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여직원의 등을 허벅지를 만져 정직 처분을 당한 공무원이 “성희롱이 아니다”며 낸 소송에서 패소했다.
13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호제훈 부장판사)는 부하 여직원 성희롱 의혹으로 징계를 받은 서울시 공무원 A씨가 서울시장을 상대로 낸 정직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2015년 6월 신입 여직원 등과 저녁 회식을 한뒤 근처 노래방에 갔다. 이 자리에서 A씨는 여직원의 등을 쓰다듬고 허벅지를 만졌다. A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옆자리에 앉을 것을 강요하며 어깨가 노출될 정도로 옷을 잡아당겼다. 이에 수치심을 느낀 여직원은 곧바로 진정을 냈고, 서울시는 A씨의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한다며 강등 처분을 내렸다. A씨는 즉각 “억울하다”며 소청 심사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했다. 서울시 지방소청심사위는 A씨에게 내린 강등 처분을 정직 3개월로 줄여줬다. 그러자 A씨는 행정법원에 소송을 냈다. A씨는 "여직원에게 어울리자고 권유하는 과정에서 불쾌감을 준 것일 뿐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정도로 성희롱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성희롱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A씨의 행위는 피해자와 같은 처지의 사람이라면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낄 수 있는 행위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A씨가 피해자의 상급자인 점을 감안하면 업무 연관성도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의 이번 판결은 대법원 판례에 따른 것이다. 대법원은 “행위자에게 반드시 성적 동기나 의도가 있어야 성희롱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도 성희롱에 대해 “사용자나 근로자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한 성적 언행으로 상대에게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요구에 따르지 않았을 때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출처 : 월요신문 / 최혜진 기자 youha0226@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