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제주 한림항 인근 다미원씨푸드의 굴비 공장.
1층 사무실을 지나 2층 작업장에 들어서자 추석을 앞두고 굴비를 만드는 손길이 쉴 틈 없이 움직인다.
해동실에서는 올해 초 잡아 냉동보관했던 제주산 참조기를 품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서서히 녹이고 있었고 다른 한쪽에서는 해동된 물량을 크기별로 선별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선별된 참조기는 7년간 섭간(소금 뿌리기)만 해 왔다는 전문가의 손으로 넘어가 청정지역에서 생산된 천일염이 뿌려진다.
섭간 뒤에는 참조기를 줄로 엮는 작업이 진행되고 이후 냉동건조실에서 건조를 마치면 비로소 `제주 굴비`가 탄생한다.
명절 선물의 대명사인 굴비도 제주시대가 열리고 있다.
그동안 굴비 산지로는 전남 영광ㆍ목포 등이 유명했지만 제주도 작업장들이 전국 참조기 어획량 중 25~30%에 달하는 이 지역 물량을 바탕으로 `제주` 상표를 단 굴비를 본격적으로 시장에 내놓고 있다.
이들 작업장이 앞으로 생산량을 늘릴 방침인 데다 유통업체들 관심도 높아져 굴비가 옥돔ㆍ갈치 등과 함께 제주를 알리는 수산물로 자리잡을 가능성도 있다.
다미원씨푸드의 경우 올해 제주 굴비 생산량을 작년보다 50%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는 5년여 전부터 제주 굴비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그때에 비하면 생산량이 5배 정도로 늘었다.
유통업체들도 제주 굴비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
이마트에서는 올해 추석 선물세트에 들어간 굴비 약 80만마리 중 53% 정도를 제주산이 차지했다.
목포산과 영광ㆍ여수산 비율은 각각 40%, 7%였다. 특히 이마트에서 제주산의 비중이 목포산을 앞지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작년 추석의 경우 이마트의 전체 굴비 중 제주산, 목포산, 영광ㆍ여수산 비율은 각각 29%, 61%, 10%였다.
이마트는 특히 그동안 영광ㆍ목포ㆍ제주 굴비를 섞어 `국산 굴비세트`로 판매해 왔는데 올해는 처음으로 제주산만으로 구성한 `제주 굴비세트`를 내놨다. 올해 이마트가 준비한 전체 굴비세트 5만여 개 중 `제주 굴비` 세트의 비중은 13%에 달한다.
김영준 이마트 수산물바이어는 "일부 지역의 굴비가 중국산 조기를 사용하면서 원산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며 "품질 좋은 제주 참조기를 이곳에서 굴비로 가공함으로써 원산지 논란을 없앨 수 있을 뿐 아니라 제주의 청정한 이미지도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제주 굴비에 대한 소비자들이 반응이 좋아 앞으로도 취급 비중을 더욱 높여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제주 굴비가 조명받고 있는 이유로는 △참조기의 많은 어획량 △참조기의 좋은 품질 △산지 가공을 통한 `원산지 논란` 불식 등이 꼽히고 있다.
지난해 위판량 기준으로 국내 참조기 어획량 1위는 목포로 1만3400ｔ이었으며 제주가 7750ｔ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강평원 다미원씨푸드 이사는 "기후변화 영향 등으로 상당수 참조기의 서식지가 제주쪽으로 이동하면서 어획량이 늘고 있다"며 "그동안은 참조기를 육지(목포 등)로 옮겨 굴비로 만드는 작업을 했지만 최근에는 제주에서 직접 만드려는 경향이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지역에서는 대형 닻으로 어구를 고정하고 어군을 자루그물 속에 입망시켜 조업하는 안강망 방식을 써서 참조기의 손상이 클 수 있다"며 "이에 비해 제주에서는 그물을 조류에 따라 흘려보내는 유자망 방식으로 참조기를 잡고 있어 손상이 적다"고 분석했다.
출처: (MK뉴스 김규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