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치단체 예산 편성 과정에 주민을 참여시켜 재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하자는 취지로 도입된 주민 참여 예산제가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상 사업을 공무원이 정하고, 심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무늬만 '주민 참여'라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도내 대부분의 시·군은 2010년을 전후해 이 제도를 도입했다.
그러나 예산 규모가 '생색내기' 수준에 그치는 데다 사업 선정도 공무원이 하고 있다.
청주시가 올해 책정한 주민 참여제 사업의 예산 규모는 31억원5천여만원이다. 시 전체 예산(1조5천800억원)의 0.2%에도 미치지 못한다.
예산 편성에 주민 의사를 반영했다고 말하기 민망한 수준이다.
이 제도에 꽤 공을 들이는 옥천군과 비교하면 얼마나 인색한지 알 수 있다. 옥천군의 전체 예산은 청주시의 19%인 3천17억원에 불과하지만, 주민 참여제 예산은 87억4천만원으로 오히려 45억원이 많다.
청주시는 추진할 사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주민 의사 반영 시스템을 형식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100명의 예산 참여 시민위원을 선정, 6개분과 위원회와 전체 위원회로 운영하고 있는데 1년에 두 차례 정도 회의를 열어 시의 재정 운용방향 설명을 듣는 것이 고작이다.
해마다 8월에 시민위원들로부터 내년 예산에 반영할 사업에 대한 의견을 듣는다. 그러나 말그대로 참고할 의견 청취 수준이다. 어떤 사업에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정할지는 해당 부서에서 결정한다.
결국 시민참여 위원들은 단순히 의견만 제시하고 예산 편성은 전적으로 시가 결정하는 구조다. 예산 편성 과정에 주민이 참여한다 이 제도 취지가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은 다른 자치단체도 비슷하다.
올해 예산이 3천225억원인 영동군이 책정한 주민 참여예산은 9억여원에 불과하다. 주민 참여위원을 18명을 선임했으나 심의 기능은 거의 없다. 1년에 한 차례 정도 군의 예산 편성 배경을 듣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보은군은 아예 주민 참여 위원회를 구성하지 않는다. 설문조사로 필요한 예산에 대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는 형태로 주민참여 예산제를 운용하고 있다.
충주시도 주민참여 예산이 전체 예산(7천818억원)의 0.14%인 10억9천여만원에 불과하다.
역시 주민 참여위원회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 매년 7∼8월 읍·면동 의견수렴과 설문조사를 통해 특정 사업에 대한 의견을 접수해 '주민 참여 예산'으로 배정하고 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주민 참여 예산제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주민위원회에 실질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역할도 명확히 해야 한다"며 "예산 학교 운영 등을 통해 자치단체 예산 운용에 대한 주민의 이해도를 높이는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출처 : 연랍뉴스 / 변우열기자 bwy@yn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