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 100억대 공사 '퉁치기(불법 일괄하도급)' 강요 의혹과 관련해 건설업자 1명이 구속되고 부안군청 공무원 3명이 기소됐다.
또 건설업자로부터 수천만 원을 받아 챙긴 전 한국도로공사 고위간부도 재판에 넘겨졌다.
전주지방 검찰청 정읍지청(김영현 지청장)은 전주에 위치한 건설업자 채 모 씨를 공갈미수 공모와 뇌물공여, 법인자금 횡령, 국가 기술 자격법과 건설기술 진흥법 위반, 상해죄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부안군청 비서실장 김 모 씨와 건설교통과장 박 모 씨, 주무관 이 모 씨 등을 공갈미수 혐의로, 그리고 전 한국도로공사 전북본부장 김 모 씨를 뇌물수수 혐의로 각각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건설업자 채 씨는 부안군청 비서실장과 건설교통과장, 주무관 등을 통해 100억대 '줄포만 해안체험 탐방도로' 공사를 수주한 업체 대표에게 "윗선 지시"라며 모든 공사를 넘겨주는 '퉁치기'를 강요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과정에서 채 씨는 공사 수주업체 대표 변 모 씨 사무실을 찾아가 "공사를 빨리 넘기라"며 폭행을 하기도 했고, 지난해 7월 충남의 한 골프장에서 건설교통과장 박 모 씨에게 32만 원의 골프접대를 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와는 별도로 채 씨는 지난 2013년, 당시 한국도로공사 전북 본부장 김 모 씨에게 "각종 공사관련 편의를 봐달라"며 법인카드를 건넸고, 김 전 본부장은 이 카드로 이듬해 8월까지 160여 차례에 걸쳐 2100만 원을 음식점 등에서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했다.
채 씨는 또 아내와 자신의 명의로 5억 8000만 원의 부동산을 매입하는 등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법인 자금 횡령, 그리고 9명의 자격증과 경력증을 불법대여하는 등 국가기술 자격법과 건설 기술 진흥법 위반 혐의도 받고 있다.
그러나 경찰과 검찰은 이번 수사에서 초미의 관심사였던 김종규 부안군수와의 연관성은 밝혀내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당초 지난해 9월부터 시작된 경찰과 올해 1월 경찰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검찰 수사의 방점은 김 군수와의 연관성 여부에 찍혀있었으며 이와 관련해 수차례 압수수색과 광범위한 계좌추적이 실시됐다.
특히 실제로 공사를 수주한 업체 대표 변 씨는 "박 과장이나 이 모 주무관은 물론, 채 씨로부터 3층(군수실) 지시라며 빨리 퉁치기를 해주고 빠져라"는 말을 들었다고 폭로한 바 있다.
검찰은 이 같은 변 씨의 진술과 함께 김 군수와 채 씨가 같은 고등학교 선후배 관계로 총 동창회 회장과 장학국장을 맡고 있는 점 등을 염두에 두고 올 1월부터 피의자들을 상대로 김 군수의 연관성을 집중 추궁하는 한편, 저변으로 수사를 했다.
그 결과 채 씨가 한국 도로공사 전 본부장을 상대로 뇌물을 준 사실을 추가로 밝혀내는 등 성과를 거뒀지만, 김 군수와 연루의혹에 대해서는 피의자들 모두 이를 극구 부인함에 따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아쉬움을 뒤로한 채 수사를 덮게 됐다.
한편 기소된 부안군청 공무원들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면서 서로간 진술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향후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번 기소된 피의자들에 대한 1심 공판은 31일 오전 10시 전주지방법원 정읍지원에서 실시될 예정이다.
출처 : 노컷뉴스 / 이균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