 것에는 큰 기반이 되었다고 했다.

필자가 보기에는 계장님의 일처리 모습이 우리나라 행정이 지나치게 온정적이고 주관적인 것에 견주어 보면 행정처리의 진일보가 아닌가 퍼뜩 떠올려 보았다.

근 30년 가까이 근무하면서 ‘개발행위허가'를 담당했던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때가 공직 생활 중 가장 힘들었지만 보람도 있었고 극단적 민원인들과도 조정 화해 해가면서 업무처리 능력도 많이 성숙해졌음을 느낀다고 했다.

한참 회고에 빠졌다가 불쑥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지금은 아이들이 다 커버려서 어느 정도 여유가 있지만 중ㆍ고등학교 때는 직장과 가정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 어디 있든 업무에 연속로 여기던 당시에는 가정을 우선순위에 두어 아이들만을 너무 챙기고 저녁회식은 고사하고 23차에 어울리지 않는 것이 업무태만처럼 보였도 무능하게 여기졌다고 한다.

앞으로의 공직생활과 개인생활에서의 목표를 물어보았다.
개인적으로 올해에는 박사 과정에 입학해 볼 계획이라고 학구열을 비쳤다.
“가만히 있는데 보물이 그냥 굴러 들어오는 법은 없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기 때문에 부족하고 어려울 것 같기는 하지만 자신을 위해서라도 자기개발을 계속하고 싶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도 챙겨야 될 것 같아서 지금 6년째 운동(배드민턴)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면서 슬쩍 골프도 참 매력적일 것 같아서 배워보고 싶다고 했다.

사회봉사도 해야 할 텐데 아직은 주어진 일에 열중하다 보니 활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면서(특유의 미안한 웃음을 짓는다.) 언젠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계장님은 넉넉하면서도 한편 원칙에 분명히 서 있는 분이라고 평가 받고 있다. 지금도 부족하다며 끊이지 않는 학구열과 주어진 일에 충실하려는 책임감을 겸비한 여장 같았다. 김일순 계장님이 얼른 사무관으로 승진되어서 더 많고 중요한 일을 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계장님의 범사가 잘되고 강건하길 기원 드린다.

2007.1.19. 인터뷰어 : 제주퍼블릭웰 대표이사 송창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