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역 공무원노조는 지난 4일 광산구청을 시작으로 7일까지 광주광역시청과 5개 구청에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내용으로 현수막을 청사에 걸었다.
‘박근혜 퇴진’ 현수막이 광주시청과 등 6개 청사에 일제히 걸리자 행정자치부(장관 홍윤식)는 현수막 철거 및 관련자 징계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광주시와 5개 구청에 내렸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의결 당일인 9일에는 광산구청과 광주광역시청으로 현장조사까지 나섰다가 공무원들의 반발로 쫓겨났다.
공무원노조 광주시지부는 광주광역시청 청사에 ‘박근혜는 퇴진하라’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광산구·남구·동구·북구·서구 5개 구청 청사에도 크기와 모양은 다르지만 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하지만 서구는 이미 5차례 현수막을 철거했고, 남구 또한 1차례 철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행자부는 지난 7일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 등을 위한 복무관리 철저 협조 요청’ 공문을 정부관계부처와 광역자치단체에 내렸다. 이를 통해 행자부는 “그 동안 벙부는 공무원노조의 정당한 활동은 보장하지만 불법 집단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원칙을 견지해 왔다”면서 “최근 일부 소위 전공노 지부에서 대통령 퇴진을 주장하는 현수막을 청사에 게첩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철저한 조사 △위법행위 관련자 즉시 징계 등을 요구했다.
행자부는 현수막과 관련해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헌법 제7조2항) 위반, 공무원의 공무외 집단행위 금지(국가공무원법 제66조 제1항, 지방공무원법 제58조 제1항) 위반을 들먹였으며, “각급 기관 및 지자체에서는 소속 공무원이 현 시국상황에 편승하여 정치적 중립을 훼손하는 등 법률에 위반하는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직원교육과 복무관리에 철저를 기하여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광주광역시 또한 본청과 각 산하조직 등에 같은날 같은 내용으로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같은 공문 자체가 자치단체장 의지와 달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윤장현 광주광역시장은 지난 8일 SNS에 ‘박근혜 퇴진’ 공무원노조 현수막 사진 등을 게시하면서 “비상시국이자, 비정상적인 국정운영 상황에서 국민의 명령에 따르는 특단의 행동으로 인식돼야 한다”면서 “아니면 촛불집회에 참여한 모든 공직자를 색출해서 정치적 중립의무를 물어 처벌할 것이냐”고 행자부 징계 요구를 거부할 뜻을 내비쳤다.
민형배 광산구청장 또한 지난 5일 SNS에 “공무원노조의 의사표현은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지자체장이 개입하는 건 옳지 않다”면서 “나는 시비할 생각이 없다. 대통령이 그렇듯이 공무원은 국가를 수호하겠다고 선서한 사람들 아니냐”고 문제제기를 일축한 바 있다.
이처럼 자치단체장 뜻과는 달리 광주시를 비롯한 각 자치단체는 행자부 공문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징계 등을 요구하고 공무원노조에는 현수막 자진 철거를 요구했다.
반면, 정부정책과 관련해 사사건건 공무원노조와 대립하고 있는 임우진 서구청장과 서구청은 현수막이 청사에 걸리자 5차례나 철거하는 등 여전히 공무원노조와 극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고, 최영호 남구청장과 남구청 또한 지난 7일 현수막이 걸리자 8일 오후 이를 철거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는 12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박근혜는 퇴진하라’ 현수막을 내건 광주시지부와 5개 구지부에 대한 철거·징계를 요구한 행정자치부를 규탄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흐르자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광주지역본부는 12일 오후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박근혜는 퇴진하라’ 현수막을 내건 공무원노조 광주시지부와 5개 구지부 등 6개 지부에 대한 철거·징계를 요구한 행정자치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단체장을 규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정형택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장, 정영일 광주시민단체협의회 상임대표, 김대현 공무원노조 광주본부장을 비롯해 30여 명이 함께 했다.
이들은 “행자부처럼 영혼이 없는 고위 공직자들의 부역 행태가 국정을 혼란시킨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고, 각 자치단체장과 자치단체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이를 지지하고 동의하지만 단체장 입장에서는 ‘박근혜 퇴진’에 반대하며 노조간부를 징계하고 ‘박근혜 퇴진 혁수막’을 철거하라는 행자부 공문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것이냐. 국민들 앞에서 거짓 촛불을 들고 정치 쇼를 하였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나아가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국 곳곳에서 ‘박근혜 즉각 퇴진’ 구호를 외치고 있는 이 마당에 소위 민주화의 성지라는 광주에서 광주시장을 비롯한 5개 구청장들이 지금이라도 ‘박근혜 즉각 퇴진’ 합동성명서를 내도 부족하다”면서 “국민과 시민들의 뜻을 받든 ‘박근혜 퇴진’ 현수막을 내건 공무원노조에 대하여 ‘노조간부를 징계하고 현수막을 철거하라’는 행자부 공문을 그대로 시행하려는 영혼 없는 단체장들은 도대체 어느 지역 단체장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끝으로 이들은 △몰락한 정권의 호위무사 자처하는 행자부 즉각 해체 △‘박근혜 퇴진’ 투쟁에 대한 광주지역 자치단체장 공식 입장 표명 △광주시와 5개 구청은 공무원노조에 통보한 현수막 철거 지시 공문 철회 등을 요구했다.
김대현 공무원노조 광주본부장은 기자회견에 앞서 “3년 전 박근혜정권이 국정원 대선개입으로 당선된 것에 대해 귀태 현수막을 내걸었었다. 그때도 5개 구청 지부장과 광주시지부장이 파면, 해임 등 배제징계 요청을 받았고, 관련 노조 간부 전원이 징계를 받았다”면서 “그 이후 공무원노조 광주본부는 이 정권과 끊임없이 투쟁을 전개했다. 광주시공무원노조 조직전환 과정, 성과퇴출제·공무원연금 개악과 관련해서도 이 정권과 투쟁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 정권이 분노한 국민들의 힘에 의해 몰락해가고 있다. 그 직전에 전국 최초로 관공서 외벽에 ‘박근혜 퇴진하라’는 현수막을 게시했다”면서 “박근혜 국정농단에 가장 큰 요인 가운데 하나는 고위공무원들의 부역자 행태였다. 시키면 시키는대로 하는 부역자들, 영혼이 없는 공무원들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들이 지은 죄를 하위 공무원에 적용하면 수십 번, 수백 번 파면 조치했을 사항”이라고 하면서 우병우, 김기춘 등을 직접 거론하며 고위공무원들을 규탄했다.
정영일 광주시민협 상임대표는 “시장이 먼저 나서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등 정의를 바로세우고 광주시의 정체성을 먼저 찾아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박근혜 퇴진 및 규탄 문제는 정치적 중립성 문제가 아니라 정의냐 불의냐를 따지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광주지역 자치단체장이 이 문제로 공무원을 징계하거나 불이익을 주는 경우에는 정권이 바뀌느냐 안 바뀌느냐를 떠나서 이런 단체장은 절대로 공직사회에서 발붙이지 못하게 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정형택 민주노총 광주본부장은 고 김남주 시인이 지은 시 ‘어떤 관료’를 읊으며 행자부와 광주시 고위공직자들의 행태를 꼬집기도 했다.
한편, 이날 공무원들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국민명령 거부죄 △세월호 7시간 근무지 이탈 등 복무불이행 △공무원 관련 명예훼손, 연금개악, 성과연봉제·성과퇴출제 시행, 직업공무원제(헌법 제7조) 파괴, 공무원에 부당행위 지시(형법상 강요죄) 등 범죄행위를 나열하면서 청와대 불법점거 공무원(박ㄹ혜)에 대한 퇴진과 하야를 요구하는 공문을 선전물로 만들어 기자회견에 참여했다.
출처 : 민중의소리 / 김주형 기자 kjh@vop.co.kr
