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교육청과 일선 학교의 노력으로 학부모가 교사에게 촌지와 선물을 주던 관행이 거의 사라지면서 간략한 기념행사를 하는 정도로 스승의 날이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게 그 이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승의 날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스승의 날이 사라진다면 학교와 교사 입장에서는 촌지근절을 위한 캠페인 등을 구태의연하게 펼칠 필요가 없고 학부모 입장에서도 선물을 준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교사 S씨(30)는 “이쯤되면 스승의 날이 왜 존재하는 지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과거에 선물을 주는 문화가 꼭 좋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우리가 표현하던 스승이라는 말의 의미는 이미 퇴색 돼버린지 오래다”고 말했다. 

 중학교 교사 L씨(41·여) 역시 “요즘에는 스승의 날에 자체행사를 준비하면 학부모들로부터 `저 선생이 무언가를 바라는 게 아닌가`라는 오해부터 받는다”며 “그렇다보니 점점 스승의 날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게 되고 자연스럽게 가치가 떨어져 버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학교가 학교장의 재량으로 휴업하거나 오전 단축수업을 하는 방식으로 학교운영을 하며 스승의 날을 조용하게 보내고 있다. 학생들이 모두 빠져나간 학교에 남은 교사들은 잔업을 하거나 조촐한 파티를 열어 `제자 없는 스승의 날`을 보내고 있는 처지다. 

 교사 S씨는 “아이들이 모두 떠나고 썰렁한 학교에서 교사들만 모여서 자축하니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며 “이렇게 보내는 스승의 날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 같은 학교현장의 분위기는 최근 실시된 설문조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지난 14일 발표한 `교원 인식 설문조사`에 따르면 교사 55.8%가 명퇴신청 급증 이유에 대해 `교권추락과 생활지도 어려움에 대한 대응미흡`을 꼽았다. 또 `본인과 동료교사들의 사기가 최근 1~2년 사이에 어떻게 변화됐다고 느끼느냐`는 질문에 `떨어졌다`는 응답이 75%를 차지했다. 

 이는 2010년 63.4%보다 10%p 이상 높아진 것이어서 5년 전보다 교원사기가 더 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스승의 날 전후 촌지수수 부각과 시·도교육청의 촌지근절대책의 이슈화에 따른 가장 좋은 방법을 묻는 질문에는 `물질적 촌지 배격`이 62.3%로 가장 많았고 쌍벌제 도입이 23.1%로 그 뒤를 이었다. 

[출처: 경북매일/박동혁기자 phil@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