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요? 아이고, 괜히 잘못 쳤다가 한 방에 훅 갑니다.”
다시 풀린 듯싶었던 ‘공무원 골프 금지령’ 해제 조치가 최근 공직기강 확립과 검찰의 기업사정 수사 분위기로 인해 ‘없던 일’로 바뀌고 있다.
지난 4월 총선 직후 박근혜 대통령이 언론사 편집국장·보도국장 간담회에서 공직자 골프와 관련해 “좀 자유롭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뒤 2개월도 지나지 않았지만, 골프금지령은 다시 부활하는 양상이다.
13일 청와대와 정부 부처에 따르면 골프금지령이 해제됐지만 실제로 골프를 치는 ‘간 큰’ 공무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위직 가운데 공개적으로 골프를 친 공무원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일하다.
유 부총리는 박 대통령의 골프금지령 해제 발언이 나오자마자 경제 6단체장들과 내수 진작과 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솔선해 라운드했다.
유 부총리는 이후 한 차례 골프를 더 치고 7월에도 모 인사들과 골프 회동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 부총리를 제외한 다른 공무원들은 ‘언감생심’이라는 반응이다. 국무조정실의 공직기강 확립 차원의 암행감찰 등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자칫 골프를 쳤다가 낭패를 볼 수 있다는 심리 때문이다.
청와대도 비슷하다. 청와대 소속 한 공무원은 “대통령에 대해 잘 모르는, 눈치 없는 공무원이나 골프 치러 나갈 것”이라며 “대통령이 자서전 등에서 골프를 하는 걸 얼마나 한심한 것으로 묘사해 놨는지 봤다면 대통령의 말씀이 진심이 아니란 걸 알게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실제 공무원들이 자기 돈을 들여 골프를 친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부 부처의 한 공무원은 “자비로야 골프를 당연히 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요즘 같은 분위기에선 직원들에게 자제하라고 말하고 있다”고 얼어붙은 분위기를 전했다.
출처 : 문화일보 /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