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세종청사에는 아침마다 진풍경이 펼쳐지고 있다. 공무원들이 청사 내부의 출입구를 통과하기 위해 지하철 개찰구처럼 길게 줄을 늘어서 얼굴을 들이밀고 있는 것이다.
통과하면 다행이라며 안도의 한숨이 나오지만 통과하지 못한 이들은 줄을 길게 늘어선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몇 번이고 통과할 때까지 계속 얼굴을 들이민다.
아침마다 이런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지는 이유는 지난달 23일 도입된 얼굴인식시스템 때문.
얼굴인식시스템이란 청사 내부 출입구에 설치된 얼굴인식장치 앞에 서 있는 상태에서 출입증을 태그해 문이 열리는 방식이다. 출입증 분실, 도난 등으로 인한 불미스러운 일을 막고 외부인이 출입증을 고의적으로 훔쳐 청사 내부로 진입하는 일을 막기 위해 도입했다.
방호원들이 출입증에 있는 얼굴과 실제 출입하는 공무원의 얼굴을 일일이 살펴보더라도 놓치는 부분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얼굴인식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것이 청사관리소의 설명이다.
문제는 인식률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말일까지 시범운영기간이기 때문에 인식률이 얼마나 되는지 통계는 나와있지 않지만 공무원들이 토로하는 불만의 대체적인 이유는 '낮은 인식률'에서 비롯되고 있다.
국세청의 한 공무원은 "우리 부서 과장님은 열 번이나 인식이 안 되어서 '내가 그냥 못 생겨서 그런가보다'라고 푸념하고 넘어가기도 했다"며 "여직원들의 경우 헤어스타일이나 화장했는지에 따라 인식이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어 통과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다른 공무원도 "새벽에 출근할 때는 초췌해서 그런지 더 인식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요새는 얼굴인식시스템 통과 여부에 따라 하루 기분이 달라진다. 아침에 한 번에 통과되면 오늘 일이 잘 풀리겠다는 생각이 들고 몇 번이고 실패하면 오늘 일이 잘 안 풀리겠구나란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낮은 인식률과 더불어 또 다른 문제는 얼굴이 여과없이 노출된다는 것.
대형 모니터 2대에 출입하는 사람의 얼굴이 크게 나오다보니 민감한 여직원들은 불만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심지어 처음 얼굴인식시스템이 도입됐을 때는 몇몇 남성 공무원들이 구경을 한답시고 그 앞에 서서 모니터를 보고 있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리기도 했다.
한 여직원은 "이것이야말로 인권침해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모니터를 방호원만 보게 하면 되지 왜 사람들이 다 볼 수 있게 해놓은 건지 모르겠다"며 "청사관리소에서 사진을 찍으면 너무 이상하게 나와 그냥 여권사진을 제출했다. 딴 사람들이 보는데 이상한 사진이 나오는 것이 부끄러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사관리소에서는 인식률을 높이기 위해 청사 내 사진촬영센터에서 기계를 통해 사진을 찍도록 유도하고 있지만 컴퓨터 앞에 앉아 거기에 달린 카메라로 촬영하는 방식인데다 보정을 전혀 하지 않아 실물보다 더 못 생기게(?) 나온다는 것도 불만 아닌 불만이다.
이런 사진을 사람이 많은 곳에 떡하니 공개하니 청사를 드나들 때마다 여직원들의 불만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이런 불만으로 인해 기획재정부는 모니터를 방호원만 볼 수 있게 돌려놨지만 국세청은 아직도 대형모니터를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놨다.
부처마다 일정한 기준도 없이 제각각으로 운영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세종청사관리소는 현재는 시범운영기간 중이고 이 기간이 지나면 시스템 안정화를 위해노력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청사관리소 관계자는 "현재는 시범운영기간으로 홍보 차원에서 모니터를 공개해놓고 있다. 사진현행화(청사 내 사진촬영센터에서 직접 사진을 찍어 등록하는 것)가 많이 이루어지면 인식률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인식이 되지 않는 공무원들은 수기로 이름과 직책을 적고 옆문으로 들어가게 하면서 사진현행화를 유도하고 있다. 옆문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도 시범운영기간이 끝나면 시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조세일보 / 이희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