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남구의회 한 의원과 남구 공무원 노조가 ‘의정활동 비판 금지’와 ‘표현의 자유 제한’을 놓고 수개월째 대립하고 있다. 주민들까지 가세하더니 급기야 의원의 ‘흉기 소동’까지 발생했다. 흉기까지 등장한 남구의원과 공무원 노조간의 갈등 전말을 살펴본다.<관련기사 9면>
예산 삭감이 발단=광주 남구의회 A의원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 본부 남구지부(남구노조)의 갈등은 지난 해 12월 14일 남구의회 여성 B의원이 남구 한 식당에서 C공무원과 식사를 하다 남구 다목적체육관 예산 삭감 문제 등을 가지고 언쟁을 벌인 일이 발단이 됐다. C공무원이 예산 삭감 부당성을 거론하며 B의원에게 언성을 높인 것이 문제가 되자 다음날 문범수 부구청장이 의회에 공식 사과했다.
당시 A의원은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든 공무원이 의원들의 개인적인 평가를 하는 것은 부적절한 행동이다”고 주장했다. 이에 남구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헌법이 보장한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한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남구 공직자와 주민 앞에서 공개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의원 사과 거부에 노조 시위 지속=A의원이 사과를 거부하자 남구노조는 남구의회 22주년 개원식에 맞춰 규탄 투쟁에 돌입했다. 남구청사 앞과 A의원의 자택 앞 등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다. ‘표현과 양심의 자유침해 남구의회 A의원을 규탄한다’ 등의 내용이 적힌 현수막도 내걸렸다.
이에 A의원은 “지난해 12월 한 공무원이 여성의원을 위협한 것은 표현의 자유이고 의원이 공적인 자리에서 발언하는 것은 갑질이라고 하면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 아니냐”고 노조 주장을 반박했다.
또 노조가 지난 3월 9일 A의원을 규탄하는 피켓팅 시위를 벌이자 A의원의 지역구인 봉선 1동 주민 50여명이 의회 본회의장을 찾아와 피켓팅 시위를 하는 노조에 항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1일에는 A의원이 공무원 노조의 1인 시위용 피켓을 흉기로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의회는 뭐했나=A의원과 노조의 갈등은 더욱 고조될 것으로 보인다. 흉기 소동과 관련 A의원과 노조 양측이 기존의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다. A의원은 “노조가 의회 개원식부터 의회는 물론 자택 앞까지 피켓과 현수막 시위를 벌여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며 흉기 소동 입장을 밝혔다. 반면 남구노조 “공공청사에서 흉기를 들고 피켓을 훼손하는 A의원의 폭력적 행위는 심각하고 엄중한 사안으로, 민주적 기본 질서를 부정하는 행위는 범죄행위”라며 경찰에 고발했다.노조는 또 A의원의 사퇴도 촉구하고 있다. A의원도 노조를 검찰에 고소하기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의원과 공무원이 수개월째 대립에도 남구의회는 중재 및 조정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흉기 소동이 발생한 뒤에야 성명을 통해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런 연유로 남구의회는 양측의 감정의 골을 더 깊게 만들었다는 비판까지 받고 있다.
남구의회 한 관계자는 “주민을 대변하는 의원과 노조의 갈등이 갈수록 증폭되는 상황에서 흉기 소동이 일어날 때까지 의장을 비롯해 나머지 의원들은 뭣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흉기까지 등장한 후에야 유감을 표명하고 중재에 나선 건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무능력 그 자체다“고 지적했다.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출처 : 남도일보 / 임소연 기자 lsy@namdo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