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시 공무원 수백명이 동료 공무원에게 축의금을 냈다가 뇌물사건 피의자가 될 뻔한 사건이 발생했다.
10년 전 동료 공무원 아들 결혼식에 낸 부조금 장부을 입수한 한 인사가 ‘50’, ‘100’이라고 적한 금액만 보고 뇌물수수 장부로 오인해 경찰에 고발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20일 평택경찰서와 평택시청 공무원 설명을 토대로 상황을 재구성했다.
평택시청 A과장은 19일 퇴근길에 부인이 내미는 우편물 한 통을 받고 화들짝 놀랐다.
‘수원지검 평택지청’에서 보낸 ‘피의사건 처분결과 통지서’에 “A에 대한 뇌물수수 피의사건을 각하 처분한다”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A과장은 동료 공무원들에게 걸어 확인한 정황은 이랬다.
6년 전 정년 퇴임한 시청 과장 출신 L씨는 평소 부조금 목록을 담아뒀던 USB메모리카드를 분실했다.
이 USB에는 공무원 230여명의 직책과 이름을 적었고, 그 옆에는 ‘30’, ‘50’, ‘100’이라는 숫자만 적어뒀다.
L씨가 잃어버린 USB를 입수하게 된 B씨는 의문의 숫자들을 30만원, 50만원 등으로 오인했다.
뇌물장부로 판단한 B씨는 지난해 말 경찰에 수사 의뢰했고, USB 주인이었던 L씨는 물론 장부에 등장하는 현직 공무원들이 경찰에 줄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조사과정에서 L씨는 실제로 받은 3만원을 ‘30’으로 표기하는 등 ‘축의금 액수’를 간단하게 표시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경찰 관계자는 “갑자기 내사 결과가 통보돼 이를 까맣게 모르던 230여명의 공무원들은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A과장은 “개인적으로 많이 놀랐다. 이런 일로 내사를 받아 현직 공무원들의 명예가 실추된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도 “선의가 엉뚱하게 봉변으로 돌아올지 몰랐다”고 말했다.
출처 : 중부일보 / 심재용기자 sjr@joongb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