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치러진 9급 국가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29.2 대 1이었다. 1992년 이후 30년 만에 가장 낮은 경쟁률로 지난 2011년 93 대 1에 비하면 3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어려운 경쟁률을 뚫고 공무원이 되어도 조기퇴직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공무원연금공단 자료에 의하면 2020년 전체 퇴직공무원 중 21%에 해당하는 9968명이 공무원이 된 지 5년도 안 되어 그만두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에 대해 관련 부처에서는 '2030세대 인구가 줄어들고 공무원연금 제도가 예전 같지 않아서…' 라는 말로 그 원인을 설명하고 있다.

정말 그런가 싶어 지난주에 있었던 울산시 공무원 대상 금융교육 시간에 물어보았다.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상당수 교육생이 동의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공무원연금은 1960년 도입된 이후 총 4번의 개혁을 거쳤는데, 2015년에 있었던 4차 연금개혁 강도가 가장 높았다. 4차 연금개혁으로 인해 공무원이 내는 분담금은 많아지고 연금 지급률은 낮아졌다. 그리고 연금 개시 연령이 늦춰졌다. 특히 올해는 연금 개시 연령이 늦춰지는 첫해에 해당하는데, 1996년 이후 임용된 공무원부터 퇴직 시기에 따라 연금 받는 나이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올해와 내년에 퇴직을 하면 61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고, 이후 3년 단위로 1세씩 늦춰지다 2033년 이후 퇴직을 하면 65세부터 연금을 받게 된다.

문제는 현재 재직 중인 50세 이전 공무원은 예전 선배들처럼 퇴직하면 바로 연금을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즉, 정년과 연금 개시 연령 간 차이가 발생해 소득 공백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하나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이른 퇴직 시기다. 일반직공무원의 정년은 60세다. 하지만, 실제 퇴직은 이보다 빠른 55~58세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그 이유는 명예퇴직 때문이다.

공무원은 법에 명시된 명예퇴직규정을 적용받는데, 20년 이상 근속하면 신청 대상이 되고 별도의 명예퇴직수당을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래선지 생각보다 명예퇴직자가 많은데 인사혁신처 자료에 의하면 2020년 기준 정년퇴직한 국가공무원이 9018명이지만 명예퇴직자는 8996명이나 되었다.

따라서 현재 재직 중인 50세 이전 공무원들은 짧게는 5년, 길면 10년 이상이나 되는 소득 공백기를 미리 대비해야 할 것이다. 우선 생각해 볼 수 있는 대비책은 정년을 채우고 조기퇴직연금 제도를 활용하는 것이다.

조기퇴직연금은 연금 개시 연령보다 최대 5년을 앞당겨 받을 수 있는 연금을 말한다. 다만, 미리 연금을 당겨 받기에 정상연금액보다 1년당 5%만큼 줄어들지만 소득 공백기를 대비하기에는 유용한 방법이다.

그리고 재직 중일 때는 연말정산 혜택을 받고 퇴직 이후에는 연금 수령이 가능한 개인퇴직연금계좌(IRP) 가입도 고려해 볼만하다.

만약 명예퇴직을 고려 중이라면 이보다 더 정교한 준비가 필요한데, 우선 배우자가 국민연금 가입대상자라면 지금부터라도 국민연금 수령액을 늘리는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때 배우자가 주부라면 국민연금 임의가입 제도로 가입기간을 늘린 후 조기연금을 신청하는 방법을 고려해 보자.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자가주택을 보유 중이라면 55세부터 가입 가능한 주택연금 신청을 하도록 하자.

하지만, 무엇보다 공무원의 소득 공백기를 대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리 인생 2막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 재취업 등에 대비한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출처: 경남도민일보 / 민병욱 min@ido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