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20일부터 6월11일까지 인천에서 개최될 '피파 U-20 월드컵'이 대회 시작 전부터 관중 동원 논란에 휩싸였다.
인천시가 기초자치단체와 공사·공단에 동원해야 할 관중 규모를 할당하고, '공무원 1인 1표' 구입을 요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 공무원과 공기업 직원들은 "관선 행정시대냐"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14일 인천시와 군·구에 따르면 시는 최근 일선 군·구와 회의를 열고 관중 모집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대회에서는 4일간 하루 2경기씩 총 8경기가 진행될 예정이다. 모두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치러진다.
시는 이 자리에서 관중으로 참여할 공무원 숫자와 날짜를 구체적으로 할당했다. 시는 매일 500~1300여명씩, 구는 4일 중 하루에 500~1000여명씩 공무원을 동원하기로 했다. 공사·공단 직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기관별로 적게는 40여명부터 많게는 500여명이 경기를 봐야 한다.
일선 구들은 공무원 뿐 만아니라 '보통 시민'도 동원해야 한다. 예를 들어 5월22일 경기에 중구, 부평구, 연수구가 각각 3000~5000여명의 구민을 데려오는 식이다. 이렇게 4일간 동원되는 인원은 공무원 9800여명, 시민 2만9700여명, 공사·공단 2300여명 등 총 4만5000여명이다.
시는 공무원 1명마다 1표씩 표를 구입하고, 유관기관 및 단체·기업체·금융기관에 표를 팔라고 요구했다. 특히 '구 금고'를 맡고 있는 금융기관이 서포터즈 400여명의 표 값을 낼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 표 값은 일반 예선전 1만~2만원, 대한민국 예선전 및 16강 1만5000~3만원선으로 책정됐다.
이번 관중 동원에 따라 공공기관에서의 업무공백은 불가피 할 전망이다. 시는 상반기 부서별 하루씩 주어지는 '체육의 날' 행사에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고 공지했다. 통상 체육의 날 행사는 부서마다 다른 날을 잡아 치르고 있어 업무공백이 덜한 편이다. 반면 이번 경기장 동원은 수백명이 한꺼번에 나가는 터라 체육의 날을 활용해도 업무공백은 어쩔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 관계자는 "어떤 직원이 좋아하겠느냐"라며 "과거의 악폐습이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요즘 들어 행정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생각까지 든다"라고 말했다. 한 공기업 직원도 "동원 이야기를 듣고 많이 당황스러웠다"라며 "시가 한다는 데 어쩔 수 없이 따라가야 할 지경"이라고 했다.
반면 시는 자발적으로 참여를 유도하는 중이라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가능하면 자발적으로 참여하자는 차원에서 회의를 열었다. 당연히 업무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할 것이며 할당된 관중 수는 목표일뿐이라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라며 "예전에 비해 부정적인 여론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출처 : 인천일보 / 박진영 기자 erhist@incheon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