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국내 유입을 최일선에서 탐지하는 ‘척후병’ 격인 예찰·방역 담당 공무원들이 ‘건수 위주 예찰’ ‘시료 채취 농가 편중’ 등으로 AI 사전인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AI가 터질 때마다 인력 부족과 현장 전문성이 문제로 지목된다. 그러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인력·예산 떠넘기기 탓에 방역 초기 단계 시스템부터 작동이 원활치 않은 현실이 재확인됐다.
26일 서울대 산학협력단의‘살처분·이동통제 범위 등에 대한 오리·닭 등 품목별 현 국가 예찰 및 방역시스템의 평가와 개선방안 연구’를 보면, 주먹구구식 방역 행정의 민낯이 초기 예찰 사업부터 나타났다.
연구팀은 전국 가축방역 담당 공무원과 공중방역수의사 등을 대상으로 2014년 10월부터 2015년 3월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농장주 신고 이전에 가축방역당국에서 AI 예찰 시스템을 통해 사전인지가 제대로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35%(15건)가 ‘건수 달성 위주의 예찰’이라고 응답했다.
‘농장주의 반대로 축사 직접 방문 관찰이 곤란해 어쩔 수 없이 형식적으로 예찰한다’는 답변과 ‘철새 관찰이 용이하지 않아 대충 방문하고 복명서 작성 위주로 예찰’한다는 응답이 각각 21%(9건)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농가 방문 예찰을 하지만 농장주가 안내해 준 축사만 예찰’한다는 응답도 11%(5건)에 달했다.
농장 시료 채취 역시 인력·전문성 부족으로 대충 이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장주가 협조를 잘해주는 농가에 주로 간다’는 답변이 29%(20건)으로 가장 많았고 ‘농장주가 안내해준 축사나 매번 가는 축사에만 간다’는 응답이 20%(14건)으로 뒤를 이었다. ‘농장주를 잘 알지 못하고 처음 방문 농가는 축사 위치를 제대로 알지 못해 아무나 축사나 한두 군데 들어가서 대충 한다(13%·9건)’는 응답도 있었다.
이 외에도 응답자들은 한 사람이 하루에 여러 농장을 방문하는 관행, 전문가가 부족하고 상시방역업무 지나치게 많은 점 등을 지적했다. ‘시·도 지방공무원 인원 수가 부족해 방역은 중앙에서 총괄하는 게 낫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산화탄소 가스 살처분의 현실적인 어려움이나 매몰지 선정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AI 연중 발생질병을 인정하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연중 꾸준한 방역을 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런 와중에 H5N6형 고병원성 AI는 경북·제주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24일 경남 양산에서 AI가 검출된 데 이어 25일 경남 고성군에서도 AI 의심신고가 접수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6일 0시 기준 확진·예방 차원에서 살처분된 닭·오리가 2614만마리(살처분 예정 159만7000마리 포함)라고 밝혔다. 발생 농장 인근에 닭·오리 농장이 몰려있는 전북 김제에서는 3㎞ 이내 농가 닭·오리 126만마리 살처분에 들어갔다. 1인당 하루 평균 살처분 두수는 500마리로, 24시간 내 살처분 원칙을 지키려면 2500명 이상의 인력이 필요하지만 이날 투입된 인력은 380여명에 불과했다. 이준원 농식품부 차관은 “인력회사와 지방자치단체가 계약에 의해 움직이므로 지자체마다 인력 상황이 다를 것으로 보인다”며 “(전북 김제는)28일까지 마무리 한다고 예상해서 계획을 제출했고 저희로선 최대한 더 빨리 살처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 경향신문 /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