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공무원 2명이 구속되고 전직 제주시장이 입건되는 등 공직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가 전방위로 확대되면서 제주 공직사회가 술렁이고 있다.
수사당국은 올해초 소방업체 관계자로부터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소방공무원 강모(37)씨를 구속한데 이어 최근에는 하천 정비사업 뇌물수수에 연루된 공무원 김모(47)씨를 구속했다.
검찰과 경찰은 현재 하천 교량사업, 생활체육회 보조금, 소방장비 납품 비리 의혹 등 3개 사안에 대해 공무원 10여명을 무더기로 입건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직 제주시장이 연루된 생활체육회 비리사건은 공직 내부에서조차 10명 안팎의 전현직 공무원 이름이 오르내리면서 담당 공무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경찰은 옛 제주시생활체육회(지금은 제주시체육회로 통합) 보조금 비리 의혹 수사과정에서 공무원들이 연루된 정황을 잡고 공직 내부로 수사 범위를 넓혔다.
이 과정에서 제주시장을 지낸 K씨와 고위 간부 등이 허위 공문서 작성 등에 관여한 혐의를 포착했다. 입건된 인사 중에는 현직 공무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2010년을 전후해 당시 담당 공무원들이 생활체육회의 보조금 비리 내용을 알면서도 이를 묵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는 이를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의혹을 사고 있다.
한 공무원은 “일부 공직자들이 하위 직원들에게 수사 동향을 물어보는 등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라며 “실제 어느 범위까지 입건이 이뤄질지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현직 건설 관련 공무원이 연루된 하천정비 비리 사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검찰은 2013년 하천업무를 담당하면서 업자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공무원 김씨를 구속해 수사중이다.
김씨는 업체에 편의를 봐주는 대가로 제주시 노형동 D아파트를 시세보다 8000만원 가량 저렴하게 사들인 혐의를 받고 있다. 추가 뇌물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한창이다.
검찰은 지난 3월 하천 교량건설 공사 등에 참여한 건설업체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2010년 이후 7년치 공사 계약자료를 두 행정시로부터 확보해 분석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건설부서 출신 공무원들이 일부 건설사에 취업해 임원으로 활동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들이 각종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도 들여다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도내 건설부서 공무원과 건설사 임원들은 특정학교 출신이 많고 지역 특성상 학연, 지연으로 얽혀있다. 간부 공무원의 경우 퇴직 후 건설사에 재취업하는 일도 적지 않다.
검찰이 압수물 분석과정에서 이 같은 연결고리를 의심할 만한 장부를 확보했다는 소문까지 퍼지면서 전현직 건설 관련 공무원들도 초긴장하는 분위기다.
현직 공무원이 구속된 소방 납품 비리사건도 여전히 수사가 진행중이다. 검찰은 업자로부터 2400여만원을 받은 강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기고 추가 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 수사와 별도로 경찰도 현직 공무원 3명을 추가 입건해 막바지 수사를 진행중이다. 다만, 범죄 혐의를 인정할 증거를 찾지 못해 대부분 불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검찰은 경찰의 송치가 마무리되면 뇌물수수에 연루된 업계로부터 확보한 압수물 분석결과를 토대로 추가 수사를 벌여 공무원들의 최종 기소여부를 판단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청렴도 1등급을 달성한다며 올해 초 ‘2017 반부패·청렴시책 추진계획’까지 확정해 추진했지만, 연이어 부정부패 사건이 터지면서 도민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좌광일 제주주민자치연대 정책국장은 “잊을만 하면 비리가 터지면서 공직 스스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공직내부 인식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껏 제주도는 여론의 따가운 눈총을 피하기 위해 무관용 원칙을 말로만 얘기해 왔다”며 “비리 재발 방지를 위한 냉철한 대응과 제도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제주의소리 / 김정호 기자 newss@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