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은 “우리가 믿을 건 검찰뿐”이라고 했다. 옥시레킷벤키저 등 가해기업이 면피성 사과발표를 하자 피해자들은 “검찰 수사부터 받으라”고 울부짖었다.
2011년 피해가 공식화된 이후 환경부 등 관계부처가 손을 놓은 사건을 ‘국민 사건’으로 이끌어간 것은 검찰이었다.
대규모 사망자가 발생한 환경성 질환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기소한 것도 우리나라에선 드문 일이었다.
그러나 수사 종료를 10여일 앞둔 17일, 피해자들은 검찰을 비판하고 있다. 유해물질에 대한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공무원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고, 수사의 틀이 결함을 가지고 있는 정부 피해조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1월27일 꾸려진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의 수사는 지난 4월18일 롯데마트가 공식사과를 내놓으면서 급물살을 탔다.
롯데그룹 내에서 사과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는 롯데마트 본부장과 대표를 지낸 노병용 롯데물산 대표지만, 검찰은 그가 본부장 재임 당시 안전관리를 소홀히 한 책임을 물어 구속했다.
신현우 옥시 전 대표와 김원회 홈플러스 전 본부장 등 12명이 구속기소됐고, 영장실질심사를 2명이 앞두고 있으며 10명가량이 추가로 불구속 기소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검찰 수사는 공무원 앞에서 멈춰섰다. 문제가 된 가습기 살균제는 2000년 8월부터 판매됐지만, 정부는 2011년 4월 공식 피해를 접수한다.
2000년대 초부터 후유증을 호소하는 소비자의 민원을 업체들이 묵살한 사실도, 공무원들은 파악하지 못했다. 화학물질인 점에서 환경부, 공산품인 점에서 산업통상자원부, 국민건강 문제라는 점에서 보건복지부에 책임을 물을 여지가 있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무원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수사 초기부터 공무원을 수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검찰 관계자는 17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자의 신병 처리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1·2차 정부의 피해조사만을 바탕으로 한 것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정부의 피해자 조사는 만성질환자와 폐 이외의 다른 장기에 피해를 입은 환자들은 조사하지 못했다.
이를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한 까닭에 이번 수사로 구제받는 피해자는 사망자 94명 포함, 221명에 그친다. 또 화학물질 CMIT(클로로메틸이소치아졸리논)가 문제없다고 본 정부 조사만 믿어 애경 등의 다른 제품은 수사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과학자들이 한 정부 조사를 기반으로 할 수밖에 없었다”며 “정부의 추가 조사에서 피해자가 확대되면, 이에 대해 추가 기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경향신문 / 곽희양 기자 huiyang@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